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히는 비정규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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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히는 비정규직을 위하여
  • 관리자
  • 승인 2009.10.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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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히는 비정규직을 위하여

밟히는 비정규직을 위하여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이는 미디어에서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아직은 학생 신분인지라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무심하게 대해왔으나, 현재 학내에서 벌어지는 학과 사무실 통폐합과 행정보조원 제도 시행을 두고 일어나는 문제를 보고 있노라면 괜히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행정보조원 제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교는 남은 계약 기간에 보조원 형식으로 된다는 것, 평가를 거쳐 1회에 한해 1년을 계약 갱신한다는 것, 선발된 보조원은 보수를 조금 더 올려준다는 것과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는 것 이렇게 5가지로 압축된다. 결국,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대학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채용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원대상자를 교인으로 제한한 것은 나로 하여금 근거 없는 웃음만 나오게 한다.
물론 국내 대학이 시간 강사, 조교를 일회용품처럼 취급해 온 역사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규직 교수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인문캠 학생회관 앞을 지나치면서 한때는 제자였을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 던지는 교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최소한의 학문적 후배, 동료라는 의식도 없는 셈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수밖에 없다. 정규직 교수는 고용이 보장되어 있으니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질 리 없고,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먹고살기 바빠서 사태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결국, 이 사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정규직 교수도 아니요, 대학 직원도 아닌 학생이다.
정말이지, 우월한 이들은 왜 자신보다 낮은 이들을 무시하고 밟아놓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우월한 이를 바꿔 말하면 가진 자다. 대학 당국과 정규직 교수도 이에 속한다. 극단적으로 너무 가진 자, 못 가진 자로 나누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계급적 처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본다. 양지 바른 곳에서 자란 사람은 그와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하고 싶다면 넉넉잡고 한 10년쯤 연봉 1천300만 원으로 4인 가족을 부양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뭔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양종인(사학 05)
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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