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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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의 늪
  • 권민서 기자
  • 승인 2016.09.2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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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편리함과 정신적인 안정감, 서로 공존할 수는 없나요?

카톡의 늪
기술적인 편리함과 정신적인 안정감, 서로 공존할 수는 없나요? 
  

지난 6월, 시장조사업체 TNS와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인 91%에 달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증가함과 동시에 관련 콘텐츠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성장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중 인터넷 환경에서 어디서나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이하 카톡)은 높은 접근성과 편리함으로 앱 시장 중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지난 2015년 모바일 앱 분석 전문기업 앱애니가 발간한 ‘앱 고객 확보 인사이트: 2015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단일 앱 중 카톡이 데이터 소비 1위로 집계됐다. 이렇듯 현대인의 실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카오톡. 그러나 일상 속에서 깊숙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카톡 대화방에서 한 사람을 겨냥한 언어폭력이 일어나거나 끊이지 않는 업무연락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최근에는 서울대와 고려대, 서강대 등의 대학교에서 ‘카톡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이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지는 못한 것이다. 이제는 없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지위가 상승한 카톡. 그러나 카톡에서 해방되고 싶을 때 해방될 수는 없을까? 

    

나갈 수 없는 단톡방, 발을 묶는 족쇄가 되다


대학생 A양은 알찬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 대외활동 동아리에 들어갔다. 공지사항 전달 및 대외활동과 관련된 정보교류를 위해 동아리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졌는데, 잡담만으로 대화의 수가 300개를 훌쩍 넘는 일이 잦아졌다. 이 때문에 연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단체 대화 방의 카톡에 묻혀 불편을 겪는 일이 여러번 생겼다. 하지만 이 단톡방의 잡담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 대화의 중간중간에 공지사항이나 대외 활동과 관련한 정보교류가 있는데 이를 놓친다면 자신의 손해가 되기에 대화 내용을 꼭 훑어봐야 한다. 동아리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어서 함부로 대화방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대학생 B군은 학기 초에 학과의 친목을 위해 만들어진 남학우 단체 카톡방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자신의 생각에 반(反)하는 대화가 자주 오고가기 때문이다. 특정 인물을 비하하는 발언은 물론이고 심지어 여학우를 성희롱하는 대화가 끊이지 않자, 보다 못한 B군은 그런 발언은 옳지 못한 것 같다며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반응은 뉘우침의 기색이 아니라, 오히려 B군을 ‘꼰대(권위적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와 ‘선비(혼자 도덕적인 척하는 사람을 폄훼하는 은어)’라는 비난이었다. 이후에도 단체 채팅방의 이야기 주제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며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B군은 자신 의 학과 단체방이기에 채팅방을 나가지는 못했다. 


카카오톡은 많은 이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주었는데 그 중 ‘단체 채팅방’은 가장 혁신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다. 단체 채팅방 덕분에 일일이 메시지를 보낼 필요 없이 전송 한 번으로 다수에게 전달 사항을 보낼 수 있고, 다대일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최근에는 학과, 동아리, 조별과제, 미팅 등등 다양한 유형의 단체 대화방이 생성되고 있다. 공통분모가 생기는 사람들끼리는 무조건 단체 대화 방이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는 언제나 장점과 동시에 단점도 존재하는 법. 대학생 A양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단체 대화방 기능은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카톡의 홍수에 빠지게 만들었다. 빠른 소통과 효율적인 정보 교류를 위해 만들어 졌던 대화방의 초기 목적이 점차 퇴색되면서 오히려 다른 일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겪었던 신지은(국 문 14) 학우는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면 몰라도 각자 명확한 목표를 위해 들어온 단체에서 필요한 정보 교류의 양보다 쓸모없는 잡담이 더 많은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러한 상황 이 반복되면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과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누어져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생 B군의 사례에서는 카톡 단체 채팅방이 범죄의 한 부분으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에는 여러 대학교에서 카톡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 파문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카톡의 특성이 성적 일탈을 하기 최적화된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트 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개방형 SNS와 달리 카톡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대화하는 폐쇄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속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잦다. 또한 문자로만 대화를 하기 때문에 본인의 메시지가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재밌게 표현하려는 경쟁 심리가 생겨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이에 대해 임상 심리전문가 김연 씨는 “단체 채팅방에서 친한 사람들이 모여 죄의식 없이 타인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억눌려진 성적 욕구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카카오톡의 폐쇄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이도 하나의 범죄가 될 수 있다”면서 “만약 언어폭력을 당했을 시에 피해자는 대중에 사건을 공개하여 가해자들이 다시는 범죄적인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너와 나의 연결고리 


직장인 C씨는 끊이지 않는 업무 연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퇴근 후에도 단체 채팅방과 일대일 대화방을 통해 업무 전달 사항을 받으니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근무 시간이 아님에도 업무를 해야 하기에 퇴근 후에도 편안히 쉬지 못한다. 휴가 를 갔을 때에도 단체 카톡방에서 업무 전달사항이 오고가니 마음 편하게 있을 수가 없다. 


대학생 D양은 카톡 프로필 사진을 자신의 사진으로 바꾸면 연락이 오는 선배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선배를 차단한다고 하더라도 본인만 상대방의 카톡을 못 볼 뿐 상대방은 내 프로필을 계속 볼 수 있기에 차단을 해도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만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카톡을 무시하지도 못한다. 프로필 사진과 상태메시지를 올리지 않으려고 해봤지만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스마트폰이 발전하고 카톡이 나오며 생긴 장점은 타인과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카톡을 사용하기 전에는 연락 수단이 전화나 문자, 이메일뿐이었다. 이 수단들의 특성상 메시지를 압축하여 한 번에 보내야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연락을 하는 횟수가 무제한적이지는 않았다. 따라서 피드백을 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됐지만, 카톡은 인터넷 환경만 조성된다면 무료로 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한 번에 보낼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예전보다 빠른 소통이 가능해졌다. 접근성이 향상된 점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톡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은 적지 않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27명 중 SNS 업무연락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람이 56.7%에 달했다. 직장인 C씨의 사례와 같이 퇴근 후에도 연신 카톡 알림이 울려대고 그것에 대해 신속하게 답장을 해야 한다. 빠른 피드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카톡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도 근황을 금방 알 수 있고 연락을 하기도 쉬워 사회관계망의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원치 않는 사람도 자신의 근황과 사생활을 알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된 다. 상대방과 연락을 끊으려고 해도 그 사람은 최소한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근황을 알 수 있고, 대학생 D양의 경우처럼 상대방이 현실에서 자주 마주치며 관계를 끊기 어려운 상대라면 더욱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수진(국통 16) 학우는 “내가 그런 일을 겪었다면 무서운 기분이 들 것 같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것은 본인의 자유인데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 사진을 도용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항상 연결되어 있어 괴로운 현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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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직장인 1,0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항상 연결 돼 있는 스마트폰 때문에 불편이 증가했다’라는 항목에 62%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했고 ‘근무시간 외에는 업무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의 항목에서 는 87%의 사람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카톡 등을 이용한 연락이 늘어났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증가한 것이다. 또한 취업전문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서 대학생 569명을 대상으로 한 ‘SNS 이용’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중 63.1%의 학생이 ‘SNS 를 사용하며 피로감과 부담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대인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고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만든다. 조별 과제, 동아리, 소속 학과, 직장 등의 카톡 단체 채팅방은 필수적인 수순이 되었다. 단체 대화방은 집단의 구성원에 포함되어 있다는 ‘멤버십’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집단의 구성원이나 인간관계가 눈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카톡에서 집단마다의 채팅방이 생겼고 이는 사회적 관계를 의미하는 지표가 되었다. 쏟아지는 카톡들, 가치관과 맞지 않는 대화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채팅방에서 나가는 순간 집단에서 소외가 된다.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시작된 카카오톡은 생활에 편리함을 줬다. 하지만 편리함 속에 있는 현대 사회의 씁쓸한 면은 숨길 수 없다. 껍데기처럼 쌓여가는 대화들과 휴식을 주지 않는 카톡에서 이별하고 싶을 때 완벽히 해방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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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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