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갇힌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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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갇힌 대학생들
  • 권민서 기자
  • 승인 2017.05.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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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졸업하지 않는 이유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3%를 기록했다. 1월 실업률인 8.6%보다 3.7%p나 오르며 역대 2위를 기록한 수치다. 2월이 되면 청년실업률은 항상 그 해의 최고치를 찍는다. 대학가의 졸업 시즌을 맞이하여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이 졸업을 하고, 이와 함께 실업률도 상승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에게 졸업은 곧 실업을 의미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학교라는 안정적인 소속 기관을 벗어남과 동시에 직면하는 사회라는 벽, 이를 넘기엔 준비가 되지 않은 대학생들이 많다. 그 결과, 졸업을 미루며 학교에 재학생 신분으로 남아있는 이들이 생겼다. 졸업은 할 수 있지만 자발적으로 학교의 울타리 안에 남아있는 졸업유예자들, 그들이 졸업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봤다.

왜 졸업을 유예할까? 

졸업유예라는 개념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 대학졸업자 실업 감소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정 부는 20만 여 명의 대학교 졸업예정자 중 희망자에 한해 수강료 일부를 내 고 졸업유예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후에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졸업유예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했다. 지난 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 졸업예 정자 6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졸업유예를 할 것이다’라고 답 한 학생은 10명 중 3명 꼴인 2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졸업 유예를 계획하는 이유로 가장 많은 63.3%의 학생들이 ‘인턴십 및 직무 경 험을 쌓기 위해’라고 답했다. 뒤따르는 요인으로는 △외국어 점수나 전공 자격증 등 부족한 스펙을 채우기 위해(47.6%) △졸업 후 취업이 안 되면 무능력자로 보일 것 같아서(45.2%) △신입사원 채용 시 졸업예정자를 대 상으로 하는 기업이 많아서(37.3%) 등으로 나타났다. 졸업유예를 하는 주 요 요인이 취업과 관련됐으며,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 때문에 졸업을 미룬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졸업유예를 계획 중인 장서연(국통 15) 학우는 “아무래도 불확실 한 미래 때문에 바로 졸업하기가 망설여진다. 초중고 12년을 다니고, 곧바 로 이어진 대학교 4년이 지나면 사회에 나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암 울하기도 하다. 그래서 졸업 시에 취직이 확정되어 있지 않으면 바로 졸업하 기보다는 졸업을 유예하고 경험을 더 쌓으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할 계획이 다”라고 전했다.

일반졸업생 vs 졸업유예생

 

그렇다면 일반졸업생과 졸업유예생은 정말 차이가 있을까? 2014년 발표 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양정승 부연구위원의 ‘4년제 대졸자의 졸업유예실 태와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 중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 동안 30세 미만의 4년제 대학 졸업생 54,35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를 보면, 일반 졸업생과 졸업유예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졸업평점에 있어서는 일반졸업생 3.69점, 졸업유예생 3.56점으로 졸업유예생이 더 낮은 수치를 보였고, 차이 또한 크지 않았다. 그러나 토익성적과 인턴 경험 비율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일반졸업생의 토익 성적은 754점인데 반해, 졸업 유예자는 789점으로 35점이나 높다. 인턴 경험 또한 졸업유예자가 17.5%를 나타내며 일반졸업자보다 3.7%p 높은 수치를 드러냈다. 이에 양정승 부연
구위원은 “졸업평점은 최소 4년간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올리 기 어려워 두 집단 간 차이가 크지 않지만, 영어 성적은 단기간의 집중학습 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졸업유예자가 일반졸업자보 다 성적이 높다”고 분석했다. 취업의 질적인 면에서도 일반졸업생과 졸업유예자는 분명한 차이가 난 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두 집단의 취업률을 비교했을 때, 졸업유예생의 취 업률이 일반졸업생보다 일관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졸업유예자의 취업률 은 73.3%~80.3%로 일반졸업자 69.4%~77.4%의 취업률보다 높다. 대기업이 나 공공기관 등 선망직장의 취업률 또한 졸업유예자가 6.8%~10.5%의 취업 률을 보이며 4%~6.1%의 취업률을 보인 일반졸업생보다 확연히 높은 수치 를 기록했다. 월 평균 임금도 2013년 기준 졸업유예자는 229만 원, 일반졸업 생은 2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결과적으로 졸업 평점을 제외한 △어 학 성적 △인턴 경험 △취업률 등의 분야에서 일반졸업생보다 졸업유예자 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일반 졸업생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졸업유예자의 취업성과는 우수한 스펙의 영향일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스펙을 쌓기 위한 졸업유예는 개인의 입장 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에게 NG족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는 이들을 가리켜 ‘No Graduation’, 줄여서 ‘NG족’ 이라 칭하기도 한다. 졸업 여건을 갖췄음에도 졸업을 하지 않던 NG족은 작 년까지만 해도 대학에게 있어서 말 그대로 NG였다. 재학생이 증가할수록 학생당 전임교원 비율이 낮아져 취업률 평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등, 각종 대학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5년에 서울여 대는 졸업유예제를 폐지했고, 이화여대는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을 재학 생도 졸업생도 아닌 ‘수료생’ 신분으로 분류했으며, 건국대와 서강대 등의 학교도 관련 학칙을 개정했다. 또한, 비싼 졸업유예금을 걷어 학생들의 졸 업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졸업유예제는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시행하 는 제도이기에 그 금액 또한 30만 원부터 8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양정승 부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월 평균 소득이 100~400만 원 인 대학생의 졸업유예율이 가장 낮고 월 평균 소득이 높아질수록 졸업유예 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졸업유예금이 학생들의 졸업 결정에 영향을 주 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폐단을 타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8일, 교육부는 ‘대학 학사제 도 개선방안’을 통해 졸업유예제를 법제화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동안의 졸업유예제는 법적으로 명시된 규정 없이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운영해 서 폐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각 종 대학평가에서 졸업유예생을 재학생으로 여기지 않아 대학이 불이익 을 받을 일은 없게 됐다. 그러나,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은 졸업유예생 을 재학생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뿐, 이외의 졸업유예금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졸업유예제가 현재처럼 각 대학마다 천차만별의 금액으로 시행돼도 이에 대한 제재가 없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학이 졸업 유예 학생들에게 거둬들인 등록금은 2015년 기준 전국 107개교에서 35억 여원에 달한다. 또한, 교육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대학생 졸 업유예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의 조사 결과 2015년에 전국 93개의 대학 중 졸업유예 시 의무적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학교는 과반수 이상인 57 곳으로 나타났으며, 졸업유예금을 내야 하는 학교도 전체의 82.8%인 77 곳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 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에 법안을 발의했다. 대학이 졸업유예생에게 무리 한 졸업유예금을 요구하거나, 학생에게 필요하지 않은 강의를 의무적으 로 수강하게 하지 말아야한다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19대 국 회가 임기가 만료되며 법안이 자동 폐기된 상태로, 개정안의 도입시기와 시행 여부는 현재까지도 불투명하다.
 

기업은 재학생을 더 선호?

취업준비생들이 스펙 쌓는데 필요한 대외활동도 졸업예정자를 대상으 로 모집하는 것이 대다수다. 지난해 청년단체 ‘청년이여는미래’가 2015년 ‘잡코리아’의 상위 100대 기업 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총 133개의 대외활 동 중에 66.1%에 달하는 88개의 모집요강이 지원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대외활동의 이름부터 ‘대학생 기자단’, ‘대 학생 서포터즈’ 등의 종류가 많기에 졸업예정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 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의 대외활동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따라 서 졸업생 신분보다 재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의 폭이 넓기에,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는 재학생 신분으로 남는 것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 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는 기업이 졸업생보다 재 학생을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돈지 오래다. 실제로 취업준비생 1,116명 을 대상으로 한 ‘잡코리아’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졸업유예를 한 이유로 45.3%의 학생들이 ‘기업의 졸업생 기피 현상’을 꼽았다. 장한별(아랍 11) 학 우는 “같이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이나 가족들, 선배들한테 취업에 관해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기업이 재학생을 선호한다는 거다. 실제로 졸업예정자만을 채용 대상으로 올리는 공고들도 꽤 있는 편이고 어느 정도 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취업할 때 공백기가 있으면 구직자에게 마이너스 요소인데, 졸업 후 기업의 면접 시 왜 남들처럼 졸업 준비할 때 취직 못 했 냐, 공백기동안 뭐했냐는 압박질문을 받기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졸업을 미루기도 한다”고 전했다. 기업은 정말로 졸업생보다 재학생을 더 선호할까? 기업의 인사담당자들 은 이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놓았다. 2016년에 취업포털 ‘사람 인’이 251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채용시 졸 업 여부가 선호에 미치는 영향’ 항목에서 58.6%의 기업이 상관하지 않는다 고 답했으며, 오히려 졸업자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30.7%이고 졸업예정자 를 선호한다는 의견은 10.7%를 차지했다. 기업은 졸업자를 졸업예정자보 다 선호하는 이유로 △입사의지 더 확고 △입사 일정 맞추기 수월 △나이가 많아 노련함 등의 요인을 꼽았다. 이에 대해 아이랭스필드의 양정무 회장은 “학생들이 졸업요건을 갖췄음에도 졸업을 유예할 땐, 이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졸업을 하지 않은 이유가 본인만의 사회적 경험을 쌓기 위해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오직 취업을 위해서라면 사실 낭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기업이 원하는 건 그것이 아 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텅 빈 졸업식장, 차가운 봄의 대학생들

▲ 사진은 지난 2월 우리대학 인문캠 채플관에서 진행된 졸업식의 빈 좌석들이다.


2월, 대학마다 졸업식이 한창인 시기다. 학사모를 쓰고 꽃다발을 들고 다 니며 학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던 모습은 보기 드물어 졌다. 요즘의 졸 업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은 텅 빈 좌석들이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 는 학생들이 증가하며 졸업식에 활기가 없어진 것이다. 지난해 2월에 대학 졸업예정자 1,391명을 대상으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진행한 설문 조사 에 따르면 응답자 중 60.6%가 취업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30.9%가 졸업 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취직을 못해서 가기 싫다 △ 취업 준비로 바쁘다 △갈 필요가 없다 등으로, 대부분의 키워드에 빠지지 않고 취업이 등장했다. 졸업과 구직이 같은 의미로 여겨지는 사회, 이 때문에 졸업을 미루거나 졸업 식에 참석하지 않고, 무직 상태에서 졸업하면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많은 대 학생들이 졸업하는 2월,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난 속에서 취업시장을 헤매고 다니는 청년들에겐 따뜻한 봄의 시작이 아닌 차가운 현실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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