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문화상 비평 부문 심사평>
이번 비평 부분의 응모작은 총 21편이다. 이전의 비평 부분에는 문학비평, 철학비평의 비중이 작지 않았는데, 올해는 거의 모두 사회, 정치 비평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들끓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시국 변화의 들끓는 감정이 날것의 수준으로 글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글의 주제가 너무 크고 감정적 분노에 머물러, 근거에 대한 섬세한 제공과 논리전개가 부족하고 논쟁이 거칠다. 내 감정의 진실성이 중요한 만큼 논리적인 근거제공과 설득력 있는 전개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은 듯한 글쓰기가 지배적이다.
후보작으로는 ‘일상에서의 민주주의’, ‘비정상화의 정상화’, ‘당신의 혐오를 용서합니다’가 올랐다. 이중 ‘당신의 혐오를 용서합니다’는 강남역 사건을 토대로 이성적 판단을 하는 남성과 감성적 판단을 하는 여성의 상황판단 한계를 논하며 서로에 대한 혐오보다는 용서가 필요하며 함께 더 큰 사회문제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소재는 좋았지만, 강남역사건 논쟁에 참여한 여성 남성의 현실적 구체성을 간과하고 여성과 남성으로 단순하게 일반화하면서, 남자-이성/여자-감성이라는 논란이 될 만한 프레임을 근거 제시 없이 전제로 삼아 글 전체의 설득력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용서라는 개념은 누가 누구를 용서하는 것인지 그게 필요한 것 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중에서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추어 쓴 비평이다. 구체적인 개념에 도전하여 논박하는 형식이 눈길을 끌었지만, 비판이 예리하지 않고 평면적인 한계가 컸다.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는 야만스러운 한국사회를 개탄하면서 새로운 민주주의 이념을 구체적인 삶의 양식과 개인과의 관계에서 재정립 해야 한다는 글이다. 분량도 너무 길고 한국사회의 비판을 거칠게 감정적으로 서술한 한계가 있었지만 집단주의에 대한 비판, 소수자의 관점에서의 재편이나 풍자가 살아있는 대안적 질서의 건립 등 삶과 사회에 대한 철학적 내공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었다.
안정된 글솜씨와 관점이 잘 어우러진 좋은 비평 글이 없다고 판단해 당선작은 내지 않았다. 다만 ‘일상에서의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대안에 대한 고민의 깊이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판단해 가작으로 뽑았다.
권인숙 교수 (방목기초교육대학) 장혜영 교수 (방목기초교육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