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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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리뷰
  • 안수현 기자
  • 승인 2016.11.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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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리뷰

 

 

셔틀버스 리뷰지난 철도 파업 기간 동안 지하철은 평소보다 배차 간격이 넓었다. 평소보다 서둘러 출발해도 지각 하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어도 불만이 생기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예전에 영화 <서프러제트>를 보고 난 후 생각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일어난 여성참정권 운동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등장인물들은 격렬하게 싸우고 돌아오는 불이익들을 감수한다. 그런데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가까이 지내는 마을 사람들과 가족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여자들이 시위를 하러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말조차 섞지 않았고 여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뒤에서 수군거렸다. 또 가족은 여자가 시위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했으며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닫았다.

그들은 주위 사람의 냉대 속에서 서럽게 투쟁을 이어갔다. 왜 그 사람들은 폭력을 사용하고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해야만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위대 중에서도 폭력의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고 회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우리가 하는 말을 들어달라’고 표현하는 중이었다. 그 뒤 서울역 근처에서 빈번하게 열리는 집회 때문에 차가 꽉 막혀서 도로에서 꼼짝 못하는 일이 있어도, 파업 때문에 지하철을 오래 기다려야 해도 괜찮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슬프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언젠가 어떤 부당함에 대해 저항해야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종종 우리는 여러 이유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하려는 말을 더 잘 들어보려고 노력하게 됐다. 그것이 기자로서는 더욱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필자는 자연캠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셔틀버스를 생각해 냈다. 늘 진입로 셔틀 버스만 이용하곤 했는데 집 근처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자연캠퍼스에서 진입로 셔틀을 타고, 다시 진입로에서 기흥역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역에서 집까지 가는 코스는 꽤 복잡한 편이다. 특히 정문 근처 건물이 아닌, 건축대학처럼 더 먼 곳에서 수업을 듣는 학우들이라면 더욱 힘들 것이다. 그런데 정문에서 바로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는 버스가 있어서 그날 정말 편하게 집에 올 수 있었다. 평소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30분도 안돼서 도착했다.

지금 캠퍼스엔 대자보가 붙어 있고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생회 선거로 시끌하다. 그런데 그 속엔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주장은 개인에게 공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내가 속한 공동체는 함께 가는 것이므로 ‘잘 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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