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책을 공부하기 위해 길을 떠난 청년 데카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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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책을 공부하기 위해 길을 떠난 청년 데카르트
  • 이진오 철학과 교수
  • 승인 2016.09.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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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책을 공부하기 위해 길을 떠난 청년 데카르트

세상이라는 책을 공부하기 위해 길을 떠난 청년 데카르트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를 학문의 길로 이끈 것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원래 데카르트는 법률가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명문 프와티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20세가 되던 해인 1616년 ‘세상이라는 큰 책’을 배우기 위해 대학을 떠납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들의 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자 글로 하는 공부를 완전히 그만두었다. 내 자신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지식이나, 세상이라는 큰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지식 외에는 추구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의 청춘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운명이 나에게 허락하는 모든 상황에서 나 자신을 시험했다.” 데카르트가 젊은 시절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한 말입니다.

1618년에 30년 전쟁이 발발하자, 이듬해에 데카르트는 독일구교의 군대인 바이에른부대로 들어갔고, 직접 전투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독일 남부 울름 근교에서 머물던 중 따뜻한 난로 가에서 사색에 잠깁니다. 그때 데카르트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학문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됩니다. “인생에서 나는 어떤 길을 따라가야 하는가?”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그리하여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명석 판명한 진리를 찾자!” 데카르트가 ‘세상이라는 더 큰 책’에서 배우는 시절을 마감하고, 세상의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 될 제 1원리를 찾는 철학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순간입니다.

데카르트는 이를 위해 4가지 탐구의 규칙을 정하고 실천합니다. 첫째는 명증성의 규칙입니다. 속단과 편견을 피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석(clear) 판명하게(distinct) 내 정신에 나타난 것 외에는 판단하지 말 것! 둘째는 분해의 규칙입니다. 검토해야 할 어려움들을 각각 잘 풀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작은 부분들로 나눌 것! 셋째는 종합의 규칙입니다. 가장 단순하고 알기 쉬운 대상에서 출발해 조금씩 올라가 가장 복잡한 것을 인식하는 데에까지 이를 것! 넷째는 열거의 규칙입니다. 아무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완벽하게 열거할 것!

그 중 첫 번째 규칙이 가장 중요합니다. 즉.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일단 의심하고 도무지 의심할 수 없는 것에 도달하는 것이 모든 학문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해 봅니다. 심지어 꿈인지 생시인지도 의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모든 것을 의심하여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해도 한 가지만은 의심을 하고자 해도 의심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데카르트는 그렇게 ‘의심하고 있는 나의 존재’만은 의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뭔가를 생각할 때 그렇게 생각한 사유의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의심할 수 있어도 사유한다는 사실과 사유하는 주체로서의 나의 존재는 틀림없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를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 될 제 1원리로 내놓습니다.

데카르트의 이 명제는 근대철학뿐만 아니라 근대세계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데카르트의 이러한 선언은 스무 살 청년 시절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 시절의 데카르트와 비슷한 나이의 여러분은 어떤 호기심과 열정을 지니셨나요? 혹시 여러분은 일단 세상과 담을 쌓고 책 속에 갇혀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렇게 만나게 될 세상에서 과연 여러분 자신이 세상의 주인으로 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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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오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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