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그때 나도 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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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그때 나도 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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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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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그때 나도 죽을 거야

<방목기초교육대학 주관 2009학년도 신입생 독후감 우수작>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그때 나도 죽을 거야

O.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존시’는 멀쩡한 자신의 삶을 끝내려 한다. 희망만 가지면 되는데. 당시 나는 존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나는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현실이란 비바람에 흔들려 하나씩 떨어지고, 마지막 하나마저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면 나도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가는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꼬마였을 때, 나는 엄청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어떤 날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어떤 날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어서 엄마에게 굉장히 높은 건물을 사주겠다고 말했다. 로봇이 된다거나 영화 속의 영웅이 되고 싶다던 몇몇 꿈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누군가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마치 그것이 된 것처럼 자랑하듯 말하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학년이 올라가고 키가 자랄수록 나의 꿈은 작아졌다. 심지어 내 꿈을 이야기할 때의 목소리조차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누가 물어봐도 마냥 반갑지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자신에게 무엇이 정말 되고 싶은지 물어야 할 스무 살이 되었다.
나는 <마지막 강의>라는 책 제목을 처음 보고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해서 첫 강의를 듣게 될 나로서는 어쩐지 ‘마지막 강의’라는 말이 멀고 낯설게 느껴졌다. 이 책을 만나기 전, 인터넷을 통해 책의 저자인 ‘랜디 포시’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기사에는 카네기멜런대학의 한 교수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강단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다는 내용을 담겨 있었다. 굉장히 드라마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마지막 메시지를 캡슐에 담아 자녀들의 미래에 보내는 그의 모습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먼 미래로 여행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동화책처럼 우주선 그림이 그려진 표지를 펼치며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은 끊임없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릴 적에 꾸었던 꿈들을 다시 떠올려보라고. 황당한 꿈에 민망해 피식 웃을 때면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뤄보라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뤘다고 말하지만 그 꿈은 대부분 어느 정도 철이 들었을 때의 꿈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룰 수 있는 꿈을 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랜디는 달랐다. 그의 꿈 중에는 ‘커크 선장 되기’처럼 얼토당토않은 것이 있는가 하면 ‘세계백과사전에 자신이 쓴 항목 등재하기’ 등 정말 ‘기적과 같은’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 꿈을 이뤘다. 영화 <스타워즈>를 감명깊게 봤던 한 소년이 실제 <스타워즈>의 우주선과 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꼬마였을 때 품었던 꿈이 부화하여 ‘진짜’ 날개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나는 기억 속에서 먼지 쌓인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보았다. “정말 이룰 수 있을까?” “그럼.” 책에서는 꿈을 이루고, 나누라고 나를 재촉하고 있었다.
책에는 꿈을 이루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질문할 것, 협상할 것, 진실할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인정할 것 등의 조언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두 가지 충고에 몹시 감동했다. 그 충고는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것과 때론 돌아가는 것이 지름길보다 빠르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나는 남에게 칭찬을 받고 부러움을 사는 것을 참 좋아한다. 누군가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겉보기에 시시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을 할 때면 집중을 잘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일은 나의 일이 아니므로 될 수 있으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그러나 나는 랜디의 말 한마디에 책을 읽다가 멈추고 말았다. “너희가 회사의 메일룸Mailroom에 고용된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기뻐해야 해. 그때 너희가 할 일은 이것 하나야. 우편물 분류작업에 능숙해지는 것.” 무언가를 할 때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서 조바심을 내곤 하던 나는 이 글을 읽고 천천히, 그러나 최선을 다해 돌아가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얻었다.
재미있게 사는 데 선수였던 랜디는 꿈을 꾸고 하나씩 성취해가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여행을 하는 동안 한 번도 외롭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을 때 그는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죽음 앞에서 삶을 즐기고, 자녀들이 자신만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그의 모습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 강의의 모든 것이 그 인생의 최고의 꿈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과정으로 보였다. <마지막 잎새>의 ‘베르만’ 할아버지처럼 자신의 생을 걸고, 살아가는 동안 꿈을 꾸다 수없이 좌절할 그의 자녀들을 위해 마지막 잎새를 그리는 것 같았다. 이것은 그의 마지막 걸작이었다.
“저것 봐, 존시. 베르만 할아버지의 최고 걸작이야!”
책을 덮기 전 마지막 몇 페이지는 도무지 넘길 수가 없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꼬마였고, 또 꼬마다운 어마어마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드물게 그것을 이루며 즐겁고 치열하게 살아간 이의 마지막 여정을 보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누구나의 삶이 그렇듯 이미 제목에서 ‘마지막’임을 말하고 있었으므로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를 전부 넘기고 책을 덮었다. 나는 느릿느릿 그의 마지막 강의를 경청했다. 큰아들 ‘딜런’을 목에 태우고, ‘로건’과 ‘클로이’를 안고 미소 짓는 그의 사진이 실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나는 곧 새로운 페이지를 펼쳐놓았다. 내가 이룰 꿈과 그것을 이루는 가운데 겪게 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질 내 책의 첫 페이지를.

 박태용(청지 09)
 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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