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Tattoo)
어느새 가을의 문턱을 바라보는 시기이다. 의류 매장에서는 벌써 새 시즌 상품을 진열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아직도 여름의 열기로 뜨거운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에게 가을은 아직 조금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가을 트렌드나 스타일링이 아닌 노출이 많은 계절에 더 눈에 띄는 타투(Tattoo), 즉 문신 패션에 관한 이야기이다.
난도(Nando, 출처 nandotatooer 인스타그램)
홍담(Hongdam, 출처 ilwolhongdam 인스타그램)
뱅뱅(Bang Bang)의 책 표지
타투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물려주신 몸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엄격한 유교 문화와 더불어, ‘거친 형들’의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에 타투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타투는 더 이상 음지에서 몰래하는 행위가 아니다. 미술학도 출신의 타투 아티스트 난도(Nando)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9만 6천여 명에 달한다.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에게 문신을 해주던 타투 아티스트 뱅뱅(Bang Bang) 본명 키이스 맥커디(Keith McCurdy)는 유명 연예인들과 그들에게 해준 타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단순히 신체에 새겨지는 것을 넘어 타투의 패턴이나 모티브 등이 의상이나 패션 액세서리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이미지_타투의 문양에서 모티브를 따온 의류와 스냅백 등을 선보이는 스티그마(Stigma, 출처: www.stigma1.com)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타투에 고착되었던 부정적인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신을 ‘음악을 사랑하는 타투어(Tatooer)’라고 소개하는 이원희씨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개방적이고 호의적인 분들일지라도 만일 제가 ‘아드님이 혹은 따님이 저만큼 문신을 하겠다고 한다면, 아니 이미 했다면 어떠시겠어요? 또는 그런 사람이 사위나 며느리가 된다면요?’ 라고 질문을 던지면 대게는 선뜻 대답을 못하십니다. 아직 거기까지는 받아드리기 어려우신 거죠. 또한 직업적인 제한을 받는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타투를 하는 이유는 제 자신에게 삶에 대한 용기와 의지 그리고 힘든 시기를 견디고픈 강한 정신력을 반영한 제 염원의 표상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투는 과거 죄수들에게 형벌의 의미로 또는 계급의 표시로 쓰였던 적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나 중국인들에게 타투는 미개한 문명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류는 계속해서 신체에 무언가를 걸치고 새기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타투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표현 방식이며 답답하고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높은 현실의 벽에 대항하는 작은 외침일 지도 모른다.
한문희 패션칼럼리스트
moonhee12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