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문화상 소설 부문 심사평>
사회적 소란과 문학을 둘러싼 풍문이 심상치 않음에도 응모자 수는 여전했다. 세계의 질서와 구성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그것을 서사로 이해하고 질문하려는 사람의 수가 꾸준한 것 같다.
올해의 당선작은 <브라운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이다. 이 특별할 것 없는 ‘스테이크’가 돋보인 것은 스테이크의 원재료인 소가 말을 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도살장 직원 필립 브룩스는 반입구를 향해 들어오는 소를 도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어느 날 그 일은 뜻하지 않은 사건, 즉 소 한 마리가 느닷없이 뒷걸음질 치며 인간의 말을 하는 것 때문에 중단된다. 그 사건을 기점으로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한 브룩스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생명을 죽인다는 것에 대하여,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 간의 학살에 대해 질문하면서 구원과 윤리, 죄책감의 문제를 환기한다. 작가는 특유의 화법과 스타일로 이 웅장한 질문의 무게를 유쾌하게 비껴간다. 말하는 소를 목격한 사건이 반복된 일에 지친 도살장 직원들의 집단 환각인지 거짓말인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사실과 진실이 분명하지 않은 사건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생각하고 질문하고 궁리하기 마련이고 결국 그 질문과 궁리 덕분에 인생이라는 것은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 재치 있는 소설은 다시 한번 일러주고 있다.
<구구구>라는 작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행 때문에 삶이 결결이 구겨지기 시작한 인물에 대한 소설이다. 그 불행이란 다름 아닌 외출을 하기만 하면 어김없이 자신에게 떨어지는 비둘기 똥을 가리킨다. 이 어이없고 과장된 상황을, 그러나 당하는 처지에서는 왜 하필 나에게만 그러는지 알 수 없어서 억울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은 비둘기 퇴치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비둘기 퇴치사는 불필요한 종의 멸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인데, 주인공은 비둘기를 그런 식으로 죽여버리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비둘기 똥으로 인해 벌어지는 소동과 과장된 상황이 환기하는 것은 자신에게만 불행한 일이 닥친다는 억울과 자괴, 해를 가하려는 대상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 자체이다. 말하자면 이 시대 만연한 혐오의 문제를 비둘기와 비둘기 똥을 통해 형상화한 것으로 보였다. 이 과정에서 서사가 다소 급해지고, 인물들은 서사 내적 논리보다는 사회적, 윤리적 당위성에 휘둘려버린 점이 아쉽기는 했으나 당대의 문제를 서사로 맥락화하려는 노고가 돋보여 가작으로 선정했다.
신수정 교수(문예창작학과), 편혜영 교수(문예창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