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
이번 응모작들은 대체로 선명한 개성을 드러낸다기보다는 미세한 문장 운용과 표현 기술로 닿을 듯 닿지 않는 희미한 순간들을 포착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아득하고 섬세하여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손쉽게 휘발해버리는 문장들이 다수여서 공허했다. 감각과 의미 사이에서 길을 잃고 요령부득한 작품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시를 추동하는 활력이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있다는 점은 오래 아쉬운 대목 중 하나였다.
이상의 심사 소감을 나누며 우리는 두 명의 작품을 골랐다. 우선 가작으로 선정한『비는 제 몸짓을 모르고』외 2편의 경우, 처음 두 편이 좋았다. 비교적 성공적인 이미지 구축과 언어 운용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상처의 황금비』는 두고두고 읽을 만했다. ‘너’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몽상에 사로잡힌 ‘나’의 탐미적이면서도 막막한 감각을 비교적 유려한 문장과 과감한 이미지의 연쇄로 구현한 작품이다. “잔불처럼 흩어진 너의 눈동자가 북극성을 따라 저물고 계절을 잊은 바람에 살갗이 쓸린다고 하여도//등줄기를 따라 벌어진 그 생채기가/꼭 너의 미소인 것만 같아 좋았다”는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책임지지 못할 과잉된 잠언과 장식적이고 치기 어린 문장들이 전반적인 짜임새와 완성도를 방해하는 것도 분명했다.
당선작으로『가족』 외 2편을 골랐다.『가족』 은 각자의 “우물”에 고립된 채로 대화를 잃어버린 가족의 깊은 상실감을 단단하고 힘 있는 문장에 기대 형상화한 작품이다. 힘이 있다는 것은 아픔을 그만큼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잘 포착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짜임새가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며 부분적으로 기시감이 느껴지는 문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 다음에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자”라든지 “싱크대에 놓인 포도 껍질 위 날파리가 모여들었다/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와 같은 문장은 가족이 때론 얼마나 슬픈 이름이 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동봉한『환상의 아이들 또한 서늘하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사한 작품이었기에 신뢰가 갔다. 실상과 정서, 감각과 이미지가 비교적 치밀하게 맞물려 형상화되었기에 조금 더 점수를 얻었다고 말하는 편이 좋으리라. 두 사람에게 축하를 전한다. 이 상이 얼마간 더 문학을 해볼 힘이 되기를 빈다. 올 겨울은 덜 외로울 것이다.
남진우 교수(문예창작학과) 박상수 교수(방목기초교육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