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하는 작가, 백가흠(문창 94)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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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하는 작가, 백가흠(문창 94) 동문을 만나다
  • 정수민 기자
  • 승인 2016.10.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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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하는 작가, 백가흠(문창 94)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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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백가흠을 만나다

 

Q. 최근에 그리스에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 때문이었나?
A. 두 달하고도 보름이 넘는 시간을 그리스에서 보냈다. 여행을 간 것은 아니고, 아테네에 집을 얻어놓고 글을 썼다. 출판사 난다에서 ‘걸어본다’라는 산문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그리스를 배경으로 산문을 쓰기 위해 갔던 것인데, 그보다 소설을 더 많이 쓴 것 같다. 주로 짧은 소설들을 작업했다. 30매 분량으로 30개 정도 썼다. 써온 것들을 퇴고해서 내년 봄쯤에 책으로 엮을 계획도 있다.
 

Q. 글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주로 소재는 어디서 찾는지?
A. 소설을 쓸 때 필요한 건 소재가 아니라 주제라고 생각한다. 소재를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무엇을 쓸지 정하면 소재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여러 작품을 쓴 작가들도 사실은 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작가도 정말 많은 책을 냈는데, 그 책들이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실은 인간의 본성, 그것에 대한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풀어낸 것이라고 본다.
 

본인의 일정한 문학적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써야 하지?’하고 묻는 것부터가 틀린 것이다. 문학적 질문 안에서 적당한 그릇들을 가져다가 쓰는 것이 소설이다. 가장 부합한 그릇을 찾는 것이 소재 찾기라고 생각한다.

 

Q. 본인의 문학적 질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사실 책에 다 나와 있는데, 반의적인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무궁무진하다. 근본적으로는 ‘이 세계를 망가트리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 귀뚜라미가 된다」같은 경우는 남성적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성적인 판타지, 정치적 판타지 그 종합적인 것들이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봤다. 「조대리의 트렁크」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폭력이라든지, 철학적인 오류 등을 다뤘다. 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테두리가 개인적으로는 폭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십사」 같은 경우는 중년들의 이야기다. 허위나 위선에 능수능란해지는 중년들이 이 세계를 또 한 번 망가트리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중년에 들어서면서 이제는「귀뚜라미가 온다」와 같은 작품을 쓰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Q. 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성실함’인지 ‘재능’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A. 소설을 쓴다는 것은, 벽돌공과 같다. 그냥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것이다. 소설은 예술의 범주에서 멀어진지 오래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는 조금 다르다. 확 낚아채는 것이 필요하다. 시는 언어로 구사하는 마지막 예술이다. 하지만 소설은 성실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틈날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시공부를 하듯 오랜 시간 앉아서 독서를 하고, 글을 써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글을 쓰고 나서도 오랜 시간 퇴고를 한다. 「귀뚜라미가 온다」 같은 경우는 열일곱 번을 퇴고했다. 오탈자만 고친 것이 아니라 다른 버전의 소설로 열일곱 개가 있다. 퇴고를 하면 할수록 소설은 더 좋아진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친다. 아마 다른 작가들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끝없이 퇴고할 것이다. 본인의 글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드물다. 성실하게 계속해서 쓰는 것이 소설에 있어서 중요하다.
 

Q. 글이 잘 써지는 시기가 있는가?
A. 그런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작가라는 직업도 결국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냥 하루에 쓸 수 있는 양만큼은 꼭 쓴다. 아마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 많이 쓰고 싶다고 해서, 더 잘 써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그런 날이 자주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하루에 주어진 몫만큼만 쓴다. 영감이 오면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오지 않는다. 그냥 일정한 패턴으로 쓰고 있다.
 

Q. 반대로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하는지
A. 나는 절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소설을 8편 완성시켰다. 그리고 나오면서 다 태워버렸다. 사실 습작기에는 버리는 것을 많이 두려워한다. 퇴고할 때도 일단 써놓은 것은 다 가져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시기가 지나고 어떤 깨달음이 오고 나면, 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것 같다. 버릴 건 과감히 버려야한다. 대학 시절에는 그것에 서툴렀던 것 같다.
 

대학생 백가흠을 만나다
 

Q.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사실 재수할 때까지만 해도 문예창작학과에서 뭘 공부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친구랑 명지대에 원서 접수를 하러 갔는데, 어느 한 부스만 줄이 길어서 들여다보니 그게 ‘문예창작학과’였다. 원래 이과여서 공대에 진학해 취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 떨어졌고, 그때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처음에는 의상디자인학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반대하셨다. 평소에 반대를 잘 하지 않으시던 아버지가 차라리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물으셨다. 그때부터 문예창작학과를 염두에 뒀던 것 같다. 원래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그런 학생은 아니었다.

Q. 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장소가 궁금하다.
A. 입학 당시에는 문예창작학과가 자연캠 예술대학 소속이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2년 동안은 동아리방에 살았던 것 같다. ‘노래패’라는 동아리였는데 ‘풍물패’, ‘극예술연구회’, ‘글패’와 함께 활동했다. 나는 주로 글씨를 쓰는 담당이었다. 요즘이야 현수막 걸고 프린트하지만 당시에는 다 손으로 썼다. 몇 날 밤을 새서 글씨를 썼던 기억이 있다.
 

전역을 하고 복학했는데, 학과가 인문캠퍼스 인문대학으로 이전돼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는 제대로 글을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계속 도서관에 살았다. 도서관에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그때 김성규(문창 96) 시인과 많이 친해졌다. 둘이 도서관에 앉아서 고시공부하듯 책을 읽었다.

Q. 학교 다닐 때 쓰던 소설과 지금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계기가 있었는지?
A. 스물일곱, 학부 4학년 때 등단을 했다. 그때와 지금의 소설은 정말 많이 다르다. 근본적인 변화는 문학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등단을 준비하기까지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하루는 학교 앞에 앉아서 등단한 작가들의 초기작을 모두 찾아 읽었다. 그 사람들에게는 있고, 나에게는 없는 것. 그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정답은 진심이었다. 문학을 대하는 ‘진심’이 있는가. 나에게는 그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을 찾고 나서야 등단할 수 있었는데, 등단을 하고 나서도 금방 묻혔다. 그 기분에 심취했던 것 같기도 하고, IMF이니 뭐니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그 시기에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그것은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깨달았다. 스스로에게 왜 문학을 하는지 질문을 던져봤다. 글도 많이 썼다. 그때 던졌던 질문들이 아직까지도 소설을 쓰는 원동력이 된다.

 

 

인간 백가흠을 만나다

 

Q. 해외로 많이 나가시는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지?
A. 여행에 대한 호기심은 많이 줄어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여행보다는 살아보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리고 살아본다는 것은 곧 일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로 나가도 글을 쓴다. 이번에 그리스에 가서도 계속 작업을 했다. 동생도 같이 갔는데, 그 애는 사진을 찍는 일을 한다. 남자들끼리라 그런지 이곳저곳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그냥 일을 했다.

Q. 글 쓰는 것 이외에도 관심 있는 분야가 있는가?
A. 굉장히 많다. 방금도 토마토소스를 만들다가 나왔다. 나름대로 토마토소스를 만드는 비법이 있는데, 그리스에 가서 선보였더니 다들 궁금해 했다. 바로 국간장을 넣는 것이다.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옛날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작가들을 불러놓고 홈 파티를 한 적도 있다. 요즘은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야구도 8년째 하고 있다. 취미라고 부를만한 것은 운동이라고 본다. 문학적인 것과 상관 없이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다.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자동차도 좋아한다.

Q. 어떤 작가로 불리고 싶은지?
A. 특별히 그런 건 없다. 스스로 지치지 않고 계속 쓰고 싶다. 작가로서의 성공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상을 타는 것인가? 돈을 많이 버는 건가? 베스트셀러?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죽은 다음에도 누군가 내 책을 읽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것 때문에 쓴다.
 

Q. 문학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A. 독서를 많이 하길 바란다. 한 작가에 대해서 다 알려면, 그 작가의 전집을 다 읽어 봐야 한다. 그전에 그 작가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임꺽정』이라든지, 『홍길동전』이라든지 그런 책들도 다 읽어보길 바란다. 다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학도 공부를 해야 한다. 틈날 때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것들은 금방 잊혀 진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책을 읽기를 바란다. 독서를 기반으로 글을 쓰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수민 기자 zasmin97@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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