학생 등골 빼먹고 … 배부른 민자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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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등골 빼먹고 … 배부른 민자 기숙사
  • 윤다영
  • 승인 2017.08.2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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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숙사 턱없이 비싸

지난 3월, 취업 포털 '알바몬'이 전국 대학생 496며을 대상으로 생활비 지출 내역을 조사한 결과, 부모와 따로 사는 대학생 3명중 2명(65.2%)은 주거비가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주거비가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대학이 거들고 있다. 일부 대학이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기숙사를 건립하기 시작하면서 학교 밖 원룸보다 기숙사비가 더 비싼 경우가 생긴 탓이다. 이에 대학생들의 주거권을 책임져야할 대학 기숙사가 주거난의 요인이 된 현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자취보다 비싼 기숙사

▲(출처/세계일보)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4월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2016년 대학 민자 기숙사 비용 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민자 기숙 사 1인실의 연간 기숙사비가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온 민자 기숙사가 나타나면서 ‘저렴한 기숙사’ 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민자 기숙사의 1인실 한 달 비용이 50만 원 을 훌쩍 넘는 대학도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사립대 25개교가 민자 기숙사 41동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인실을 기준으로 한 달 기숙사비가 가장 비싼 곳은 연세대학교 신촌캠의 SK 국제학사로 밝혀졌다. SK 국제학사의 1인실 한 달 기숙사비는 65만 5000원으로, 연간 786만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인 737만 원보다도 비싸다. 1인 기준 주변 원룸 월세 나 하숙비와 비교해도 민자 기숙사 비용이 훨씬 높다. 실제로 연세대가 위치한 서울 신촌의 원룸 시세는 대략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0~60만 원 정도고, 하숙비는 월 40~45만 원 선이다. 4개월 치로 환산하면 원룸은 200~240만 원, 하숙은 160~180만 원 정도로, SK 국제학사의 1인실 비용 264만 원과 비교했을 때 원룸은 평균 50만 원, 하숙은 100만 원 가까이 적 게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전국 4년제 대학교 중 1인실 기숙사비가 한 달 10만 7000원으로 가장 저렴한 부산 동서대 직영 기숙사와 비교하면 큰 가격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다른 대학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 달 1인실 비용은 △건국대 민자 기숙사 인 ‘쿨하우스’가 58만 5,000원 △고려대 ‘프런티어관’은 59만 5,000원 △숭 실대 ‘레지던스홀’은 55만 1,000원 선이다. 이 또한 학교 주변의 평균 월세인 50만 원보다 비싸다. 1년간 학생이 지불해야 할 등록금과 기숙사비만 1,000 만 원대가 넘게 되므로 별다른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조현 준 사무처장은 이처럼 기숙사비가 비싼 원인으로 대부분의 민자 기숙사가 BTO(Build-Transfer-Operate)로 운영된다는 점을 짚었다. BTO란 민간 이 건설하고 소유권은 정부나 지자체로 양도한 채 일정 기간 동안 민간이 직접 운영하여 사용자 이용료로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투자사업 방식을 말한다. 2005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법’ 개정으로 대학 부지 내 민간 이 기숙사를 지을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진 운영방식이다. 땅은 있지만 기숙사 지을 돈이 없는 학교는 민간 자본을 이용할 수 있어 좋고, 건설사는 시공 후 운영에 참여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선호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조현준 사무처장은 “민간참여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다 보니 학생들로부터 받는 기숙사비를 통해 수익금을 얻게 되는 형식이 다. 따라서 기존의 직영 기숙사보다 비용이 비싸지고 그만큼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운영 대학의 학생들이 많이 입주해 공실 걱정이 없어지면서 가격을 올리면 그대로 임차인 부담이 되는 구조가 만 들어진 것이다.


민자 기숙사로 이익 챙기는 대학
민자 기숙사는 자본을 투입한 민간의 자본회수 때문에 대학의 직영 기숙사와 비교하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그 격차가 매우 커 문제가 되고 있다. 즉, 대학이 민자 기숙사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민자 기숙사의 비싼 기숙사비는 2005년 ‘사회기반시 설에 대한 민간 투자법’ 개정 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연세대의 민자 기숙사인 SK 국제학사나 우정원은 입주 당시에도 직영 기숙사인 무악 학사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실제로 무악 학사의 2인실 한 학기 기숙사비는 80~90만 원대인 반면, 민자 기숙사인 우정원은 2인실 기준 한 학기 135만 원으로 책정됐다. 게다가 SK 국제학 사는 이보다도 비싼 178만 원으로 금액이 껑충 뛰었다. 심지어 1인실 이용료가 월 66만 원에 달하는 SK 국제학사는 무악학사와 비교하면 격차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연세대에 이어 기숙사비 상위 5개교에 포함된 △건 국대 쿨하우스 △숭실대 레지던스홀 △고려대 프런티어관 등도 민자 기 숙사가 평균 기숙사비를 상회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우정원 개관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신축 기숙사 비용이 50만 원을 넘는 신촌 자취방보다 높은 현실에 절망한다”며 “학교가 학생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기숙사를 짓는 것은 물론 주거비를 낮추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연세대학교 건축 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동현 학생은 “민자 기숙사 가격이 비싸지만, 자취를 할 때 필요한 보증금이 없고 시설도 좋아서 우정원을 이용하고 있 다. 그러나 아직 부모님에게 돈을 받는 입장에서 기숙사 비용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숙사 비용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학이 민자 기숙사를 통해 이윤을 남긴다는 사실은 경희대학교 ‘우정원’에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CBS 노컷뉴스는 경희대학교가 비싼 기숙사비로 14년 동안 백억 원이 넘는 이윤을 챙기며 기숙사를 편법으로 운영한 정황이 밝혀졌다고 지난달 7일 보도했다.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지난 1998년 기숙사 ‘우정원’을 민간 투자 방식으로 건립한 뒤, GS건설에 운영을 맡기면서 매년 수익금 일부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받아온 것으로 확 인됐다. 결과적으로 기숙사 관련 일체의 세입세출 회계를 학교와 분리시키는 운영방식을 택해온 것이다. 그러나 학교 회계상에는 매해 GS건설이 지급하는 7억 2천만 원은 기부금으로만 표기돼 기숙사 관련 수입에선 완전히 배제됐다. 실제로는 기숙사 수익의 일부를 학교가 챙겨가는 구조지만,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학교발전기금으로 비춰질 뿐이다. 그동안 비싼 기숙사비와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돼 왔지만, 학교와 업체 간의 ‘검은 연결고리’의 실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싼 기숙사비 비공개? 
지난 2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연세대·건국대 총학생회, 민달팽이 유니온과 함께 연세대와 건국대에서 취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민생희망본부는 작년 2월에 두 학교를 상대로 민자 기숙사 운영현황과 기숙사비 산정 근거를 밝혀달라는 취지의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지만, 건국대는 전부 비공개한다는 회신을 보냈고, 연세대는 SK 국제학사·송도2학사 건축비용 등 표면적인 내용만을 보냈다. 소송에서 연세대와 건국대는 민자 기숙사 설립과 관련한 운영, 실행예산 등을 불성실하게 공개했다는 이유로 일부 패소했다. 조현준 사무처장은 “민자 기숙사가 지어지는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더라도 어떤 자금인지 건축비가 얼마인지 등으로 어떻게 기숙사비가 정해졌는지 공개되어야 하는데, 공개되고 있지 않다. 이 과정에서 학교나 건설사가 얼마나 이윤을 남겼는지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지만, 기존 기숙사에 비해 비싸다 보니 합당한 금액인지가 계속 문제 되고 있다”며 “경희대 ‘우정원’ 기숙사의 경우, 2005년 이후에 지어진 것도 아닌 1998년에 지어졌는데도 비싸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 학교 당국 에서 어떻게 지어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민자 기 숙사를 운영하는 전국 사립대학들의 비싼 기숙사비가 적정한지에 대한 당국 차원의 점검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경희대학교가 높은 기숙사비로 폭리를 취했다는 보도 이후 사립대 민자 기숙사들의 비싼 기숙사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관계 당국인 교육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핵심은 기숙사별 예결산 현황을 수입과 지출 별로 상세하게 공개토록 하겠다는 건데, 일각에 서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교육부가 회계감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개된 정보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고려대학교에 생명공학과에 재학 중인 4학년 박인병 학생은 “겉으로만 수익률을 낮추는 것일 수 있다. 다른 항목을 높여 눈속임할 수 있는 여지도 고려돼야 한다. 실질적으로 민자 기숙사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새롭게 법을 개정하던지,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사립학교법은 학교가 학내 교육시설을 이용해 수익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기숙사는 대학설립운영규정상 교육지원시설에 포함돼 있어, 학교는 기숙사를 이용해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제6조(사업) ①학교법인은 그가 설치한 사립학교의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그 수익을 사립학교의 경영에 충당하기 위하여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이하 "收益事業"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 <개정 1997.1.13.>

▲대학 설립 운영규정에 나와 있는 교사시설의 구분을 발췌한 사진.

 조현준 사무처장 또한 “문제는 학생이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학업을 할 수 있는 교육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학교 당국이나 정부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을 위해 책임 있는 정책을 해야 하는데, 민자 기숙사는 책임 있는 정책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었다” 고 말했다. 치솟는 대학 등록금에 상아탑이 ‘등골탑’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비싼 기숙사비까지 더해져 학생들은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학생의 편의 를 구실로 지어진 새 기숙사의 한 달 비용만 수십만 원이다. 민자 기숙사로 대학과 건설사가 상부상조하는 관계에서 학생만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대학은 민자로 짓는 고급 기숙사를 통해 학생을 소비자로, 이윤 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기업이 됐다. 돈과 효율을 핑계로 학생의 편의를 희생시키고 이익을 챙기는 것,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 할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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