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 스파게티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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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스파게티 단상
  •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6.10.3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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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스파게티 단상

명란 스파게티 단상
 

몇년 전부터 이탈리아 파스타 전문점 메뉴에서 명란 스파게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스파게티에 성게 알이나 철갑상어 알을 넣어 만드는 정통 이탈리아 캐비아 파스타에 못지않게 맛있는데, 누가 이렇게 이탈리아 국수 스파게티에 한국 전통 명란젓을 접목하는 기발한 발상을 했을까? 뜻밖에도 명란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고향인 이탈리아나 명란젓의 본 고장인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처음 만든 음식이다.
 

시중에 선보인 지도 꽤 오래돼서 1967년 도쿄 중심가 시부야의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처음 만들었다. 일본인 입맛에 맞았는지 순식간에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최근 일본에서 다시 유행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

명란 스파게티가 만들어진 데는 사연이있다. 일본 NHK 교향악단 단원의 향수 때문에 생겨난 요리다. 이 음악가가 어느 날 이탈리아 유학시절 먹던 캐비아 스파게티가 그리워졌다. 당시는 일본도 값비싼 캐비아로 스파게티 만들 생각은 아무도 못했기에 할 수 없이 직접 캐비아 통조림을 사들고 단골 스파게티 전문점을 찾아가 주인한테 특별히 캐비아 스파게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먹은 캐비아 스파게티가 이탈리아에서 먹던 것만큼은 못해도 향수를 달래줄 정도는 됐던 모양이다. 이따금 캐비아 통조림을 사들고 와 스파게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단골손님 부탁이니 들어주기는 했지만 캐비아는 유럽에서도 3대 진미로 꼽는 비싼 식품이니 레스토랑 주인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비싼 캐비아 대신 명란젓을 한번 넣어보자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명란 스파게티다.

캐비아 대신 명란을 넣은 스파게티를 맛본 음악가도 만족했고, 시험 삼아 먹어 본 고객들한테도 호평을 받았기에 레스토랑 주인이 음악가의 양해를 얻어 명란 스파게티를 아예 메뉴로 개발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 유행에 이어 지금은 우리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명란을 뜻하는 일본말인 멘타이코(明太子) 스파게티 내지는 도쿄 스타일 캐비아 스파게티(Tokyo Style Roe Pasta)로 불리며 대표적인 일본식 스파게티가 됐다.
 

우리는 명란젓이 한국의 전통음식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스파게티와 명란젓을 접목한 것을 보면 일본 사람들도 우리처럼 명란젓을 꽤 좋아하는 모양이다. 통계를 보면 일본의 명란젓 소비량은 연간 약 3만 톤으로 1인당 일 년에 12번 정도는 명란젓을 먹는다고 한다. 전체 인구로 계산한 숫자니까 성인만 놓고 보면 최소 한 달에 두세 번에서 서너 번은 명란젓을 먹는다는 계산이 나오니 어떻게 보면 한국인보다 더 많이 명란젓을 먹는 것 같다. 일본 사람들 언제부터 이렇게 명란젓을 먹었을까?
 

사실 예전 일본인은 명란젓을 먹지 않았다. 명태 자체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명태와 비슷한 대구 알은 먹었어도 명태 알은 먹지 않았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이 명란젓 먹는 것을 보고 명란을 일본으로 가져가 상품으로 개발했다. 명태도 아닌 명태 알만 연간 1,500톤을 가져갔으니 일제강점기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막강한 자금력으로 조선의 명란을 거의 싹쓸이 해 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지금은 일본에 명란젓이 널리 퍼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는 한국 이름 명란젓보다 일본어 멘타이코로 더 많이 알려져있다. 뿐만 아니라 명란 스파게티는 물론 명란젓에 마요네즈를 섞어 캐비아처럼 빵에 발라 먹는 명란 크림, 샐러드에 뿌리는 명란 후레이크 등 명란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일본 상품들이 세계시장에 퍼지고 있다.
 

이런 명란 스파게티를 먹으며 드는 생각하나. 나는 그동안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내 장점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을까? 남이 가진 것만 귀하게 여기고 부러워했을 뿐 정작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가꾸고 발전시킬 생각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푸드인문학 칼럼 인물 사진.jpg

윤덕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ohioyoon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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