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임플란트 기술,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입력시켜요!
상태바
뇌 임플란트 기술,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입력시켜요!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7.03.02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뇌 임플란트 기술,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입력시켜요!

만약 생각한 내용을 키보드에 쓸 필요 없이 바로 뇌에서 컴퓨터로 옮겨주는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지만,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의 닉 램지 교수팀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에 걸린 ‘하네케 드 브라우너(60세)’를 대상으로 뇌 임플란트 수술을 실시해 컴퓨터에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이를 통해 최근 환자가 의사소통 능력을 되찾게 되었다고 미국의 뉴스 전문 방송국 CNN은 전했다.

두뇌에 전극 이식해 컴퓨터에 뇌파 전송, 의사소통 가능

‘루게릭병’으로 더 잘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은 발병 직후부터 운동세포가 파괴되면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브라우너 환자가 ALS 진단을 받은 것은 2008년. 그는 온몸의 근육은 물론 기도까지 마비돼 목에 관을 뚫어서 호흡할 정도로 최악의 상태였다. 사지가 마비되었으니 의사 전달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 방법은 눈을 깜빡이거나 눈동자를 움직이는 정도였다.

이런 상태에서 그가 램지 교수로부터 뇌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건 2015년 10월. 교수팀은 환자의 두개골을 열고 뇌의 운동피질 영역에 머리빗처럼 생긴 작은 전극을 이식한 후 환자 가슴에 이식한 무선송신기를 이 전극과 연결했다. 송신기는 다시 외부의 태블릿PC와 연결돼, 뇌 속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신호가 컴퓨터로 보내지는 구조였다.

이를테면 환자가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단어를 하나씩 선택하면 문장이 완성되는 방식인데, 이때 환자는 생각만으로 단어를 쓸 수 있다. 마우스처럼 화면의 문자 위로 움직이는 사각형(마우스 포인트)을 보고 환자가 문자를 하나씩 클릭(선택)하면 단어와 문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손을 움직여 문자를 클릭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어떤 글자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하면 뇌에서 그에 반응하는 전기신호를 발생하고, 그 신호를 컴퓨터가 읽어 들여 해석하는 것. 일명 뇌-컴퓨터 연결(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로, 전문가 없이 사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뇌의 운동피질에 전극을 성공적으로 연결했다고 해서 금방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뇌에서 발생하는 어떤 신호가 특정 움직임을 나타내야 한다. 가령 ‘사랑이라는 글자를 선택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도 머리 한쪽에서는 ‘오늘 뭘 먹을까’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뇌파는 여러 신호가 합쳐지게 돼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사랑을 선택하라'는 명령과 관계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글자를 선택하는 전기신호를 정확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짜 성공을 하는 것이다.

브라우너 씨가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나서 이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하는 데 걸린 기간은 197일. 숨쉬기조차 힘든 전신마비 환자인 그가 집에서 혼자 자신의 뇌파로 태블릿PC에 영문 글자를 입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한 글자를 나타내는 데 30초 정도 걸려 대화를 자유자재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전문가들은 전신마비 환자들이 의사 전달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확실한 기술은 이처럼 뇌에 전극을 이식하는 임플란트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아직은 신호 해석의 정밀도가 떨어지고 속도도 많이 느리지만, 더 많은 전극을 이용해 뇌 임플란트를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만든다면 머지않아 상용화도 바라볼 수 있다.

BCI 기술은 척수를 다쳐 팔과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미국 에머리대학의 필립 케네디 교수가 1998년에 처음으로 전신마비 환자의 머리에 뇌 임플란트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했고, 이를 계기로 2008년 미국의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이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심어 로봇 팔을 무선으로 움직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2년에 똑같은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해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도 성공했다. 과학계는 이번에 성공한 램지 교수팀의 연구가 ALS는 물론이고 뇌졸중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과학칼럼 사진.jpg

김형자 칼럼리스트
bluesky-pub@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