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째서 노인분들을 구석으로 몰아 붙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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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째서 노인분들을 구석으로 몰아 붙였는가
  • 김민혁(철학 16) 학우
  • 승인 2016.11.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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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째서 노인분들을 구석으로 몰아 붙였는가

 

 

우리는 어째서 노인분들을 구석으로 몰아 붙였는가지하철을 탔다. 일반 좌석의 자리는 넉넉하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빈 곳이 눈에 띄었다. 나는 얼른 한 자리를 골라 앉았다. 잠시 후 내 옆에 누군가 앉았다. 70세는 족히 돼 보이는 할머니셨다. 할머니의 왼쪽에는 내가, 오른쪽에는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손 카트를 끌고 오신 할머니는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으시면서 양옆에 앉은 나와 다른 여성분에게 말씀하셨다.

“노약자석에 자리가 없어서……. 미안해요.”

순간 머리에 무언가를 맞은 느낌이었다. 어째서 그 할머니는 일반 좌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미안한 마음과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야 한 것일까. 누구든지 일반 좌석에 앉을 수 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노약자들도 마찬가지다. 노약자석이 비어 있고 일반 좌석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때, 굳이 일반 좌석에 앉는 노인분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많은 사람이 눈총을 주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노인분들도 일반 좌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바라는 건, 피곤한 젊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노인분들이 비어 있는 노약자석에 앉아주시는 것이다. 이건 노인분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종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인가. 왜 노인분들이 노약자석에만 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전에 일반 좌석에 앉으셨을 때 할머니께서는 수많은 사람의 눈총을 받고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으신 듯하다. 그래서 내 옆자리, 일반 좌석에 앉으시면서 그렇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셨을 것이다.

구의역에서 타셨던 그 할머니는 내게 다음 역이 건대입구역이 맞는지 물어보셨다. 적잖은 충격에 당황스러웠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선표까지 확인하고 나서 할머니께 다음 역이 건대입구역이 맞음을 확인시켜드렸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신 할머니는 전화로 한참 따님 걱정을 하신 뒤에야 손 카트를 끌고 내리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까지도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노인분들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고, 할머니이자 할아버지이시다. 노인분들이 지하철 일반 좌석에 앉는다는 이유만으로 눈총을 받고,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이 물음에 나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노약자석과 교통약자석의 구분에 대한 논의가 있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다시 명지발언대.JPG
김민혁(철학 16)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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