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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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할 때
  • 육민수(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 승인 2016.09.26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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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할 때

새로운 <장암>노래를 불러야 할 때

 

『고려사』『악지』에는 <장암(長巖)>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유래가 이렇다. 두영철(杜英哲)이 장암에 귀양을 왔다가 해배*되어 돌아가는데 친하게 지내던 노인이 그에게 구차하게 영달*을 구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나 두영철은 평장사에까지 오르며 계속 영달을 추구하다가 또 귀양 가는 신세가 됐다. 예전 그 노인이, 자기 말을 안 듣고 관직에 나갔다가 다시 귀양 가는 두영철을 그물에 걸린 참새에 빗댄 노래가 <장암>이다. <장암>은 노랫말이 전해 지지 않지만 이제현이 그 내용을 소악부로 옮겼는데 이를 소개한다. 
 

“구구한 새야, 너는 무슨 짓을 하는 거냐. 그물에 노란 입이 붙어 있으니. 눈구멍은 원래 어디에 두고, 불쌍하게도 그물에 걸려드느냐. 참새 못난이야.(拘拘有雀爾奚爲/觸着網羅黃口兒/眼孔元來在何許/可憐觸網雀兒癡)” 
 

두 눈이 있는데도 무슨 욕심으로 그물에 걸리는 신세가 됐느냐는 질책이 사뭇 따갑다. 두영철이 실제로 죄를 지었는지 혹은 헐뜯음을 입은 것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무리 높은 직위에 있어도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것이 또한 영달한 고관이다. 영달한 자리가 이렇다면 평범한 사람보다 몸가짐을 더 조심해야 할 텐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는 이들에게 귀감이 될 청렴에 대한 금과옥조가 있다. 『율기육조(律己六條)』청심(淸心)편 에서, 육구연(陸九淵)의 『상산록(象山錄)』에 있는 청렴의 세 등급을 인용했는데 이를 소개한다.
 

“청렴에 세 등급이 있는데 나라에서 주는 봉급 이외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설령 먹고 남은 것이 있더라도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며 돌아가는 날에는 쓸쓸하게 한 필의 말만 남는 것이 옛날의 이른바 염리(廉吏)라는 것이다. 그 다음은 봉록 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되 바르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며, 먹고도 남는 것이 있으면 집으로 보내는 것이 중고 시대의 소위 염리라는 것이다. 가장 아래로는 무릇 이미 선례가 서 있는 것은 비록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 도 먹되 아직 선례가 서 있지 않는 것은 제가 먼저 시작하지 않고 향(鄕)이나 임(任)의 벼슬도 팔지 않으며 재앙을 핑계로 곡식을 농간하지도 않고 송사ㆍ옥사를 돈으로 처리하지도 않으며 세를 더 부과하여 남는 것을 착복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늘의 소위 염리라는 것이다” 
 

<장암>의 두영철도 나라에서 주는 봉급만 쓰고 쓸쓸하게 한 필의 말만 남겼다면 아마 두 번이나 귀양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인가 ‘구차하게’ 영달의 자리를 얻고 또 지키려고 했기에 그물에 걸린 참새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그런데 2016년 지금 에도 여전히 구차하게 영달을 구하다가 참새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다. 비리에 연루됐으면서도 직(職)에 연연해하는 인물, 능력은 없으면서 친인척의 뒷배로 승승장구하다가 낙마한 인물, 자신 의 직위를 이용해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된 인물 등, 정의와 청렴을 잊은 채 자신과 일족의 영달만 붙좇는 인물들이 있다. 
 

구차하게 영달을 구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따르지 않은 두영철에게 노인은 <장암>을 지어 ‘눈구멍은 어디에 두고’, ‘참새 못난이야’ 식의 날선 비판을 했다. 이 비판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널리 회자됐기에 이제현이 소악부를 지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새로운 <장암>을 노래해야 할 때인 듯싶다. 2016년의 <장암>을 노래하며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펼쳐 보일 때이다.

   

*해배 : 귀양을 풀어 줌
*영달 : 지위가 높고 귀하게 됨, 출세
*영어 : 감옥


재저장.jpg


육민수(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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