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도 되는 ‘종이 배터리’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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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어도 되는 ‘종이 배터리’ 시대 열린다
  • 김지수
  • 승인 2017.04.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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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어도 되는 ‘종이 배터리’ 시대 열린다

접어도 되는 ‘종이 배터리’ 시대 열린다

종이가 새로운 에너지 저장장치 소재로 탄생해 화제다. 휘어지는 고효율 종이 배터리가 그것. 기록 과 포장이라는 고유의 역할을 넘어 종이의 영역이 정보기술(IT)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NT(나노 공학) 와 IT가 만난 획기적인 이 제조기술은 앞으로 휴대 용 배터리 용량 확대 등에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터리는 약간의 변형 으로 휘어지는 정도의 곡선형 가변형 배터리가 최 고 연구 기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스웨덴 린 셰핑대(LiU) 물리 전자공학과 버그렌 교수팀이 가 로로 접고 세로로 접고 두루마리처럼 둥글게 말아 도 안정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종이 배터리’를 개발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종이 한 장 크기의 이 배 터리는 마음대로 접어도 망가지지 않을 만큼 유연 성이 뛰어나고, 심지어 일부를 잘라내도 기능을 유 지한다.

전력을 공급하는 종이의 주재료는 나무의 약 40%를 구성하는 셀룰로스. 셀룰로스는 식물체 세 포막의 주성분으로 섬유소라고도 한다. 연구팀은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스 섬유에 고압의 물을 쏴 서 지름 20㎚(나노미터)까지 얇게 만든 다음, 여기에 전기적으로 대전시킨 고분자 화합물을 가했다. 그 결과 섬유 주변에 아주 얇은 코팅 막이 생기면서 전 기가 잘 흐르는 소재가 만들어졌다. 헝클어진 코팅 섬유 사이에는 작은 구멍이 많이 뚫려 있고, 이 빈 곳에 든 액체가 전해질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휴대용 기기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배터리다. 용량이 큰 보조 배터리의 최대 단점은 휴대하기가 너무 무겁다는 것. 반면 종 이의 가장 큰 매력은 ‘가벼움’이다. 게다가 나무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 이다. IT업계가 최근 종이 배터리에 주목하는 이유다. 종이 배터리가 현실화된다면 수많은 휴대용 전자 기기는 자연스럽게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된다.
 

배터리 역할을 하는 박막은 이미 오래전에 개발 되었다. 2007년 미국 렌셀러 폴리테크닉대학의 연 구팀이 검은색 탄소 나노튜브를 입힌 종이 배터리 를 만들었고, 2009년에는 스탠퍼드대학의 연구팀이 코팅 방법을 단순화해 생산단가를 낮췄다. 하지만 지나치게 얇기만 할 뿐 전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 아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버그렌 교수팀이 개발한 ‘종이 배터리’는 단 몇 초 만에 원활하게 충전할 수 있고, 수백 번까지 재충전 사용이 가능하다. 지름 15㎝인 종이 배터리 한 장에는 최대 1F(패럿)까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종이 배터리’ 기술이 앞으로 다가올 웨어러블 기기의 전원이나 전기 자동차의 동력 에너 지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 로 전기·전자 재료, 생체의학 재료, 나노복합 재료 등에 널이 쓰이고 있고, ‘스마트페이퍼’에 대한 연구 도 진행 중이다. 스마트페이퍼는 단순히 정보를 적 어 놓는 데 그치지 않고,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하거 나 제공하는 종이를 말한다. 스마트페이퍼의 개발 이 완료되면 삶의 질은 한층 더 개선될 것이다.

현재 핀란드와 스웨덴, 미국, 일본 등에서 IT와 종 이를 접목한 복합체를 개발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는 ‘바이오 액티브 종이’의 개발을 고대하고 있다. 이것은 생물학적 센서를 가 진 종이다. 맥주병에 붙은 종이가 온도에 따라 색깔 이 변하는 것처럼, 세균이나 독성물질 등이 감지되 면 내장된 잉크가 반응해 색깔을 나타내는 식이다. 이 종이를 포장지로 쓰면 제품이 유통되는 동안 손 쉽게 품질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바이러스나 신경전달물질을 이용한 생물학적 테러를 예방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미국 육군은 나노 셀룰로스로 군복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종이 배터리나 전자제품을 다른 물질과 함께 군복에 직조하면 된다. 그럴 경우 군복은 화학 전에 뿌려진 화학제를 감지할 수 있고, 종이 태양전 지를 군복에 넣으면 야간투시경 같은 전자제품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과학계의 종이 욕심은 끝이 없다.
 

과학계는 궁극 적으로 ‘종이 배터리’를 인공장기 동력으로 쓴다는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이제 ‘종이는 고루하다’는 생 각을 버리자. 또 어디선가 종이의 낯선 모습을 마주 할지 모를 일이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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