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앞으로도 빛날 뮤지컬 배우 최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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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앞으로도 빛날 뮤지컬 배우 최서연
  • 권민서 기자
  • 승인 2017.06.0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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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의 '모린'으로 뮤지컬에 첫 발을 디딘 이후, <베어더뮤지컬>'아이비', <그리스>'샌디', 그리고 <햄릿>'오필리어'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최서연(영화뮤지컬06, 본명 최혜진 이하 최 배우)동문.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현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롱한 빛을 내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뮤지컬 <햄릿>의 공연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서연 배우와 만났다.

경력
2017년 뮤지컬 <햄릿> ‘오필리어’ 역
2016년 뮤지컬 <베어더뮤지컬> ‘아이비’ 역, <몬테크리스토> ‘발렌타인’ 역
2015년 뮤지컬 <유린타운> ‘리틀 샐리’ 역, <쓰루더도어> ‘살롯’ 역
2014년 뮤지컬 <그리스> ‘샌디’ 역
2013년 뮤지컬 <광화문연가2> ‘가을’ 역
2012년 뮤지컬 <맘마미아>, <헤어스프레이> 
2011년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렌트> 
2009년 뮤지컬 <렌트> ‘모린’ 역

뮤지컬과 만나다
“ 어렸을 때는 그저 춤추고 노래 하는걸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나중에 커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 사실 뮤지컬 배우가 될 줄은 몰랐죠.”
어릴 적부터 예술계에 종사하는 친인척이 많아 예술 분야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춤과 노래를 좋아했지만 꼭 뮤지컬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학교 수업 중 교수님이 우연히 틀어준 뮤지컬 <렌트> 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렌트>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다 특이해요. 에이즈에 걸렸고, 게이고, 레즈비언이고, 다 돈 없는 예술가들이고, 똑똑한 애는 사기 쳐서 돈 빼먹고… 제가 그들의 상황, 만약 에이즈에 걸렸다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근데 그 사람들은 ‘No day but today'라고 말하며 오늘을 살아가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미래도 불투명한 이들이 가장 순수한 사랑을 외치는 게 와 닿아 <렌트>는 꼭 하고 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기회가 찾아온다. 학교 공연으로 했던 뮤지컬 <페임>을 본 당시 ‘렌트’ 연출가가 그녀에게 콜을 했다. “<렌트>라는 말에 무조건 한다고 했지만 2차 오디션에서 떨어졌어요. 아쉬워도 오디션 봤다는 데에 의의를 두려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에 ‘미미’ 역이랑 ‘모린’ 역의 커버 배우로 가능하냐고 전화가 왔어요. 당연히 된다고 했는데, 또 며칠 뒤에 연락이 와서 주연 ‘모린’ 역으로 오디션을 보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게 붙었죠.” 그렇게 <렌트>의 모린이 됐다.
그러나 자유로운 행위예술가이며 레즈비언인 ‘모린’은 당시 신인이었던 최 배우에게 녹록지 않은 역할이었다. “상상도 못한 캐릭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얘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도 안 가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그러면 안되겠더라고요. 그냥 모린이라는 애는 서브텍스트(subtext : 사로 표현되지 않은 이면에 담긴 무언의 생각이나 감정)없이 자기 끌리는대로 빡 뿜어내는 캐릭터지, 서브텍스트를 생각하니까 더 이해할 수 없단 걸 깨달았죠. 그렇게 모린을 풀어냈던 것 같아요.”

 

<렌트>, 그 이후
강렬했던 데뷔작 <렌트> 이후 많은 곳에서 러브콜이 왔다. 배우 기획사와 가수 기획사, 다양한 공연들이 최 배우를 불렀다. 뮤지컬이 힘들기도 했고, 그동안 계획했던 꿈인 가수를 하고 싶은 마음에 진로를 변경했지만 이 또한 쉬운 길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맨날 집에 있었죠. 그런데 배우이신 저희 큰이모가 작품을 시작하셨는데, 갑자기 앙상블 중 한 자리가 비어서 빨리 구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큰이모가 연출가한테 어떤 스타일을 찾냐고 여쭤보니 제가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시고, 저도 이러고 있을 바엔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오디션을 봤죠. 그래서 우연하게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다시 뮤지컬을 시작했죠.”
그 후로 다음 작품들에 운 좋게 연결되며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에 확신은 없었다. “당시에 많이 고민했어요. 내가 뭘 하는 걸 좋아하고, 뭘 해야 할까, 뮤지컬을 할까 아니면 다시 가수를 할까… 그러면서 2~3년간을 뮤지컬 했는데, 아마 그때를 슬럼프라고 말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많이 고민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결심했어요. 딱 <맘마미아>까지만 하고 뮤지컬 그만두기로.”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선배 배우가 추천해준 뮤지컬 <광화문연가2>의 오디션을 본 뒤에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다. 이 작품은 최 배우에게 진로, 그리고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에 확신을 줬다. “뮤지컬 배우 그만두고 가수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광화문연가2>를 추천받았어요. 처음에는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문세 선배님의 곡으로 하는 콘서트 형식이라고 하길래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여주인공이 된 거예요. 이렇게 된 거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뮤지컬에 임했는데, 분량도 많고 표현할 것들이 많으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뮤지컬 하기 싫었던 것 같은데 왜 이걸 하고 있지? 근데 왜 이렇게 재밌는 거지?’ 하면서 또 멘탈 붕괴가 왔죠. 그리고 깨달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하던 이유는 가사에 공감했기 때문이란 걸. 짝사랑하며 노래를 듣고, 힘들 때 노래를 들으며 가사에 공감했던 게 너무 좋았던 거예요. 그래서 나에게 굳이 장르는 필요하지 않고, 뮤지컬을 계속 해도 행복하겠다는 확신이 섰어요. 현재 뮤지컬 배우라는 호칭을 갖고 있으니까 이걸 끝까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내 길을 시작하게 됐죠.”
 

최서연의 작품들
최 배우는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들이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햄릿>의 ‘오필리어’와 <몬테크리스토>의 ‘발렌타인’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로 꼽았다. “사실 제가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작품 세 가지가 있는데 <렌트>, <햄릿>, < 로미오와 줄리엣>이에요. <렌트>는 데뷔작이었고, 몇 년 전의 <햄릿> 공연에서 윤공주 배우님의 ‘오필리어’를 보고 나중에 이 역할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캐릭터를 맡게 돼서 정말 뜻 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몬테크리스토>의 ‘발렌타인’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제가 사랑을 되게 중요하게 여기는데 발렌타인이 사랑에 큰 용기를 내는 캐릭터예요. 평상시에 사랑을 하거나 삶을 살 때에 있어서 발렌타인처럼 행동하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이 여자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극 중 발렌타인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몬테크리스토에게 사랑에 대한 대사로 설득을 시키는 장면은 노래 없이 대사로 이루어진 장면이다. 어려웠지만 재밌고 슬프기도 한 여러 감정을 느끼며 캐릭터에 더 애정을 가졌다.
세계적인 뮤지컬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과의 만남도 <햄릿>과 <몬테크리스토>가 소중했던 이유 중 하나다. 로버 트 요한슨은 <몬테크리스토> 작품으로 최 배우와 인연을 맺었으며 현재 공연 중인 <햄릿>의 연출도 맡고 있다. 작품에 대해 전체적인 구도를 생각하며 퍼즐 맞추듯 각자의 자리에 배우들을 역할하게 만들어, 최고의 공연을 이끄는 로버트 요한슨의 연출은 그녀와 잘 맞았다. “그 분은 전체적으로 퍼즐이 있어요. 1부터 10까지 본인만의 그림이 있고, 상황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해주세요. 그 디렉팅을 따라서 이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해내주면 작품의 한 구석에 나의 도리를 다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서고, 그러니까 연기가 편하고 좋더라고요. 그 경험을 <몬테크리스토>에서 한 거예요.” 본인과 잘 맞는 연출가의 연출에 따라 연기하다 보니 더 고민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캐릭터에 더 애정이 갔다. “그 연장선으로 <햄릿>을 하니까 이 연출가와 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게 되게 흥분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작품을 즐겁게 하고 있고, 한 회 한 회 지나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영화뮤지컬학부 06학번
최 배우는 한창 뮤지컬학과들이 생기던 시절, 우리학의 영화뮤지컬학부에 입학했다. 그녀는 대학시절의 매 순간이 특별해서 간직할 추억이 많다고 전한다. “동기들끼리도 돈독했고, 공연 같은 이벤트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는 과이기 때문에 매 순간이 특별하게 여겨져요. 우리끼리 준비하며 힘들고, 싸우고, 혼나면서 별 일이 다 생기고 또 그걸 헤쳐나갔던 경험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학생들을 위한 시설도 변변치 않았지만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우를 함에 있어서 밑거름이 되는 일들을 학교에서 많이 배웠어요. 교수님이 연기에 대해 말해주신 것, 배우로서의 마음가짐, 다 같이 공연하고 단체생활하며 쌓는 경험… 학교에서 공연을 하며 특히 좋았던 건 내가 스태프 했다가, 친구가 했다가, 내가 연출 하고, 친구가 배우를 하는 경험들이에요. 이후, 사회에 나가니까 각자의 역할들을 잘 이해하게 돼서 수월한 면이 있었어요. 배우를 하다보면 이기적일 수 있는데 이런 마음들을 많이 무너뜨려 준 것 같아요. 현재도 그런 마음으로 하니까 공연이 더 즐거운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는 항상 곧이곧대로일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항상 정석로일 필요는 없어요. 제가 봤을 때 20대는 실수의 연속인데, 그 경험을 통해서 많이 느껴야 해요. 좋은 마음가짐이 있다면 도전하며 틀을 깰 필요도 있고, 나쁜 마음도 먹어보고, 실수하고, 다만 중요한 건 그 길로 쭉 가면 안 되고 자기가 깨달아서 좋은 방향으로 가야하죠.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서...
“뮤지컬은 다 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 팀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공연이 나오는데, 그렇게 한 공연의 퀄리티와 자기만 튀려고 하는 공연의 퀄리티는 확연히 달라요. 저는 대학에서 그런 걸 많이 배웠고, 그러다보니 앙상블 할 때도 되게 즐거웠어요. 작품에서 하나의 ‘조각’을 맡은 내가 이를 채워 넣어야 완벽한 공연이 되니까, 다 같이 어우러진다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한다면 아름다운 공연을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해요.” 또한, 최 배우는 ‘연기’는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며 뮤지컬 배우를 하려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연기를 처음 배웠는데 교수님이 자기가 하는 모든 캐릭터는 이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설령 그 역할이 연쇄 살인범일지라도 그렇게 해야만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뉴스를 보면서, 일상생활을 하며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요. 이뿐만 아니라 운동도 많이 하고, 노래 레슨도 받으며 계속 갈고 닦아야죠. 끝이 없어요.”
뮤지컬 배우로서의 시간이 흐르며 느끼는 것이 많다는 그녀. 현재에 자만하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일단은 지금 이렇게 큰 역할을 맡고 좋은 공연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너무 욕심 부리고 조급해하는 건 오히려 연기를 그르치는 거라고 생각해서 좋은 마음을 먹고 성숙하게 살려고요. 뮤지컬 배우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세월이 흐르며 느끼는 게 참 많아요. 지금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만 나중엔 저런 생각도 하며 몰랐던 무언가를 깨닫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만의 영롱한 빛이 나는 인간이 되면 연기에서도 그 깊이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특별함이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에요.”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뮤지컬 배우 최서연의 앞에 놓인 10년 뒤, 20년 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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