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빚’나는 청춘들,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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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빚’나는 청춘들, 마지막 이야기
  • 정수민 기자
  • 승인 2017.03.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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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안 보이는 빚더미 속에서 청년실업을 찾다

<사회연재기획>

반짝반짝 ‘빚’나는 청춘들, 마지막 이야기
끝이 안 보이는 빚더미 속에서 청년실업을 찾다.

실업률이 16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 실업자 수만 13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청년 실업률은 12.5%로 밝혀졌다. 이웃 나라 일본의 청년실업률이 5.2%인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해가 거듭날수록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재학 중에 빌린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까지, 발등에 불 떨어진 취업준비생들에겐 암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작도 전에 빚더미에 빠진 학생들. 결국, 답은 취업에 있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보다 괜찮은 조건에서 수입을 얻어야 한다. 풀리지 않는 문제 청년실업. 그 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청년실업률, 16년 만에 미국 추월
2월이 되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어김없이 치솟는다. 지난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청년실업률 또한 12.3%를 기록했는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1월(8.6%)보다 무려 3.7%포인트 오른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달 발표된 경제협력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15~24세) 실업률이 16년 만에 미국을 추월했다. 미국의 청년실업률은 2010년 18.4%에서 2016년 10.4%까지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2012년 9%에서 △2013년 9.3% △2014년 10% △2015년 10.5%에 이어 2016년 10.7%를 기록한 것이다. OECD 35개 회원국 중 3년 연속 청년실업률이 오른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프랑스, 핀란드 등 6개국뿐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이를 대변하는 갖가지 신조어들도 등장하고 있다. ‘헬조선’, ‘N포시대’뿐만 아니라 이십 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과 31세가 되면 절망한다는 의미의 ‘삼일절’과 같은 안타까운 신조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 실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우리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던 제조업의 부진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청년들이 목표로 삼았던 일자리들이 대폭 줄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부산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정다영 씨는 “최근에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취준생들이 많아지고, 그에 맞는 시험과 스펙을 준비하고, 또 높은 경쟁률 때문에 준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청년실업률도 높아지는 것 같다”며 “실제로는 주위에 아직 직장을 가지지 않은 친구들이 훨씬 많은데 오히려 10%를 웃도는 수치가 체감상 적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답했다.

청년 체감실업률 34.2%
매년 오르고 있다는 청년실업률.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청년실업률은 9.8%이다. 하지만 정다영 씨의 말처럼 10%를 웃도는 수치는 체감상 적게 느껴진다. 10명 중 9명은 이미 취업을 했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2016년 청년 체감실업률의 수치는 조금 다르다. 34.2%. 20명 중 7명은 취업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사실 통계청에서 정의하는 공식적인 청년실업자는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하며,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실업 상태인 인구’이다. 즉,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청년실업률은 ‘실업자∕경제활동인구’인 것이다. 이는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했다는 뜻인데, 2015년 통계청 청년 인구 기준, 949만9천 명 중 54%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절반이 넘는 청년들이 실업률 통계에 끼지도 못하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경제활동인구에 일용직과 임시직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동아대학교 졸업유예 중인 강소영 씨는 “취업 활동을 하면서 경쟁률을 확인할 때마다 청년실업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 10명 중 9명이 취업을 했다고 보는 것이라면, 비정규직, 기간제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며 “체감상 느끼는 것보다 확실히 적은 수치이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식실업률 지표인 U3과 함께 실업자의 범주를 가장 넓게 본 U6을 사용해 체감실업률도 발표하고 있다. 이때, U6에는 공식실업자뿐만 아니라, 경계 실업자, 불완전 취업자가 포함돼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식 청년실업률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 체감 가능한 청년고용지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지난해 유경준 통계청장은 “체감 가능한 청년고용지표를 작성하는 방식의 실업자 통계는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실업 통계를 부풀린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정년퇴직과 청년실업난의 상관관계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기업 201개사를 대상으로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45.3%가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이 규정한 평균 연령은 59세이다. 하지만 실제로 퇴직하는 인원들의 평균 연령은 51.4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명예퇴직, 희망퇴직 인원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결혼적령기에 결혼해서 3년 안에 아이를 가졌다고 가정하면, 51.4세는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간 자녀를 슬하에 두고 있는 수준이다. 노년을 준비하기는커녕, 등록금 뒷바라지도 끝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젊은 인력들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청년실업과 퇴직률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부모세대가 물러나 줘야만 일자리가 창출되고, 일자리가 생겨야 자식 세대의 취업난이 해소될 수 있다는 논리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다영 씨는 “부모세대의 정년퇴직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정년퇴직으로 빠지는 인원만큼 충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공무원들이 정년퇴직을 맞으면서, 최근에 공무원 채용 인원이 급격하게 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 30대 청년층도 정리해고 대상자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진짜 현실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2,800여 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전체 판관비 가운데 69.5%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총영업이익경비율(금융회사의 인건비, 전산비, 임대료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를 영업이익으로 나눈 비율)이 시중 은행 중 가장 높다고 알려졌다. 여기서 말하는 희망퇴직은 ‘본인의 희망 의사에 따라 퇴직하는 일’을 정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회사 측의 퇴직자 명단 선정 후 희망자에 한해 퇴직을 시키는 제도라고 보는 것이 맞다. 보통은 기업에서 보다 많은 퇴직금을 미끼로 건다. 단기적으로 보면 퇴직금으로 나가는 돈이 급증해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에 해고당하기 전에 퇴직금이라도 많이 받으려는 노동자들이 동의하고 퇴직하지만, 거부자들도 적지 않다. 그나마 기술을 보유한 제조업 인력들은 전문성이 있어 이직을 노려볼 만 하지만, 서비스나 유통 분야 종사자들은 이직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부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선 이들을 ‘월급루팡’으로 인식한다. 불필요한 인력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꼴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전혀 맞지 않는 부서로 배치하거나 일을 주지 않거나, 심지어는 대기발령을 낸 뒤 다운그레이드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철강업체 ‘휴스틸’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의 업무공간을 화장실 앞으로 배치하는 등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로 정부 제재를 받기도 했다.

우리는 부모보다 못살 것
이에 젊은 세대들은 ‘우리는 부모보다 못살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딜로이트컨설팅이 세계의 밀레니얼(1982년 이후 출생)세대 7,90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17 딜로이트 밀레니얼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적 기대지수는 27개국 중 20위이다. 이는 대졸 이상 학력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다.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유예 중인 정영훈 씨는 “부모보다 잘살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부모만큼만 살아도 충분히 잘 사는 축에 속하는 것 같다”며 “퇴직하지 않은 부모세대의 직장인들은 많은 반면에,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장을 찾은 청년은 적다”고 말했다.
최근 부모의 경제 수준이 자녀의 경제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수저’ 논란이 거세지면서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한 구직단념자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구직단념자는 2000년 16만 5,000명에서, 지난해 49만 9,000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사실 이와 같은 상황을 부모세대가 쉽게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성세대들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 가능하다고 믿고, 그 믿음으로 무리해서라도 자녀의 교육에 힘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보다, 태어나서 정해지는 신분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 사이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임금피크제 또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데 한몫한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정년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하는 제도로, 기본적으로는 정년보장 또는 정년연장과 임금삭감을 맞교환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정년퇴직 수명은 늘리고, 그 임금을 청년들에게 나눠주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실속은 현직 노동자의 급여를 청년실업자들과 나눠 먹자는 소리이다. 즉, 부모 월급을 깎아서 자녀를 취직시키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 가정 안에서 노동력의 합은 증가하지만, 급여는 그대로인 꼴이다. 유럽과 같은 일부 선진국은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는 ‘점진적 퇴직제도’를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다. 임금을 깎는 구조가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임금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기존 노동자의 남는 노동시간을 모아 청년들에게 나눠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갈등 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중소기업 10곳 중 8곳, 구인난 겪고 있어
취업난이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아이러니한 일이 하나 있다. 지방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들도 부족한 상황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채용을 실시한 664개 회사 중 약 79%가 계획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10곳 중 8곳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자리를 구하는 인력이, 일할 사람을 구하는 곳으로 가면 되는 일인데 왜 이런 상반된 문제가 공존하는 것일까?

동부대우전자 충청지방 지사장으로 재직 중인 정 모 씨는 “사무실에서 영업관리를 하는 영업직 같은 경우는 모집 공고를 냈다고 하면 줄을 선다.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한번 입사하면 쉽게 그만두지도 않고, 애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반면에 판매직은 항상 구인난을 겪는다. 근무 일수, 휴무일수, 근무환경 등을 많이 따지고, 본인의 노동 강도 대비 급여가 적다고 생각하니 지원자가 거의 없다”며 “영업직은 급여가 안정적이지만, 판매직은 본인 능력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때문에 잘하는 판매직은 영업직보다도 훨씬 많이 벌 수 있음에도, 학력이 높을수록 판매직보다는 영업직을 선호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한 기업 내에서도 직종에 따라 구직난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정영훈 씨는 “이는 중소기업과 청년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에서는 연봉과 복지에 비해 많은 노동을 요구하고, 청년들의 경우는 본인의 역량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일단 대기업만 원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강소영 씨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급여와 복리후생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대부분의 청년은 이 같은 환경에서 일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청년들이 눈이 높아진 것도 맞지만, 그것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고 생각한다. 복리후생 외에도 직무개발 가능성도 적고, 일자리 부조화 문제도 많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도내 166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중소기업 채용개혁 및 청년채용 애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제조업체가 생각하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임금 등 복리후생 수준이 낮아서’(67.5%),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에’ (44.0%), ‘근로환경이 열악해서’(33.7%), ‘회사 소재지 여건(통근 불편, 문화공간 부족 등)’(29.5%)이 제시됐다. 또한 중소기업 청년 구인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로는 ‘중소기업 근무환경 개선’(41.6%),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39.8%), ‘중소기업근로자 특화 복지제도 확충’(38.6%), ‘기업 맞춤형 인력양성 교육체제 확립’(20.5%)이 제시됐다.
중소기업 자체도 알고 있는 그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청년은 중소기업에 입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제로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국내 ‘2016년 대졸 신입사원 연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대기업 신입 직원 연봉은 평균 3,893만 원이지만, 중소기업 신입 평균 연봉은 2,455만 원으로 월 100만원 수준의 차이를 보였다. 이들의 구직난이, 단지 청년들의 눈이 높아서라고 치부할 일은 아닌 듯 보인다.

모두가 다니고 싶은 일자리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779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1.8%가 ‘새로 충원한 인력이 1~2년 이내에 조기 퇴사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어렵게 인력을 구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떨어져 나간다는 뜻이다. 신라대학교를 졸업한 김문근 씨는 “아무래도 복지혜택 부분에서 기존의 중소기업보다는 더 좋은 혜택이 있는 회사를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어쨌거나 자신의 삶을 우선시하면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SBS ‘대통령과의 원탁 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방 가서 일하고, 중소기업에 가서 일하라는 것이다. 거기 가서 일하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눈높이를 낮춰라”고 발언하며, 청년실업의 원인을 ‘청년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라고 꼽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청년(19~29세)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달랐다. 청년 10명 중 8명은 ‘중소기업에 취업 의향 있다’고 답했고, 대졸자의 경우에도 72%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이다. 또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6년 청년사회, 경제 실태 조사에서 청년들은 가장 필요한 고용위기 해결방법으로 ‘괜찮은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를 첫 번째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남 소재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이 모 씨는 “지금의 직장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직장을 돌아다녔던 것 같다. 사실 지금 직장이나, 퇴사한 직장이나 연봉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이나, 근무 환경, 노동 강도 부문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며 “그 전에 다녔던 직장의 경우에는 변변한 사무실도 없어서, 겨우 1년 다녔는데 그동안 두 번이나 사무실을 옮겼다. 정말 이런 환경까지도 참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사표를 던지고 왔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중요한 건 중소기업이냐 대기업이냐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문근 씨 또한 “어떤 일자리에 다니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개인의 시간을 존중받을 수 있고 내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일자리이다”고 답했다.
일자리가 매우 급하고, 빚도 많은 청년이 왜 취직 후에 스스로 뛰쳐나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청년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만큼 임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너머에는 더 큰 ‘참을 수 없는’ 어떠한 대우가 있는 것이다. 정답은 모두가 다니고 싶은 일자리에 있다.

취업난 해소, 정답은 어디에?
최근 탄핵 인용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으로 강력 내세운 바가 있다. 당시 취업난에 시달리던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박근혜 정부는 당선 후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노동개혁 방안’을 내세웠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신규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규직에 대한 더 쉬운 해고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낮추는 대신 시간제 일자리, 즉 비정규직을 더 많이 뽑겠다는 소리다. 정규직 청년들은 정규직대로, 비정규직 청년들은 또 그들대로 불안정하게 되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는 고용률 상승에 도움이 된다. 때문에 노동단체에서는 ‘이는 공약 달성을 위한 편법에 불과하며, 평생 인턴제를 도입한 꼴’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선 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심각한 청년 실업률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대 정부들이 일자리 창출을 민간기업의 몫으로 돌린 반면,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이다. 더불어 OECD 국가들을 보면 실제로 2000년대 이후 공공 부분 일자리를 많이 생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 연금 제도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문 후보의 발언이 뜬구름 잡기가 아니냐는 질타도 만만치 않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또한 대선에 출마하면서 목소리를 냈다. 현재 구인난을 살펴볼 때,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일자리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 지사는 “기업들의 투자와 도전이 가능해야 모두가 바라는 일자리가 생기지만, 대기업과 재벌이 독점하는 지금의 산업 구조 안에서는 기업들이 도전할 수가 없다”며 “기존 일자리 문제는 경제민주주의 조치를 통해 임금 일자리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한편 신규 일자리 문제는 기업가의 도전이 가능한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를 건설하기에 앞서 이처럼 많은 대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큰 기대와 신뢰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정영훈 씨는 “이미 취업난의 해결방안은 없다고 본다.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사측에서 이를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이 취업난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누구든 한쪽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누구도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에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치 공약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을 봐서는 더는 기대는 없다”며 현실을 대변했다.

반짝반짝 빛나라
2010년 개봉한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주인공 동철(박중훈 분)은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진(정유미 분)에게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그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다 때려 부수던데. 우리나라 백수들은 다 지 탓인 줄 알아요. 응?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고. 아휴,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라고 건네며 “네 탓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아. 힘내”라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앞서 연재를 통해 다룬 학자금 대출부터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 아르바이트까지. 우리는 해 볼 만큼 했다. 여전히 취업은 안 되고, 학자금 대출 상환 기간은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해도 쉽게 빛을 끄지는 말자. 5월 9일. 장미처럼 강렬한 열정으로 대선 투표를 한다면, 어쩌면 이번엔 진짜 ‘빛’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수민 기자 zasmin97@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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