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러’로 불리는 일, 부끄럽지 않다
‘불편러’로 불리는 일, 부끄럽지 않다
어느덧 가을이 스며들었다. 짧은 바지와 민소매 옷을 옷장 깊숙이 넣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샀다. 계절이 바뀌고 옷을 갈아입는데 하룻밤이면 충분했다. 필자는 이번 여름 내내 신문사 컴퓨터 앞에 앉아, 기획안의 소재를 찾는 것에 집중했다. SNS나 커뮤니티에 들어가 요즘 대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서적을 뒤적거리며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필자가 살펴본 대학생들의 이야기에는 불편함이 가득했다. 최저시급은 왜 물가상승만큼 오르지 않는지, 취업난은 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몰래카메라가 없는 세상에서 살 수는 없는지 그 외에도 페미니즘과 일베에 대한 끊이지 않는 물음들. 그러한 불편한 진실들은 우리의 일상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각자의 방법으로 그 불편함과 싸우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그들의 뒤에는 항상 ‘불편러’라는 말이 꼬리처럼 붙었다. ‘불편러’는 ‘뭐가 그렇게 못 마땅한 것이 많냐’는 뜻으로, 그들을 비꼬는 신조어다.
우리는 ‘불편러’로 불리는 일을 종종 두려워한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반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기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불편한 사실을 마주하고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삐딱한 시선, 불편한 심기. 이것이 필자가 기자로서 지녀야할 덕목이다. 혐오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외쳐본다. ‘불편러로 불리는 일, 부끄럽지 않다’
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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