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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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 정수민 기자
  • 승인 2016.10.3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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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연애도 사치가 되나요?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돈 없으면 연애도 사치가 되나요?
 

“우리가 지금 한가하게 연애나 하고 있을 때냐? 돈 만 원도 없어서 못 만나면서. 우리 같은 흙수저에겐 연애도 사치야. 낭비, 허영, 과소비” 지난 8월 28일 방영 된 드라마 ‘우리 갑순이’에서 김소은(신갑순 역)이 송재림(허갑돌 역)에게 던진 대사다. 이어 이별통보를 하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드라마의 극적인 설정일 뿐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대 78%, 데이트 비용 문제로이별 가능”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전국 만 19세에서 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연애관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대의 78%가 가장 높은 수치로 데이트 비용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달콤한 사랑은 가고, 짜디짠 사랑이 찾아왔다. 누가 우리의 연애에 소금을 치고 있는지 대학가 사랑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사랑만으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을까?
 

가을이 오면서 캠퍼스 곳곳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학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운 전경은 물론, 날씨에 맞게 냉난방 시스템까지 갖춘 캠퍼스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대학생 커플에게 딱 맞는 데이트 장소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마땅히 연애할 장소조차 구하기 힘들다.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에 들렀다가 맥주라도 한잔 마시는 날엔 사만 원은 거뜬히 넘긴다. 우리대학 중어중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조 모 학우는 “지난 데이트 때는 둘이 합쳐 8만 원 정도를 썼다. 점심식사 값으로 2만 원, 디저트를 먹는데 5천 원이 들었다. 홍대에서 놀다보니 2만 원 정도를 썼고, 저녁식사로 4만 원 정도 더 소비했다. 주로 식비로 많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알선 사이트 알바천국이 20대 대학생 8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회 데이트 비용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남자는 ‘44,500원’, 여자는 ‘34,100원’으로 알려졌다. 대학생들의 월 평균 생활비가 36만 6022원(알바몬 ‘생활비 설문조사’)인 것을 감안하면 생활비의 12%가량이 한 번의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남자 68.3%, 여자 50.5%가 그렇다고 답했다.
 

커플 통장을 만들거나, 함께 이색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사랑이라는 비물질적 감정에 비해, 데이트 비용은 훨씬 구체적이고 물질적이다. 때문에 그들이 연애를 주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 비용 문제로 이별했거나, 이별할 생각을 해본 커플이 14.3%에 이른다고 한다. 대학생에게 금전적인 문제를 빼놓고 연애를 논하기는 힘들다. 한편, 평균데이트 비용이 전년 대비 남자는 9,900원, 여자는 14,300원 줄어든 결과를 보아 불경기가 이들의 데이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가난한 연애 중
 

우리대학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박 모 학우는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수업이 없는 날엔 아르바이트한다. 이에 박 학우는 “데이트 비용은 당연히 부담된다. 학교 다니는 날 빼고 아르바이트만한다고 해도 많아야 3일이다. 그 돈으로는 한 달 교통비, 식비. 즉, 생활비만 해도 부족하다”며 “학기 중에 여자친구 생일이나 기념일이라도 겹치면 곤란하다. 기념일만이라도 비싼 밥에 고급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여건이 안된다”고 말했다. “돈이 없을 땐 날씨가 좋으면 감사하다. 공원이나 한강 같은 공공장소는 따로 이용료가 들지 않기 때문에 주로 야외 데이트를 즐긴다”고 현 상황을 짚어줬다.

이처럼 비용문제가 연애 앞에 닥치면, 이들 앞엔 두가지 갈림길이 주어진다. 아껴서라도 만나거나, 포기하거나. 하지만 사랑으로 시작한 연애를 후자처럼 극단적으로 끊어버리는 경우는 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가난한 데이트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 데이트함으로써 만남을 연명해나가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전보다 풍족한 데이트를 즐길 수는 있지만, 연인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그래서 만나는 횟수를 줄이거나, 데이트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아르바이트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학점이니 스펙이니하며 대외활동까지 챙겨야 하는 대학생 커플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우리대학 문예창작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 모 학우 또한 “아낀다고 아끼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커플통장까지 활용하고 있지만 월말이 되면 돈이 궁해지는 것이 사실이다”며 “지난여름에는 둘이 합쳐도 만 원 밖에 없어서 냉면 한 그릇도 사먹지 못했다. 김밥가게에 가서 대충 때우고 나니 2천 원이 남았는데 카페에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 더운 날 우리는 일산호수공원을 걸었다.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을 줄 알았는데 짜증만 나더라”고 그때의 상황을 전했다. 더불어 ‘데이트하기는 봄가을이 좋다’며 ‘여름 겨울엔 돈 없이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학생에게 데이트란 곧 금전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학생들은 마땅한 돈벌이가 없다.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는 명확한 해결방법이 없고, 잘못의 주체 또한 불명확하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스스로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오늘의 일급으로 내일의 데이트를 연명해나가는 꼴이지만, 그렇게라도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청춘이다.
 


우리는 썸만 타는 사이?
 

실제로 연애를 포기하기도 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의 연애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4명(38%)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연애를 시작하지 않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즉, ‘썸’만 타는 사이에서 머물겠다는 것이다. ‘썸씽(something)’이라는 말에서 유래해온 ‘썸’이라는 단어는, 통상적으로 남녀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 전 미묘한 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어느 한쪽에서 시동만 걸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관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썸은 ‘시작할 여건이 되지 않아 머무르는 단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일주일에 평균 3.1번 데이트를 한다고 한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사만 원 내외의 적지 않은 돈을 각각 데이트 비용으로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념일에는 더 큰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생일, 100일, 1000일, 크리스마스,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등 이때 나가는 돈은 평소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커플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 모 학생은 “돈이 없으면 곧바로 이별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돈이 없을 때 만나면 싸우는 일이 잦다. 더운 여름에 공원 데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땀은 계속 흐르고 별거 아닌 일에 짜증이 나더라”며 “이렇게까지 만나야 하나. 덜 사랑하는데 욕심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앞서 언급한 ‘썸’이라는 관계에 집중해보면, 이들 사이엔 이틀에 한 번은 만날 암묵적인 의무도 기념일을 챙길 필요도 없다. 경제적 부담은 물론 책임감과 감정 소모를 동반하는 연애는, 더는 가볍고 폭신한 구름처럼 우리 곁에 머무르지 않는다. 학비와 방세, 생활비까지 감당해야할 무게가 크다. 누구에게나 가장 나중에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놓아버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 우리는 썸만 타는 사이가 된다.
 


누가 사랑에 소금을 치는가?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2017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3% 인상하겠다고 최종 고시했다. 그럼에도 약 사만 원의 1회 데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서는 꼬박 6시간 이상(6,470 × 6 = 38,830)을 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데이트가 사치가 되는 이유다. 쓰는 건 아끼고, 버는 시간은 늘리지만 물가에 비해 최저시급은 턱없이 적다. 커피 한 잔 값이 최저시급과 같고, 팥빙수 한 그릇을 먹으려면 두 시간을 일해야 한다. 게다가 같은 달 발표한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점심 메뉴로 자주 소비하는 김밥은 소주에 이어 가격 상승률 2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2%나 오른 수치다. 이외에도 대학생들의 선호먹거리인 라면 값은 3.6% 올랐고, 짬뽕은 3.5%, 짜장면 3.4%, 떡볶이 3.4% 등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가 오름에 따라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대학생들도 많아졌다. 일명 ‘캥거루족’, ‘엄카족’이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지원을 받는 사람을 일컬으며, 엄카족 또한 엄마의 신용카드를 받아쓰는 대학생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서울디지털대학교가 재학생 1,158명을 대상으로 ‘캥거루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많은 의존을 한다’고 답한 20대의 비율이 36.4%로 낮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다.

20대의 결혼 적령기에 대한 인식 또한 10년이나 올랐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47.5%이고, 결혼하게 된다고 해도 적령기는 남자 ‘31세’, 여자 ‘29.3세’로 대부분 30대에 결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연애하면서 결혼 생각을많이 한다. 여건만 된다면 빨리 자수성가해서 자리 잡고 싶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만 된다면 1-2년 후에 바로 결혼을 하고 싶다”며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대학 경제학과 빈기범 교수는 “연애도 하나의 경제적 행위로 볼 수 있다. 경제적 행위라 함은 내가 지금 당장 어떤 행위를 할까 결정하는 것이다”며 “이때 가장 높은 후생을 가져다주는 행위를 선택하게 되는데, 경제적 여건이 팍팍해지면서 연애가 다른 행위를 위해 포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포 세대에 이어 ‘N포 세대’라는 단어가 주목 받고 있다. 이는 취업시장 신조어로, 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연애하고 취업을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 평범한 행복이 사치가 되는 시대가 우리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들이 사랑을 돈으로 잰다고 비난할 자격이 누구에게 있을까. 우리의 짠 사랑은 현재 진행 중이다.

캡처.PNG

정수민 기자 zasmin97@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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