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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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자유로운가
  • 손미정 (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 승인 2017.03.02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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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자유로운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과 맞닥뜨린다. 하다못해 오늘 점심은 뭘 먹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조차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를 만날 것인지,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 어떤 선택에 있어서도 나의 결정은 자유로운가? 나는 충분히 자유로운가? 장자는 자유롭게 점심메뉴를 정한 우리에게 대붕과 새끼 비둘기의 자유를 들어 당신은 진정으로 자유로운지 묻고 있다.

장자 <소요유>의 첫머리를 보면 북녘 바다에 사는 곤(鯤)이라는 큰 물고기가 나온다. 그 몸집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이며, 그 물고기가 변해서 붕(鵬)이라고 하는 큰 새가 되었는데 붕의 몸집 또한 몇 천리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한번 날았다 하면 그 날개는 마치 하늘을 가릴 구름처럼 모든 것을 뒤덮는다고 한다. 그러다가 바다가 움직여 해풍이 크게 불면 이 새는 바다를 건너 남녘 바다로 날아가는데 남녘 바다란 곧천지이다. 이 이치를 모르는 메추라기가 비웃으며 “뽕나무 그늘에서도 얼마든지 힘껏 날 수 있고 잠깐 사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구만 리나 날아올라서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불과 두어 길 되는 공간에서도 뛰놀 수 있고 쑥대밭 사이에서도 자유로이 날 수 있으니 이 또한 최대의 소요가 아닌가? 어째서 대붕처럼 날아야만 제일이란 말인가?”라고 한다.

장자는 대붕과 메추라기의 비유를 들어 자유에 대해 질적으로 견주고 있다. 대붕은 큰 바람을 기다린다. 이 기다림을 메추라기의 날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대붕의 자유가 큰 바람을 기다려 위험을 무릅쓰고 천지를 향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면, 메추라기의 자유는 주어진 일상에 순응하며 만족하는 그것일 것이다. 우리네 일상이 메추라기의 그것과 참으로 닮아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부분이기에 장자의 말에 더욱 경청할 수밖에 없기도하다.

인간은 물리적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구나 자란다. 생리적이고 물리적으로 자라고, 이성적 사유의 방면으로도 발전해 간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을 극대화해 가는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 과정은 성취된 인간의 커다란 의식의 전환이며 수양 공부를 거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경지이다. 대붕의 자유는 그러한 경지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늦은 밤, 허용된 조건적 자유에 의해 아르바이트를 끝낸 시간, 무거운 몸을 이끌고라도 드럼을 치러가는 길을 나 스스로 선택한 순간, 즉 나로 인한 고통을 나 스스로가 긍정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대붕의 자유란 큰 바람을 기다렸다가 그것을 타고 주어진 조건을 넘어서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자유는 고통의 깊이만큼을 감내했을 때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장자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물론 책임을 담보로 한 자유에 한해서.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바람은 나를 날게 한다. 그 바람은 자본일 수도, 권력일 수도 있다. 이 세계에 던져져서 생득적으로 얻어진, 삶에 처해진 조건들로부터 넘어서라고 장자는 우리에게 주문한다. 나는 날개를 단다. 날겠는가? 날지 않겠는가? 선택은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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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정
(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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