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는 대학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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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 없는 대학 사회
  • 라혜림 기자
  • 승인 2016.09.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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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은?

정처 없는 대학 사회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은?


우리는 흔히 대학을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학에서 진리만을 탐구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학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구조개편으로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받아 운영비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고, 그 기준이 되는 취업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곧 닥칠 학령인구의 절벽에 대비해야한다.
그러나 이렇듯 불확실한 앞날을 두고 문제 해결은 커녕 대학 구성원 간의 불통이 더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의 위기?

대학은 그 본래를 따지자면 엄연히 고등교육 기관이다. 고등교육법상에서는 제28조에 따르면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학문 연구와 교육,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삼는 정의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식의 상아탑’답다. 그러나 현 사회에서 일면 대학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 정책도 대학을 취업률 기준으로 평가하며 사회 수요에 맞게 개편을 요구한다. 어느샌가부터 대학은 취업까지도 맡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학생들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은데, 201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대학(교) 이상 학생들이 기대하는 교육 목적으로 46.7%가 ‘좋은 직업을 갖기위해’가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대학의 의미는 원래의 의미에서 크게 변했다. 과거 기본적으로 대학은 학문과 진리 탐구의 장으로 여겨졌고, 대학생은 대학에서 진리를 탐구하며 지식과 소양을 쌓는 의미에서 지성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진리의 전당이 아닌 대학교는 취업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대학(교)이상 기대 교육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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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학의 위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요즈음의 대학가는 더더욱 혼란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곧 닥칠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의 인력 수요 불일치로 대학은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의 주도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진행됐고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대학가 문제는 오히려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여러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을 요구받는 대학

대학에서는 정부 주도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다양한 재정지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취업률과 사회 수요에 입각한 대학 개편에는 일반 대학의 목적과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여전하다. 학문 연구와 교육의 주체인 구성원은 대학 개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이 제대로 소통되고 있지 않다. 대학 내에서 졸속으로 사업이 진행되거나 대학 구성원 간의 불통으로 충돌을 빚는 대학가의 모습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의 대학은 각각의 특성과 비전을 생각해 볼 새 없이 당장 사회 수요에 따른 정책에 급히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수진(시각디자인학과 12) 학생은 “대학의 기능은 학문을 익히는 것 외에도 직업 세계에 필요한 기술 기능들을 익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히나 대학이 취업률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대학이 취업준비기관이라는 말도 완전히 틀리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문제가 되는 학과 폐지, 대학 사업 등은 대학을 취업준비기관으로만 보고 학문적 성격을 배제했다. 대학이 취업 준비의 기능을 하는 것도 맞지만, 학문을 하는 곳임을 잊어선 안 된다. 대학을 취업준비기관으로 취급하게 된 것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얽혀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금 우리의 대학가는

대학 구조조정 및 사업으로 인한 여파는 대학가에 그대로 드러났다. 올 상반기 대학가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프라임(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으로 인한 논란이 컸다. 경희대, 이화여대, 홍익대, 숭실대 등 수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반발하며 반대 집회가 열렸다.

또 최근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하 평단 사업)으로 인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동국대의 경우 학교와 학생 간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학생들의 본관 앞 농성이 계속되고 있고 창원대의 경우 교수회에서 반발하여 사업 반납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이슈가 된 이화여대의 경우 평단 사업의 철회 이후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계속해서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대학도 이러한 혼돈의 소용돌이를 피해가진 못했다. 작년 대학 구조개혁 정책으로 인한 인원 감축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프라임 사업으로 인해 홍역을 앓았다. 또한, 평단 사업에 선정된 우리대학에 우려와 걱정을 표하고 있는 학우들 또한 많다. 더욱이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또다시 대학가를 술렁일 신호탄을 준비하고 있다.
 

소통이 막힌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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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3월 4일 성신여대에서 진행된 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1차 공동행동 모습이다.
(출처/성신여대 과통폐합 반대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가는 이러한 난세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최근 대학가의 키워드는 불통이다. 대학 내 구조조정 시 대학으로부터의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는 것이 근래 대다수의 학생의 현실이다. 또한 사업 진행 결과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사회변화와 산업 수요에 맞춘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사업인 프라임 사업이 그랬다. 일부 대학은 프라임 사업에 발맞춰 일방적으로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학과를 폐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하려 했던 학교가 부지기수였고,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정부가 제시한 목표에 맞춰가는 대학에서 학생에 대한 배려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학내 사회로까지 이어졌다. 사업이 진행되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세대였던 기존의 대학생들도 사회 수요에 의해 구조조정 되는 격이 됐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학내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동국대 총학생회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지원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크게 지적하여 시위를 시작했고, 이화여대에서는 코어사업(대학인문역량 강화사업)ㆍ프라임 사업이 학생들의 반대에도 강행된 점, 기타 학교 정책의 통보와 더불어 평단 사업이 통보된 것에 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숭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하민재(평생교육학과 15) 학생은 “신입생이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대학 정원도 줄어드는 것은 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 수요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과를 취업률에 따라 평가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에는 학교와 학생들 간의 협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도 프라임 사업과 관련한 구조조정 때문에 법대에서 시위를 하고 인문대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했었다. 학내의 소통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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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불통, 그 이유는?

최근들어 대학과 대학생 간 불통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대학 재정 사업의 졸속 진행을 들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 사업 중 프라임 사업과 평단 사업의 경우, 두 사업 모두 기본계획을 지난 2015년 12월에 공고하여 올해 3월까지 사업 계획서를 신청받았다. 평단 사업은 이후에 5월에 추가로 사업 공고를 내고 지난 7월에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은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에 지원하지만, 공고와 계획서 접수까지 3개월 되는 시간에 대학 내에서 충분한 의논이 있을 리 없다. 소통을 통해 모든 과정을 완료하기엔 부족한 시간인 것이다.

또한, 과거에 비해 대학생들이 학내 문제에 관해 관심이 줄어들었다. 취업과 스펙 쌓기로 바쁜 와중에 학내 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졌다. 2012년 2월 9일~29일 동안 대학 재학생 132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도 대학생 셋 중의 한 명은 총학생회에 관해 관심이 없다는 응답을 보였다. 학내 자치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관심도는 미지근한 편이었다.

이렇듯 대학이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구성원들인 대학생들의 학내 문제에 관한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대학과 대학생 사이에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눈앞의 위기에 대학이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실적을 내기 위한 개편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장기적인 비전이나 목적에 대한 고찰이 없는 변화는 중구난방일 뿐이다. 대학의 방안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가 없다면 결국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또한, 대학의 학문과 교육은 취업률에 따라 개편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대학 교육은 그 근본이 획일적으로 사회 수요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설립 이념과 교육철학에 맞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있다. 우리대학 김민혁(철학 16) 학우는 “정부 주도 사업을 위해 학과 폐지, 학과 통합, 인원 감축 등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은 자신들이 설정한 교육이념과는 다른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산업적 필요성에 맞춰 구조개혁을 하는 대학들에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은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500년 전보다 50년 전, 그리고 5년 전을 비교해보면 산업적 필요성은 점점 빠르게 변하는 지금 미래의 산업과 취업 시장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럴 때 일수록 대학은 인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의 비중을 늘리는 방법 등을 고안해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능동적으로 맞춰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학은 정책에 휩쓸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될 필요가 없다. 대학이 스스로 대학의 본질과 교육이념을 되새기면서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철학을 실현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학, 그 본질을 찾아서

그렇다면 대학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까. 대학이 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것은 간단히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가지 고려해야 할것은 대학은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어디로 나아 가야 하는지는 대학을 구성하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일부 구성원의 일방통행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불통에 기인했던 많은 대학가 시위와 논란들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대학에 속해있는 구성원인 만큼 운영상 불가피한 것까지 반대할 수는 없더라도 대학생은 또한 학내 문제에 관해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대학 본부 또한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처를 하기보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의논하는 것이 적절하다. 대학에 닥칠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대학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이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대학의 앞날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학 구성원들 간의 긴 대화를 통해 정립해가야 할 때다.

라혜림 기자 catalyst@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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