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거짓말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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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거짓말 유전자?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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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는 거짓말 유전자?

 

과학으로 보는 거짓말 유전자?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크고 작은 거짓말들이 오간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1.5회씩 거짓말을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도 10분 만에 거짓말을 3번이나 한다고 한다. 예의상 하는 하얀 거짓말, 악의적인 새빨간 거짓말, 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얼굴색 변화 하나 없이 거짓말하는 ‘강심장’도 있다. 그렇다면 주로 어떤 사람들이 거짓말을 잘할까. 또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의 유전자는 따로 있는 것일까.

 

병적인 거짓말쟁이들, 전전두엽 영역에 ‘백질’ 더 많아

지금 한국 사회는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모를 정도로 거짓말과 가짜 뉴스들이 떠돌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사회심리학과 폴 피프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일수록 윤리적 책임감이 떨어져 거짓말을 더 잘한다고 한다. 권력과 부의 풍족함이 그들에게 자유로운 사고와 독립성을 부여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학과 매디슨-위스콘신대학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는 연예인들 역시 거짓말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체 사이즈에 대한 거짓말을 잘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몸무게에 관한 거짓말이 가장 많았다. 여성은 평균 3.9kg, 남성은 0.7㎏을 줄였다. 또 50% 이상은 키, 20%는 나이를 바꿨다.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몸매의 소유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이상적인 수치에 맞춰 거짓으로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거짓말을 잘하는 부류 중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존재가 바로 부모다. 캘리포니아대학 게일 헤이먼 교수는 학생 130명과 그들의 부모를 조사하여, 부모의 80% 이상이 자녀에게 마음에도 없는 선의의 거짓말을 거의 매일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얀 거짓말들도 자주 하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게 헤이먼 교수의 주장이다.

탈세와 정치부정, 부패 같은 사회의 규범을 어기는 풍조가 만연한 사회일수록 개인의 정직성도 낮다. 영국 노팅엄대학의 연구자들이 사회의 정직성이 개인의 정직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나라의 정직성과 국민의 정직성이 대체로 같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가 썩었으면 자라는 세대도 별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병적으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어떤 상태에 놓일까. 우선 위기 상황만 되면 뇌에서 충동 조절 물질인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돼 순간적으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다음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지 않으면 안달이 나서 못 견디는 사람,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지어내 떠벌리면서 말하는 자신도 그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거짓말이나 망상을 현실과 혼동해 사실로 믿어버리는 증상을 ‘공상 허언증’ 또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유전자 결정론자들은 습관적·병적 거짓말을 대부분 유전적 소질 때문으로 보고 있다. 흥미롭게도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뇌에서는 생물학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뇌는 회백질과 백질로 이뤄지는데, 병적인 거짓말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한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뇌의 앞부분인 전전두엽 영역에 백질이 22∼26% 더 많다는 것. 바깥쪽에 있는 회백질은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반면 안쪽의 백질은 받아들인 정보를 다시 꺼내 뇌의 다른 영역으로 보내거나 새로운 정보로 재구성한다.

전전두엽은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등 고도의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 거짓말하는 동안 들통 나지 않으려면 전에 했던 거짓말을 떠올려 앞뒤 정황을 비교해 할 말을 찾는 게 필수다. 이 일은 전전두엽에서도 주로 백질의 몫. 이 때문에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백질이 넓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누구나 피노키오처럼 코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 안의 혈관 조직이 팽창해서 충혈 되고, 코가 간지러워져 무의식적으로 긁거나 만지면서 크기가 점점 커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거짓말을 할 때는 코를 조심하시길!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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