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한옥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 한옥기술개발연구단 단장 김왕직(건축 81)교수를 만나 풀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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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한옥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 한옥기술개발연구단 단장 김왕직(건축 81)교수를 만나 풀어보다
  • 김지수 기자
  • 승인 2016.09.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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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한옥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 한옥기술개발연구단 단장 김왕직(건축 81)교수를 만나 풀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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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일), 집이라는 의미의 한옥


Q.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집으로서의 한옥의 우수성은 무엇인가요?
A. 기본적인 집의 개념은 외부의 침입을 막고, 온도와 습도를 맞춰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곳이죠.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요소 외에도 집은 문화적 요소나 역사적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옥은 한국만이 가진 역사나 문화가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물리적 요소는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의 집도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만의 문화성을 담고 있는 주거 유형은 한옥밖에 없다는 것이죠.
 

Q. 현대사회에서 이웃과 소통이 부족한 원인으로 아파트가 대두되고 있는데, 한옥은 어떤 방식으로 이웃과 소통하려 했나요?
A. 자연스러운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얼굴을 보는 것이에요. 친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기 시작하죠. 예를 들면 한옥에서 툇마루는 외부공간도 아니고 내부공간도 아닌 중간 매개체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툇마루에 앉아있으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하게 돼요. 그런데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용건이 있어야만 벨을 누르고, 문을 열어야만 소통을 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이웃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따라서 자연스럽게 소통을 유도할 수 있는 툇마루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죠.

Q. 교수님이 사는 한옥을 소개해주세요!
A. 제가 살고 있는 한옥은 전통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모습을 적절히 결합한 복합양식의 한옥이에요. 사랑채는 전통적인 모습으로 조선 시대 집을 재현해 장작을 패고 나무를 때면서 생활하도록 만들어 놓고, 그 바로 옆에는 현대화된 한옥을 붙여 놓아서 각각의 장소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한쪽만 고집하지 않고 현대적인 요소와 전통적인 요소를 결합한 것이 우리집의 가장 큰 특징이죠.

 

二(이), 한옥의 단점 극복, 재창조된 한옥

Q. 사람들이 한옥으로 지을 때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 있는데, 한옥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건축비용이에요. 일반적으로 현대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3.3㎡당 400만 원에서 500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한옥은 같은 면적에서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의 정도의 비용이 들어요. 3배 정도 비싸서 엄두 내기가 어렵죠. 하지만 건축비가 비싼 것은 현대적 건축기술로 충분히 개선해 나갈 수 있어요.

두 번째로 한옥은 자연 친화적이라 건강에는 좋지만 춥고 불편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있어요. 1900년대 초, 서울로 인구가 대량유입 됐던 시기에 워낙 인구가 서울로 많이 집중되다 보니까 북촌 같은 곳에 집 장사들이 많이 들어섰어요. 그 당시 집 장사들이 한옥형식으로 집을 지었는데, 워낙 싸게 짓다 보니 처마는 아주 작고, 문은 홑겹인 집들이 생겨 매우 춥고 불편했죠. 아마 그런 한옥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인식이 보편화 돼 한옥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이런 인식이 자리 잡힌 것 같아요. 하지만 한옥을 제대로 지으면 현대주택처럼 따뜻하진 않아도 살기 어려울 만큼 춥진 않아요. 전통적인 형태와 단열과 보온 같은 현대기술을 결합하면 굉장히 이상적인 집을 만들 수 있죠.
 

Q. 교수님께서는 2009년부터 한옥기술개발연구단 단장으로 활동하셨는데, 한옥기술연구단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A. 과거에는 주거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파트와 같은 대량공급 중심의 정책을 펴나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충분한 주거공급이 이뤄지고 있어요. 그러므로 이제 앞으로의 주거형태는 한국적이고 문화적인 면이 충분히 담기도록 해야 해요. 미래형 한옥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찾은 한옥에 대한 문제점은 역시 건축비가 비싸고 춥고 불편해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아 보급이 되지 않는 것이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의 과제였죠.
 

첫 번째 단계에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현대건축 못지않은 따뜻한 집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1,200만 원에서 700만 원까지 낮출 수가 있었죠. 또한, 가격만 낮춘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살기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의 보온과 기밀성(氣密性) 등을 확보했어요.
 

2단계 후속연구 3년 동안은 1단계에서 개발한 기술들을 현장에 적용해봤죠. 강원도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20호 정도의 한옥마을을 꾸미고, 순창엔 어린이집, 수원화성 내에는 전시관, 은평구에는 주민센터 등을 한옥의 형태로 지어 나갔어요. 특히 은평구에 지은 한옥 어린이집은 주변 유치원들이 비상이 걸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죠.

올해 10월까진 이 모든 한옥이 완공돼서 실증까지 끝나게 돼요. 그러면 1단계 연구과제인 기술 개발이 검증됐고 이젠 일반인들에게 홍보하고 보급하는 일만 남은 것이죠. 내년부터 진행되는 3단계 연구는 살림집처럼 소규모의 건물 말고도 학교 같은 대규모 건물을 한옥으로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Q. 우리대학 자연캠에는 4개 동의 ‘실험한옥(mock-up)’ 이 있습니다. 학교에 직접 실험한옥을 지으면서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기숙사 앞에 ‘명지정사(明知精舍)’라고 하는 실험한옥은 1단계 한옥연구 중간 결과물이에요. 크게 2동으로 나눠서 한 동은 완전한 전통한옥이고 다른 한 동은 신한옥으로 양쪽에 나란히 비교할 수 있게 지어졌죠. 양쪽 동 모두 한옥 실증을 위해 그 당시 전통건축 1학년 학생들이 살게 되었는데 신한옥에 살았던 학생들은 편하게 생활했지만, 전통한옥에 살았던 학생들은 직접 불을 때며 생활해야 했어요. 전통한옥에 주로 살았던 나무를 때면 그 그을음 냄새가 몸에 배는데 본인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이 맡으면 이상한 냄새가 나요. 신입생 여자애들 몸에서 홀아비 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들리곤 했었죠.
 

Q. 기술연구를 통해 한옥은 현대적으로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어떤 방향으로 한옥이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현재는 과거의 한옥을 재연하는 수준이에요. 형태는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편의성이나 기능성만 고려한 정도죠. 이렇게 하면 한옥은 단지 조선시대 집이에요. 또한, 이대로는 비용을 현격히 낮추는 것이 한계가 있어요.
 

문학을 예로 들면, 과거엔 직역을 했다면 이제는 의역을 해야 하는 단계예요. 그 안에 가진 뜻을 풀어서 모양이 완전 다른 재창조된 한옥을 탄생시키는 것이 미래형 한옥이라는 뜻이죠. 그렇다고 해서 중간 단계를 생략해서는 안 돼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재창조된 현대형 목조주택인 ‘재래주택’을 개발하는 데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죠.
 

또한, 한옥을 자동차 부품화하듯 부재들을 부품화시켜서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면 한옥의 공장 대량생산이 가능해져요.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공장으로 출근해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현장이 아닌 쾌적한 환경에서 365일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도 안정될 수 있죠. 공급받는 사람으로서도 공급이 상당히 안정되고 가격도 현저히 내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三(삼), 종합적 가치를 가진 한옥

Q. 아파트나 현대적인 건축물들에 뒤지지 않을 우리 전통 건축만의 뛰어난 기술력은 무엇이 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툇마루와 같은 전위공간은 편안함과 안락함도 주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온도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고, 내부환경과 외부환경을 중간에서 완충시켜 주는 역할까지도 해요.

또한, 한옥의 특징 중 하나는 대청마루와 구들인데, 마루는 난방에서 온 것이고 구들은 북방에서 온 것인데 그것이 한옥에서 딱 만났죠. 아마 이 두 개가 이토록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집의 유형은 전 세계에서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예요. 이 때문에 한옥은 사계절을 사용해도 편리한 것이죠.

Q. 세계화가 하나의 주된 키워드가 된 요즘, 한옥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로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이제는 한옥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세계 시장에 나갈 때, 한옥의 고유성만 가지고 나가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선호할 수 있는 집의 표준요소를 보강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사실 건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전체의 40% 정도 돼요. 그러므로 집이 친환경적으로 지어지지 않으면 미래의 건축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에요.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미래에는 목조로 건물을 지어야 함이 분명하죠. 이러한 표준요소를 찾아 발전시켜서 한옥의 고유성과 함께 세계로 나간다면 충분히 세계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四(사), 건축학과 81학번 김왕직 교수의 대학생활 

Q. 우리대학 동문인 김왕직 교수님의 대학생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대학에 다닐 때 우리대학에는 전통건축학과가 없었는데, 어떻게 전통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A. 저는 처음 건축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와서 두 가지 건축전공분야를 생각했었어요. 하나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예술적인 조형건축을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니까 바다에 집을 짓는 수중건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김홍식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됐어요. 지금은 1대1로 설계수업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60명을 모아놓고 설계 강의를 하니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어 3시간 강의 중 1시간 반 정도는 한국 건축사에 대해 강의하셨어요. 그리고 수업 마지막 날 설계과제를 만들어서 교수님께 제출했는데, 그게 눈에 띄었는지 민가를 조사하러 함께 가자고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교수님을 쫓아서 실습 삼아 방학 때마다 전국에 있는 민가를 조사하고 보고서도 쓰고 도면도 그려 봤죠. 그러면서 우리 전통건축에 대해서 흥미와 관심을 느끼게 됐고, 졸업하고 나서는 보수기술자자격증도 따고 전문영역에서 일도 하게 되면서 점차 한옥과 우리나라 문화재를 전공하게 된 거죠.

Q. 대학생 때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추억이 있나요?
A. 대학생 때는 생활이 넉넉지 않으니까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때는 특별한 아르바이트가 별로 없어서 책 외판원, 하다못해 고구마 장사, 배추 장사 같은 것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책 외판원을 하다 보니까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고 무거워서 택시라도 한번 타면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또 배추나 고구마 장사를 할 때, 재고가 쌓여요. 군고구마 구워놓고 그 기간 내에 안 팔리면 친구들을 불러서 다 먹어버리는 거예요. 결국, 남는게 없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턴 죽어라 공부를 했죠.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론 1등을 놓치지 않고 장학금을 타면서 학교에 다녔어요.
 

Q.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조금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학교 안에서만 있지 말고 학회활동, 동아리 활동, 모임 같은 곳에 나가서 나이 많은 사람부터 어린아이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는 거예요. 지금은 공부도 못하고 시간 낭비하는 것 같지만, 나중엔 그런 경험과 인맥들이 다 재산이 돼요. 자기가 시간을 조정해서 쓸 수 있는 때는 인생에 대학교 때 밖에 없을 거예요. 이 자유로움을 이용해 사람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이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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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food0312@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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