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장미 대선 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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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장미 대선 D-8
  • 권민서 기자
  • 승인 2017.04.3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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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장미 대선 D-8

 

장미대선.jpg

 

꽃 피는 장미 대선 D-8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최초로 대통령의 탄핵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12월로 예정되었던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5월로 앞당겨졌다. 여느 때처럼 추운 겨울이 아닌 완연한 봄, 장미가 피는 시기에 치러진다 하여 이름 또한 장미 대선이다. 아름다운 장미의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이면에 숨겨진 의미는 아주 무겁다. 어른아이 할 것 없는 100만의 촛불이 타올라 국민이 진정 승리한 이후의 첫 대선이니만큼, 높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20대의 고질적 문제였던 정치적 무관심 문제도 이번 사태를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까지 약 일주일의 시간이 남은 현 시점에서 대선을 톺아봤다.

  

 

  

  

 

  

  

 

  

장미 대선에 오기까지

  

헌법 사상 최초의 탄핵 판결과 조기 대선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버금갈 만한 초유의 정치 스캔들 때문에 발현된 결과다. 민간인 신분으로 국정의 대소사에 관여하고 국민의 세금을 훔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고 촛불시위는 3월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3월,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의 탄핵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 5월 조기대선이 현실화됐다. 따라서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간은 평균 6개월 정도 걸렸던 일반적인 대선 준비 기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조기 대선의 특성상 19대 차기 대통령은 곧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선출된 모든 대통령들이 약 2개월의 정권 인수 기간을 거친 것과 달리, 인수위원회를 꾸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국무총리와 장관을 지명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약 한 달간은 이전 정부 장관들과 국정을 운영해가야 한다.

  

 

  

쇼트트랙 대선의 짧은 준비기간

  

이번 대선은 쇼트트랙 대선이라고 불릴 만큼 대선 준비 기간이 짧은 것이 큰 특징이다. 이에 따라 역대 대선과는 색다른 양상을 지니는데 이번 대선만의 특징을 살펴보자

  

 

  

1. 아이디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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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선거 포스터(왼쪽)와 문재인 후보의 정책 쇼핑몰 ‘문재인 1번가’ 홈페이지(오른쪽)이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선거 홍보 전략은 유달리 창의성이 두드러진다. 안 후보의 선거 포스터는 이제석광고연구소 이제석 대표의 아이디어로, 후보자의 사진과 당명, 핵심 문구, 이름이 비슷한 위치에 정형화된 형식으로 제작됐던 보편적인 선거 포스터와 다른 형식이다. 당명은 넣지 않았고 후보자는 양 팔을 하늘로 쭉 뻗은 상반신 사진을 사용한 이례적인 형태다. 해당 선거 포스터를 제작한 이제석 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벽보는 역사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후보는 유명 쇼핑몰 이름을 패러디 한 ‘문재인 1번가’ 정책 쇼핑몰을 내놓았다. 실제 쇼핑몰 같은 디자인을 통해 공약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정책을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녹조가 심각한 강의 모습을 파란색 페인트로 칠하는 형태의 포스터를 제작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 후보의 이런 창의적 홍보 전략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SNS본부의 아이디어다.

  

 

  

2. 발자국 지우기

  

한 후보가 우세하거나 유세를 한 지역에 다른 후보가 곧바로 이동해 선거 유세를 하는 방식을 후보의 흔적을 없앤다하여 ‘발자국 지우기’라고 한다. 단기간에 많은 지지자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속도 있게 타 후보를 견제하는 방식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17일과 그 다음날 선거유세 동선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17일 문 후보는 대구와 대전을 거쳐 광화문에서 피날레를 장식했고, 안 후보는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주와 광주를 방문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반대 동선으로 문 후보는 전주와 광주를, 안 후보는 대전과 광주를 방문했다. 첫날 이동거리만 문 후보는 630km, 안 후보는 600km에 육박한다. 취약 지역에서 외연을 넓히기 위한 ‘발자국 지우기’ 전략이다.

  

 

  

3. 공통 공약, 多

  

후보들 각자가 갖고 온 공약들은 타 후보와의 차별화에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준비 기간이 짧았기에 세세한 부분의 완성도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복지공약을 대표적 예시로 살펴보자면, 기초연금 인상 공약에서 △심상정 후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20만 4010원 지급 △문재인 ․ 홍준표 후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30만원 지급 △유승민 후보,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 소득 하위 50%로 확대 △안철수 후보, 소득 하위 50% 노인에게 30만원 지급 공약을 내놓았다. 수치적으로는 공약이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또한,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복지 정책은 2012년에 내놓았던 본인들의 공약을 복제한 것 같이 닮았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경제학과 우석진 교수는 “이러한 복지공약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무난하고 보편적인 내용으로 수렴하게 되어 있다. 가장 많은 중간 계층의 표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청년 공약 분석

  

‘19대 대선 대학생 요구 실현을 위한 전국대학 학생회 네트워크’가 전국의 대학생 4,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6%가 이번 대선에서 꼭 투표를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표심은 부동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8일에서 20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20대 중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62%에 달했다. 지난달 19일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 수치인 3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들은 20대 표심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대선 후보가 최우선으로 내건 10대 공약에서 청년 공약을 찾아봤다.

  

문재인 10대 공약 중 5번째, [재정경제] 분야에 청년 공약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공약이다. 청년고용할당제 확대를 통해 공공부문의 청년 의무 고용 비율을 3%에서 5%로 증가시키고,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을 통해 정부의 공공 고용서비스에 참여해 구직활동을 한 이들에게 9개월 간 매달 30만원 씩 수당을 지급한다.

  

홍준표 첫 번째 공약인 [국방] 분야의 바로 다음 차례에 청년 일자리 공약을 위치시켰는데, 그만큼 청년 일자리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홍 후보의 주요 청년 공약은 ‘청년 일자리 뉴딜정책’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110만 개를 창출 시키겠다고 밝혔으며,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청년실업자의 10만 명을 혁신형 중소기업에 취업시키고 기술 창업과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안철수 안 후보는 4번째에 청년 공약을 내걸었다. ‘청년고용보장 계획’의 실시를 통해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에게 2년 동안 매달 50만 원씩 총 1200만원을 지원하고, 구직 청년에게는 매달 30만원의 훈련 수당을 6개월 간 지급하여 청년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유 후보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10대 공약에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4번째 [재정경제] 분야에 청년 창업에 대한 내용을 넣었다. 대학생의 3%가 창업을 생각하고 그 중 불과 0.1%만이 창업을 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창업을 통해 자수성가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창업교육 의무화 및 대학 창업 인프라 지원 확대 공약을 제시했다.

  

심상정 10대 공약의 마지막에 후보들 중 가장 많은 청년 공약을 넣었다. 심 후보는 “흙수저 없는 사회, 버팀목이 되는 든든한 국가”라는 슬로건으로 △청년사회상속제 도입 △국립대 등록금 무상, 사립대 반값 등록금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청년실업부조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이 중 ‘청년사회상속제’는 국가의 상속증여세 세입 예산 5조원을 매년 20세가 되는 청년 전체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청년실업의 안전망에 역점을 뒀다.

  

 

  

  

 

  

막판 변수 가능성은?

  

 

  

쇼트트랙 대선답게 그 결과도 끝날 때 까지 알 수 없다. 아직 결집되지 않은 투표층이 많기에 어쩌면 발 한끝차이로 희비가 교차될지 모른다. 지지율을 바꿀 만한 몇 가지 변수를 꼽아봤다.

  

 

  

대선 TV 토론 

  

본래 대선 TV 토론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더욱 확고히 하는 ‘확증편향’의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조기 대선으로, 짧은 기간 때문에 대선 주자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시간이 부족해 고정 지지층이 적다. 따라서 후보들에게 본인의 비전과 공약을 알릴 수 있는 대선 토론은 큰 기회다. 지난달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전국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지난달 13일의 토론을 보고 “지지자를 바꿀 생각이 들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10.6%에 달했다.

  

실제로 대선 토론 후 후보들의 지지율도 변화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27일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선 후보 지지율은 문 후보 44.4%, 안 후보 22.8%, 홍 후보 13%, 심 후보 7.5%, 유 후보 5.4%로 나타났다. 심 후보는 4월 1주차 3.6%의 지지율에서 3.9%p가 상승하여, 무리라고 평가됐던 지지율 두 자리 수 진입의 실현 가능성도 증가했다. 또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격차는 지난주 18.3%p에서 이번주 21.6%p로 벌어졌는데, 문 후보에 비해 안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며 생긴 결과다. 이에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3차 토론에서 정치적 미숙함을 보이지 않았다면 지지율이 많이 하락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변화는 대선 토론의 역할이 아주 컸다”라고 전했다.

  

 

  

후보 간 연대 

  

낮은 지지율이 계속 된다면 후보들이 단일화를 할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다. 두 후보는 선거를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바른정당의 이종구 정책위원장은 “29일까지 기다려보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후보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와 보수, 진보와 진보가 단일화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결과가 어찌될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투표층

  

투표층에는 적극적으로 투표 참여 의지를 밝힌 적극투표층, 그리고 이와 반대로 여론조사 등에 응답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shy)투표층이 있다. 지지자들 중 적극투표층과 샤이투표층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예상한 투표율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층을 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지지층을 잘 간수하여 적극투표층과 샤이투표층을 확고히 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 

  

  

  

To. 청년, 투표합시다

  

그동안 20대는 18대 대선에서 68.5%, 17대 대선에서 46.6%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연령대 중 가장 낮은 투표율로,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연이은 촛불집회가 있었고 그 중심에는 정치에 무지하다는 비판을 받던 청년층이 있었다. 정치적 논외에 있다고 평가받던 20대 청년의 반란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대선의 총 유권자 4,244만 명 가운데 20대 유권자는 전체의 약 16%인 676만 명이다. 이는 결코 적은수가 아니다. 이번 선거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국민의 주권의식이 매우 고양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선거다”라고 평가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는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다. 5월, 청년의 힘을 다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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