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의 유럽 여행기
2016년 6월 28일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걱정과 설렘을 떠올리고 있자면 2주가 조금 넘었던 유럽여행의 기억이 한 권의 책처럼 펼쳐진다.
올해 초였을 것이다. 고등학교 친구 셋과 언제나 그렇듯 일상적인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목적지도 없이 무조건 같이 여행을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얼떨결에 동의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정신을 차려 보니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맨 뒷자리에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있었다.
나의 첫 유럽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무모하고 재미있는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친구들, 무엇을 들고 가야 할지 몇 날 며칠 고민했던 여행 가방, 여권과 지갑이 들어있는 작은 크로스백. 뭐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됐던 유럽여행은 이상하게도 걱정보다 설렘과 기대가 앞섰다. 여행이 끝나갈 때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적지 않게 들었기 때문에 그러한 여흥들이 사라진 상태로 한국에 돌아왔지만 17일간의 유럽여행 소감을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두컴컴하여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던 산을 끝끝내 오른 후 만끽할 수 있었던 부다페스트의 야경, 그간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친구들과 한잔한 뒤 기분 좋은 상태로 잠든 후 맞이하는 프라하의 아침, 여행이 끝나갈 때쯤이라 돈 한 푼이 소중할 때 아끼고 아껴서 겨우 타볼 수 있었던 베니스의 곤돌라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풍경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다는 것은 감동이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릴 듯싶다.
물론 아름답고 재밌는 경험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은 항공권도 제때 예매하지 못해 친구들과 따로 입출국하여 공항에서 매 순간 긴장한 상태로 있어야 했고, 한 번은 자전거를 빌려서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길을 잃어버려 몇십 킬로를 자전거로 헤매다 결국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온 일도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한국과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고 어떤 날은 온종일 걷기만 해서 온몸이 진이 다 빠져버린 적도 있었다.
좋던 나쁘던 유럽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나에게 전부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고, 어쩌면 내가 죽기 전까지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이었다. 만약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한번쯤 멀리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장종원(건축 15)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