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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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 윤휘종 기자
  • 승인 2017.03.2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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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기자수첩

기자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의 덕목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모 방송사 뉴스에서 ‘팩트체크’란 코너를 다루듯이, 대부분 ‘사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기자가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니! 필자가 요즘 유행하는 ‘페이크 뉴스’에 오염됐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사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사실은 존재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다르게 본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같은 사실을 다르게 보도하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순수한 객관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볼 때 그것은 변질된 주관으로 다가온다. 근대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우리의 인식은 대상에 따른다는 기존의 사상을 역전시켜, 우리의 선천적 형식에 따라 대상이 인식된다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사물자체는 존재하지만, 인간은 사물자체를 알 수 없고 그것이 파생시킨 현상만을 선천적 형식인 감성과 오성에 따라 받아들이고 파악한다. 칸트는 인간 보편 인식을 말했지만, 필자는 개별자마다 인식이 달라진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자신이 낀 렌즈에 따라 세상을 본다.

  

자, 그러면 기자는 사실이 아닌 ‘무엇’을 보도하는가? 정확히 말하면, 기자는 자신이 ‘묻고 답변 받은 내용’을 보도한다. 여기서 핵심은 ‘묻기’이다.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기자가 질문하지 않으면 매체에 실리지 않는다. 그리고 기자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보도되는 내용은 전혀 달라진다. 우리는 각자의 가치관, 신념, 지식에 따라 다른 질문을 던진다. 좋은 기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깊게 혹은 창의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의 전공인 철학은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전공인 철학을 통해 세상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기사를 쓰고 싶다. 또한, 학내 민주주의와 권력 감시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것이다. 기사를 쓸 때마다 다짐하는 문장으로 글을 마치겠다. “좋은 질문은 틀린 답을 고친다”  

    

기자수첩 셀카.jpg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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