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백마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자 소감문
<백마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자 소감문>
중학교 시절 어쩌다 몸을 거하게 해먹고 병원에 입원했었다. 당시엔 스마트폰이란 게 없었으므로 병원 책장에 꼽혀 있는 책들이 시간을 보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책 저책 보다가 하루는 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띠지를 두르고 있던 오에 겐자부로의 『절규』를 집어 들었다. 그날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가 내가 처음으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벌써 그게 14년 전이다. 세상에 시간도 빠르지.
내가 본 글맛들은 너무나 훌륭했는데 8년을 혼자 끼적대면서도 한 번도 내 글에서 그럴싸한 글맛을 본적이 없었다. 뒤늦게라도 글 공부를 하겠다고 학교에 들어와 4년. 학우들이 쓴 글을 보면서 내가 글 쓰려는 게 내 분수에 맞는 짓인가 고민도 해보고 왜 써도 갈피를 못 잡나 자책도 하면서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글에서 글맛 비슷한 게 좀 나더라. 혼자 좋아서 실실 쪼개고 있자니 전화가 왔다. 당선이란다.
솔직히 글 써서 상 받아본 게 난생 처음이라 뭐라 써야 할지 모르겠다. 소설보다 당선소감이 더 힘들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내 초라한 글에 글맛을 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하고, 글 쓰겠다는 아들놈 믿어주는 부모님께도 감사하고, 생각할 때마다 만질 거리를 제공하는 고양이에게도 감사하다. 더 맛있는 글을 써낼 수 있도록 앞으로 한참 매달릴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서성완(문창 10) 학우
저작권자 © 명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