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장면 하나하나에. 영화감독 서은선(영화 05)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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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장면 하나하나에. 영화감독 서은선(영화 05) 동문을 만나다!
  • 라혜림 기자
  • 승인 2016.11.3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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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장면 하나하나에. 영화감독 서은선(영화 05)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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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통해 영상에 전달되는 수많은 이야기 중, 단편영화는 하고자 하는 말을 압축해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장르이다. 때로는 이런 이야기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고, 만드는 것에 까지 도전한다. 그중 한 사람이 서은선 동문 (이하 서 동문)이다. 서 동문은 꾸준히 영화를 만들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감독이다. 인터뷰 내내 그녀에게서는 영화에 대한 의지와 열정의 확고함이 느껴졌다.
 
 
소개
 
명지대학교 영화전공·한국영화아카데미 31기 연출전공
 
2012 [함부로 주고 받지 말 것 Look in back anger], [창밖의 영화 Movie Class]
2013 [소풍 Picnic]
2015 [봄비 Spring Rain], [열대야 Hot Summer Night] 26min
     제11회 제주영화제 우수작품상(2015)
     제10회 파리한국영화제 최우수시나리오상(2015, 프랑스)
2016 [줄넘기 Jump]
 
 
Q.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했나?
A.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다. 웹드라마 촬영 제의를 받기도 했었다. 지금은 혼자 영상작업 아르바이트도 하고 작업실에서 글을 쓰며 꾸준히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장편 데뷔까지는 이렇게 지낼 것 같다. 단편영화는 그동안 많이 찍었기 때문에 이제 찍지 않으려 한다. 
 
Q. 웹드라마 제의를 받았다고 했는데, 영화 이외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있는건가.
A.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지만 웹드라마는 주로 스마트폰 기반이라 실시간으로 반응을 알 수 있다. 시대가 계속 변하니 그런 식의 호흡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찍지는 못했다. 다른 분야로는 문학이나 드라마도 좋아한다. 한국 소설도 좋아해서 많이 읽으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영감을 얻을 때도 있다. 드라마는 최근에 시그널, 밀회 등을 재밌게 봤다. 이야기도 풍부하고 소재도 색다른 드라마여서 재밌었다. 나중에 연륜이 더 쌓이고 기회가 되면 깊이 있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소재와 이야기가 있다면 영화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만들더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Q. 영화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고3 때 영화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이나 영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냥 인문계열 쪽으로 진학하기에는 아쉬웠고, 예술적인 것을 배우고 싶었다. 막상 진학했는데 적성에 잘 맞아서 대학생활이 즐거웠다.
 
Q. 대학생활은 어떠셨는지?
A. 영화과가 2005년 막 처음 생겼을 때 입학해서 1기다. 지금은 영화뮤지컬학부 영화전공이지만, 그때는 영상콘텐츠학과였다. 중간에 영상콘텐츠학과에서 영화과로 바뀌었다. 이름이 바뀌고 나서 확실히 영화과를 다니게돼서 좋았다.
학과에서는 전반적으로 영상을 다루는데 그 안에서 주로 영화를 많이 배웠다. 교수진들도 다 영화감독이었다. 1기다보니 선배가 없어서 마음 맞는 동기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때는 기자재가 잘 갖춰 있지 않았고, 현장 경험 있는 선배들을 보며 배우는 것도 없었지만 우리끼리 찍고 편집실에서 밤새워 편집하며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학생들도 얼마 없어서 서로 친하고 단란한 분위기였다.
 
Q. 명지대는 어떤 학교로 기억이 남는지?
A. 영화과 전공 기수 1기다 보니 처음 학과의 시작을 함께한 느낌이어서 정이 많이 간다. 수업을 듣던 강의실도, 촬영했던 공간 곳곳도 다 애틋하다.
그래서 졸업 후에도 후배들을 밖에서 따로 보기도 했고, 학부에서 행사를 하면 가끔 간다.
 
Q. 졸업 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A. 29살에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들어갔다. 치열하게 영화를 한 번 더 찍어보고 싶었다. 어디 소속되어있지 않고 혼자 찍기에는 원동력이 부족했다. 같이 영화를 하는 사람 사이에 있으며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고, 영화를 전문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카데미에 가면 촬영전공이 따로 있어 촬영전공자와 협업을 통해 아카데미에서 만들 수 있는 작품을 찍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누구나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카데미에서 졸업하게 되면 장편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입학하고 나서 아무래도 많은 도움이 됐다. 독립적으로 작업 하는 것보다 울타리가 어느 정도 있는 시스템 안에서 하는 작업이 잘 맞았다.
 
Q. 장편 시나리오 작업은 얼마나 착수했는지?
A. 아이템을 개발하고, ‘트리트먼트’라는 시나리오를 쓰기 전 단계에 있다. 1%에서 100%라고 하면 30% 정도 착수한 상태이다. 염두에 두고 있는 장르는 로맨스다. 너무 무겁지 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고민이 있다면 시나리오 방향을 잡는 것이다. 로맨스라고 하면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있다. 그런데 지금 하는 작업이 멜로만큼 애절하거나 아련한 건 없는 것 같고, 로맨틱 코미디면 재밌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둘 중에는 로맨틱 코미디 느낌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Q. 작품마다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소재는 어디서 오는가?
A. 소재에 대한 영감은 다양한 곳에서 온다. 예를 들어 예전에 생각해봤던 이야기가 있었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데 실제로 좋아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게 해야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해보자. 일단 이야기를 잡아놓고 다시 생각해본다. ‘사랑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이룰 수 있는 건가?’, ‘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한 죄로 시련을 줘야겠다’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어떤 이미지로부터 소재를 얻는 때도 있다. 이전에 제작했던 단편영화 중 하나는 한 여자가 옆 빈집에 아무도 없을 때 거기서 어떤 행동을 하는 이미지에서 시작했었다.
 
Q. 그렇다면 얻은 소재를 살리거나 버리는 기준은 무엇인가?
A. 생각이 떠오르면 기록해두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봤을 때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들은 버린다. 계속 잊히지 않고 맴도는 것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같다.
 
Q. 시나리오 쓸 때 창작자의 경험도 반영이 되나?
A. 단편 같은 경우 창작자의 경험이 반영되는 것 같긴 하다. 학교에서 졸업할 때 만들었던 작품이 자전적 이야기였다. 자전적 이야기이니 잘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만들고 나서 느낀 것은 앞으로 이런 영화는 찍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이야기가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문학에 비유를 하면, 수필이 아니라 소설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반면 장편은 긴 호흡을 담기에 경험을 가지고 모든 것을 풀어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떤 캐릭터를 만들 때는 개인적으로 느꼈던 바나 관찰했던 바가 반영되기도 한다.
 
Q. 작품을 만들 때 원칙이 있다면?
A. 시나리오 쓸 때는 스스로가 재밌어야 한다. 만들다 보면 힘드니까 나 자신을 속일 때가 있다. 이렇게 하면 말은 되겠지 하면서도 다시 생각해봤을 때 재미가 없다면 그건 기만이다. 여태 만들었던 영화들은 다 재밌었다. 단편영화는 만든다고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순수하게 담겼다.
 
Q. 결국, 보는 장르여도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다.
A. 주제나 메시지가 없는 상태에서 소재만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계속 생각해봐야 한다. 영화는 기술적인 문제들도 있긴 하지만, 다른 작업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그렇다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왜 굳이 영화라는 장르인지?
A. 처음에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고 사진의 찰나, 이미지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사진은 한 장만 봐도 그 ‘드라마’가 보이는 것이 있다. 창작물을 만들어낼 때 그런 느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영화더라. 그래서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Q. 영화를 만들 때는 힘든 건 없는지?
A. 아무래도 영화를 만드는 것은 여러 사람과 하는 것이기에 충분히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동료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작품이 나의 작품만이 아니라 동료의 작품이기도 하다. 어떤 생각을 영화로 구현하기 위해 좋은 스텝과 배우가 모여 최대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이지 않은가. 그런데 서로 친하지 않으니 의견을 나눠야 할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있다.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적당히 넘어가다 보면 오해가 쌓인다. 이런 면이 어렸을 때는 미숙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노련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예전 같았다면 잘 처리하지 못 했을 것이 점점 경험이 쌓이고 해보면 해볼수록 유연해지는게 느껴진다.
 
Q. 그래도 한 번 만들고 나면 성취감이 클 것 같다.
A. 맞다. 그것 때문에 계속해서 찍고 싶어지고 영화 찍는 현장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화면 보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배우가 잘 해줬을 때 정말 좋다. 희열감이 있다. 정신없이 현장에서 찍다가 마지막으로 편집까지 끝냈을 때도 성취감이 크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아니다 싶은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Q. 만드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A.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찍었던 ‘열대야’가 기억에 남는다. 감정과 심리를 다루는 영화라서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했고 교감이 있었다. 여자배우도 나에게 많이 의지했고, 나도 배우가 배역에 빠져들기를 원했던 것 같다. 배우와 주인공이 잘 어우러지는 것을 보고 모두 정말 잘 어울린다며 인정했다. 아무래도 같은 여자이기도 했고 나잇대도 비슷해서 그런지 배우와 교감이 가장 큰 영화였다.
 
 
* ‘열대야’
‘열대야’는 서 동문의 2015년 작품으로, 제10회 파리한국영화제와 제11회 제주영화제에서 각각 최우수 시나리오상과 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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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무더운 여름밤, 지애(여주인공)는 복도를 서성이다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는다. 다음날 옆집 여자는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죄송하다며 찾아온다. 이후 우연히 집밖에 나와 있는 옆집 고양이를 발견하는 지애. 고양이를 자신의 집에 넣어달라는 옆집 여자의 부탁으로 지애는 그 집의 비밀번호를 알게 된 후 아찔하고 대범하게 옆집의 또 다른 주인으로 생활한다. 
(출처/네이버 영화)
 
 
Q. 영화라는 분야가 잘 맞으시는 것 같다. 방황하신 적은 없으신지?
A. 그런 것이 없었다가, 최근에 왜 다른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는지 의문이 들었었다. 일단 그 전까지는 영화를 한 10년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고, 아직 단편영화 만들어본 게 끝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들어가 다시 학생이 되고, 작품을 제작하려는 그때 ‘왜 영화를 하려고 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뭘 좋아하는지 고민을 안 해보고 내가 하는 게 영화이니 계속 해왔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 이후로 왜 영화를 하는지, 책임지는 일이 많은데 감독이라는 일이 맞는지, 영화를 찍었을 때 배우만큼이나 주목받는 것도 감독이고 가장 많이 감내해야 하는 것도 감독인데 견딜 수 있을지, 앞으로는 장편영화도 찍고 싶은데 찍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지금은 이런 생각이 사라졌다. 아직 장편영화를 찍어본 게 아니니 일단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다. 영화 현장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계속 있으니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앞으로는 어떤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지?
A. 아직 장편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보니 거창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일 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데, 중학교 때 처음 하루키의 소설을 본 이후 지금까지 하루키는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꾸준히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 임권택 감독님, 외국으로 따지면 우디 앨런 같은 분들은 나이가 여든이 넘으신 노장의 감독인데 여전히 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그런 축복이 나에게도 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
 
 
라혜림 기자 catalyst@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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