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슈머, 가치있는 가짜를 소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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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슈머, 가치있는 가짜를 소비하다
  • 권민서 기자
  • 승인 2016.09.01 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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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 혹은 현실의 탈출구가 되는 페이크 소비

페이크슈머, 가치있는 가짜를 소비하다 
스트레스 해소 혹은 현실의 탈출구가 되는 페이크 소비
 

꿩 대신 닭. 옛날에는 설날 떡국에 꿩고기를 넣어서 먹었는데 꿩고기가 비싸니까 더 싸고 맛도 비슷한 닭고기로 떡국을 끓였다는 것에서 유래한 속담이다.
그리고 이를 현대의 말로 바꾼다면 ‘페이크슈머’라고 할 수 있다.

 

페이크슈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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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슈머(fakesumer)는 가짜를 의미하는 영어 ‘fake’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가 합쳐져 생긴 신조어로 진짜 같은 가짜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성향은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소비의 규모가 작아지고,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지갑은 얇아지지만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인해 생겼다.

페이크슈머의 소비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진짜와 다를 바 없는 ‘대체제품’이다. 비싼 브랜드의 제품 대신 가성비 좋고 효율적인 제품을 찾아 쓴다면 적은 돈으로 질 좋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두 번째 소비형태는 리얼한‘가상현실’이다. 바쁜 학업과 일 때문에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이들이 여행 카페를 이용해 여행 기분을 내거나 타인의 경험을 시각적으로 보며 본인도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또는 이루기 힘든 현실을 가상으로 체험하며 욕망을 채우기도 한다.

이름값보다는 가성비, 소유보다는 가치에 무게를 두며 여행, 뷰티, 패션, 인테리어, 음식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페이크로 대체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새로운 소비문화를 열어가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비싼‘고렴이’ 대신 ‘저렴이’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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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이’라는 말은 기존에 있던 제품과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더 저렴한 제품을 지칭하며 생긴 말이다. 이에 ‘저렴이’와 반대되는 비싼 제품은 편의상 ‘고렴이’라고 불린다. ‘저렴이’ 상품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편의점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음식이 있다. 집에서 카페의 달달한 디저트가 먹고 싶지만 만만하게 볼 가격이 아닌데다가 카페는 멀고 편의점은 가깝다면 간편하게 편의점 디저트를 즐기면 된다. 최근에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열풍으로 티라미수, 롤 케이크, 커피, 슈크림빵 등등 카페의 영역이라 생각됐던 상품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가격도 카페보다 반 이상 싸고 맛까지 좋아 금상첨화의 조합이다. 또한 명품 화장품 대신 로드샵의 저렴한 화장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유투브 검색창에 ‘저렴이’라고 치기만 해도 유투버들의 저렴한 제품 리뷰가 수도 없이 검색된다. 얼굴에 바르는 용도라 포장은 의미가 없어지는 화장품의 특성상 적은 비용으로 좋은 질을 누릴 수 있는 저렴한 화장품은 여기서 진면목을 발휘하게 된다.

‘저렴이’제품은 전자기기에도 존재한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샤오미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샤오미의 액션캠은 약 10만원으로 시중에서 50만원 가량 하는 액션캠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성능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아서 ‘고렴이’액션캠을 선뜻 사기 꺼려지는 소비자들은 ‘저렴이’인 샤오미 액션캠으로 그에 못지 않는 성능을 누린다.
 

너무 비싸니까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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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방영한 <내 방의 품격(tvN)> 프로그램은 집의 인테리어나 공간 활용 등의 내용을 다루는 일명‘집방’이다. 그런데 이 방송은 집방의 원조격인 2000년대 초의 <러브하우스(MBC)>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러브하우스>는 전문가가 집을 새로 짓는 수준으로 규모가 컸던 반면, 최근 방송은 비전문가가 자신의 집 꾸미기 비법을 알려주는 형식이 중심이다. <내 방의 품격(tvN)>은 가구 완제품을 사지 않고 효율적으로 가구 조립하는 방법, 재료의 가격과 사이즈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요즘 소비자들은 완전한 가구를 사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조립하더라도 가격이 싼 제품을 찾기 때문이다. D.I.Y 가구를 만든다면 큰 돈 들여서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운 가구를 들여오지 않아도 그와 다를 바 없는 새 집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성비 좋은 D.I.Y 가구의 대표적인 예로는 이케아가 있는데 일반 가구점 상품과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고 가격경쟁력이 높아서 집을 꾸미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좋은 수단이 된다. 인터넷으로도 D.I.Y 가구를 만드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따라 하기 어렵지 않다는 장점과 예쁜 디자인으로 가성비 높은 가구를 찾는 페이크슈머들의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이외에 가구뿐만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을 먹고 싶을 때에는 레스토랑을 가지 않아도 그와 같은 맛의 요리를 누릴 수 있다. 바로 고급 레스토랑 셰프의 요리 동영상을 통해서 말이다.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셰프의 요리 관련 게시물이 쏟아져 나오고 동영상은 수도 없이 많다. <냉장고를 부탁해(JTBC)> 등의 TV 프로그램으로도 셰프의 요리를 접할 수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실제 냉장고 재료로 요리를 하니 그만큼 페이크슈머들이 따라할 수 있는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내 폰 속의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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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보니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에게 부재중 전화가 3건, 뭐하고 있냐는 카톡과 문자가 온다? 이것은 실제가 아니라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현실세계에서 만날 수 없는 등장인물을 가까이서 접하기 위해 페이크슈머들이 만든 이미지 사진이다. 이것은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도 ‘가상’으로 체험하는 페이크슈머 소비의 일종으로, 리얼한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내어 등장인물을 만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한다. 이것의 연장선상으로 애인까지 핸드폰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투브(www.youtube.com)에 ‘내손여, 내손남(내 손 안의 여자친구·남자친구)’을 치면 1인칭 시점의 동영상이 여러 개 뜬다. 이 동영상을 클릭하면 마치 동영상 속의 사람과 실제로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대화와 영상이 펼쳐진다. 동영상의 댓글을 보면 ‘신박한데 왠지 계속 웃게 된다’, ‘너무 진짜 같아서 설렌다’,‘나도 모르게 동영상 저장하고 있다’등등 현실처럼 몰입이 되었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가상현실을 느낄 수 있는 게임도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모바일 게임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출시 후 한 달
만에 IOS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게임 분야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 다운로드 수는 100만 건이 넘었다. 로맨스 연애 시뮬레이션 형식의 이 게임의 등장인물은 다섯 명의 남자 주인공과 한 명의 여자 주인공이고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된다. 스토리는 흔한 드라마와 소설의 내용이지만 본인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드라마나 소설보다 현실성이 증가 한다. 또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방영한 JTBC의 <나홀로 연애중>이라는 TV 프로그램도 가상 연인의 내용을 다룬다. 3인칭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연예인들이 1인칭 시점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시청자들에게 진짜 같은 가상을 제공했다.


제 반려견은 카페에 있어요~
 

강아지는 키우고 싶지만 시간과 돈이 들고 그 책임감도 버거워 키울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애견 카페에 가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도 좋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생기기 시작한 애완동물 카페는 현재 전국에 300곳이 넘게 있으며 카페에서 차나 커피를 마시며 강아지·고양이와 함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음 편하게 동물과 놀 수 있는 동물 카페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 된다. 강아지와 고양이 같이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애완동물 말고도 쉽게 보지 못한 희귀동물을 볼 수 있는 희귀동물 카페도 있다. 라쿤 카페, 양 카페, 날다람쥐 카페, 앵무새 카페 등에서는 동물원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울타리 없이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접하기 어려웠던 동물들까지 만날 수 있는 동물카페에서 본인이 키우지는 못하지만 함께 있는 것으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우리대학과 가장 가까운 애견 카페도 있다. 정문 근처에 있는 ‘뭉달하우스’이다. 학교에 있을 때 강아지를 보고 싶다면 시간을 내어 잠시 들리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다.

 

꼭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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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군은 여행이 취미지만 최근 바쁜 학업과 비용 문제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해서 여행을 가지 않아도 같은 느낌을 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집에 소형 인디언텐트를 놓고 구글 어스를 통해 파리 골목의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니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여행’을 검색해 다른 사람들의 여행 사진을 보다보면 몸은 집에 있지만 마음은 외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평소에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 여행책방에 잠시 들러 감성적인 여행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또는 영국풍으로 인테리어 한 이색 카페에 자주 가서 영국적인 분위기를 느낀다.

대학생 B양은 다이어트를 하느라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해 답답한 기분을 먹방을 보며 푼다. 일반인들이 먹는 음식의 정량보다 몇 배나 많은 양을 먹는 이들의 영상을 보면 오히려 보는 사람이 질려서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다. 또한 B양은 꿈에서 각박한 현실을 탈출한다. 바로 꿈속에서 본인이 꿈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자각몽(Lucid Dream)을 통해서다. 현실은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꿈속에서는 B양이 원하는대로 뭐든 이루어진다.

‘페이크슈머’는 그들의 창의적인 행보만 평가한다면 기발하고 참신한 스낵컬처(Snack Culture)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페이크소비가 생긴 배경은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의 증가, 감정소모가 많아진 현대 사회, 장기적인 경기 침체 현상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는 크지만 경제적·시간적인 어려움 때문에 저렴한 대체재를 찾고, 현실과 다른 가상을 추구하는 페이크슈머들을 그저 20대의 가벼운 소비문화로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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