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외국어 교육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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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외국어 교육에 대한 단상
  • 이보경(방목기초교육대학 자연교양) 교수
  • 승인 2017.06.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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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 확히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최근 들어 우리는 이 용어를 자주 접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대선 이라는 중요한 정치·사회적 결정 과정에서 이 용 어가 많이 회자하였고, 심지어 이로 인해 그 개 념을 정확히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미 약 간의 피로가 쌓인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용 어는 2016년 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등장하였고, 이후 점차 반향을 일으키며 현재의 논의에 이르게 되었는데, 주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산업혁명 정도로 인식하는 수준이 일반적일 것이다. 필자 의 지식도 이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최근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영어교육>에 관한 세미나에 참 석하여 여러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시 대의 도래를 앞둔 지금 첨단 기술이 우리의 교육, 특히 외국어교육에 미칠 영향으로 인한 기대감 과 막연한 두려움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것이 사실 이다. ‘1, 2, 3차 산업은 아직도 배가 고플 텐데…4 차가 치고 들어오다니…’ 개그적 상상력과 함께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준비를 해 보겠다는 나름의 사명감을 장착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시청역에서 평가원 건물로 향해 난 덕수 궁 돌담길의 운치는 잠시 이런저런 단상으로 인한 속 시끄러움을 잠재우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 라, 오래된 것만이 선사할 수 있는 따뜻함과 안정 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오래된 것을 오랫동안 느껴보기 위해 천천히 길을 따라 걸어 보았다.
세미나는 4차 산업혁명의 알려진 개념에 대한 설명부터, 이러한 새로운 산업의 추세가 영어교 육에 미칠 영향, 더 나아가 미래의 영어 교과서 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야 하는가 등에 관한 내 용으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우리 학생들을 어찌 교 육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희미하게나마 보 았는가…. 하면,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아 직 초기 단계인지라, 앞으로 더 발전된 논의를 기 대해볼 수 있겠으나, 세미나 개최를 위한 연사의 섭외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는 사회자의 발언은 4차 산업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우리의 예측력 과 상상력이 집단지성으로 더 확대되어야 할 필 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종합토론에서는 다소 뜨거운 논의들이 이어 졌다. 체스와 바둑 등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제 패했다고 해서, 인간이 더 체스와 바둑을 즐기지 않는가? 여전히 즐기고 있으며, 오히려 더 흥행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이 교 육계에 가져올 바람에 대해 섣부른 불안감 조성 이나 회의론에 휩싸일 필요까지는 없다는 신중론. 기존의 서적 기반의 교과서에서 벗어나 학습 자 개개인에게 맞춤화(customize)된 교과서의 실현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 구글 번역 기며 각종 인공지능 기기들이 외국어가 필요한 상황에서 폭넓게 사용될 테니 우리의 외국어교 육은 이제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는 비관론 등 다양한 논점과 시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그간 우리 사회의 교육 양극화, 예를 들어 이른바 잉글리쉬 디바이드 (English divide)라고 하는 양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또한 되새겨볼 만하였다.
얼마 전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크가 문재 인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 다. 대통령은 그 답신을 페이스북에 게재하였고, ‘사람 중심 (focusing on people) 4차 산업혁명’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철학자 도올 김 용옥은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4차 산업은 실업자를 양산하는 구조이며, 인간을 문명에서 퇴출하자는 것이라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 기도 했다. 우리가 모두 바라는 새로운 산업의 시대는 인간과 인간의 노동이 더욱 존중받는 사 회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발언들이라고 보겠다. 교육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첨단 과 학기술로 인해 인간이 학습을 포기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교육의 양극화가 일어나서도 안 된다. 4차 아니라 5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중 요한 가치는 역시 사람이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안일하게 오늘을 사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겠지만, 아직 오지 않 은 미래에 대해 섣부르게 불안해하는 것 또한 항 상 변화에 대처해야 할 숙명을 안고 사는 현대인 의 덕목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업무의 전 산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 사무실에서 종이가 사라질 것이란 수십 년 전의 예측도 아직은 맞지 않아 보이고, 전자책 (E-book)의 출현이 종이 책을 멸종시킬 거란 예측도 보기 좋게 빗나가지 않았는가. 세미나를 마치고 걸어 나오는 덕수궁 돌담길의 저녁 모습은 가로등의 불빛을 받아 더 욱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첨단 4차 산업 시 대로 들어가는 길목, 그곳의 중심에도 사람이 있 기를…. 그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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