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의 어원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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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의 어원과 역사
  •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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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의 어원과 역사

<푸드IN문학>

 

레스토랑의 어원과 역사

 

레스토랑(Restaurant)은 우리말로 음식점이다. 어원도 당연히 음식 먹는 장소와 관련 있을 것 같지만 뜬금없게도 기운을 차리다, 회복하라는 뜻의 영어 restore가 어원이다.

식당의 어원이 왜 회복하다 일까? 물론 음식과 회복,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다. 음식은 생존에 절대 필요한 에너지원이고 음식을 먹어야 기운을 차리고 지친 체력을 회복해 활동할 수 있으니 음식점을 회복하는 곳이라고 한 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레스토랑이 그렇게 고차원적 해석을 바탕으로 생겨난 단어는 아니다. 레스토랑은 문자 그대로 기운을 차리는 음식, 아픈 사람이 먹는 환자식을 파는 장소였기에 회복하다(restore)라는 말이 어원이 됐다.

최초의 레스토랑은 1766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서 문을 열었다. 이 무렵은 대부분 집에서 식사를 했고 외식을 하는 사람은 주로 여행자들이었다. 여관이나 술과 간단한 음식을 동시에 파는 주점에서 식사를 해결했는데 이 곳에서 파는 음식은 값은 싸지만 건강한 사람이나 소화를 시킬 수 있었다. 때문에 아픈 환자나 위장이 예민해 소화를 못 시키는 사람들은 객지에서 식사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다. 레스토랑은 바로 이런 사람이 기운을 차릴 수 있는 음식을 파는 장소였다.

미국 레스토랑 역시 프랑스 이민자가 1793년 보스턴에 문을 연 레스토레이터(Restorator)가 최초다. 문자 그대로 기운을 차리는 곳이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이곳 역시 건강이 안 좋은 사람, 회복기에 있는 사람, 피로에 지쳐 건강을 돌봐야 할 사람이 가장 알맞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곳이라며 광고했다. 프랑스나 미국 모두 최초 레스토랑은 일반 음식점이 아닌 회복 음식 파는 곳이었다. 초기 레스토랑에서는 무엇을 제공했을까? 주요 메뉴가 수프였다. 진하게 우려낸 고깃국물에다 빵가루를 집어넣거나 아니면 버섯이나 고기와 같은 재료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수프를 기력회복제, 영어로는 레스토러티브(Restorative)라는 이름으로 제공했다.

서양에는 나라마다 다양한 수프가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감기몸살에 걸렸을 때, 혹은 체력이 떨어졌을 때 아픈 몸을 낫게 해주는 힐링푸드(healing food), 지친 심신을 채워주는 위로 음식(comfort food)이다. 우리가 아플 때 죽을 먹는 것처럼 초기 레스토랑은 환자용 수프 파는 곳이었다.

그런데 외식산업아 발달한 현대도 아니고 18세기에 어떻게 아픈 사람을 위한 수프 전문 식당을 열 생각을 했을까?

당시의 프랑스 경제 사회구조와 관계있다. 18세기 프랑스는 상인과 장인조합인 길드가 상업을 장악하고 있었다. 고기는 정육점 조합인 길드에 가입한 정육업자, 빵은 제빵 조합에 가입한 제빵업자만 팔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고기 파는 곳에서는 고기 이외에 고기가 들어간 빵이나 수프는 팔 수 없었는데 여관과 식당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길드가 자신들의 분야를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운영했다. 다만 몸이 아픈 사람을 위한 특별한 음식은 어느 상인조합의 영역에도 속하지 않았다. 때문에 특정 길드에 소속된 조합원이 아니어도 문을 열 수 있는 영양식 전문점인 레스토랑이 생겨날 수 있었으니 이른바 니치마켓이 형성됐던 것이다.

그리고 최초 레스토랑이 생겨난 후 약 20년 후, 프랑스 혁명으로 귀족이 몰락하며 전속 요리사가 대량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자 너도나도 길드 소속이 아니어도 문을 열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그리고 종전 아픈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더해 귀족 요리를 메뉴에 추가하면서 현재의 레스토랑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레스토랑의 어원과 역사를 들여다보니 미처 예상치 못했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푸드인문학 사진.jpeg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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