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영화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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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영화의 걸작
  • 관리자
  • 승인 2009.10.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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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영화의 걸작

<JFK> 역사영화의 걸작

‘올리버 스톤’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에 하나로서, 종종 ‘스티븐 스필버그’와 비교된다. 스필버그의 영화는 대체로 해피엔딩으로 끝나 관객이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 밖을 나오는 반면, 스톤의 영화는 언제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이유는 그의 영화가 흥미 위주에서 벗어나 감독의 예리한 관점, 즉 개인적 역사관이 관객에게 혼돈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스톤은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물게 미국 현대 정치와 역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가 유달리 역사의식이 강하다는 점과 함께 젊은 시절 겪었던 전쟁의 참상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그는 예일대학교 역사학과에 재학 중인 상태에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그리고 처절한 전장의 현장 체험을 통해서 이제껏 배워 왔던 학교 교육이나 방송과 언론 매체의 내용이 얼마나 왜곡되고 편향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베트남전쟁이야말로 그의 인생관을 변하게 한 가장 큰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그 후 그는 역사학과를 중퇴하고, 자신이 경험한 역사의 현장을 생생한 이미지로 담기 위해 영화학과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한편, 스톤과 함께 <갱스 오브 뉴욕>과 <에비에이터> 등을 만든 ‘마틴 스콜세지’도 역사영화의 거장으로 불리지만, 스톤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스콜세지는 세간에 잘 알려진 ‘사실’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내는 반면, 스톤은 일반적으로 인식되어 온 사실을 자기 나름대로 재단한다. 즉 스톤은 특유의 방식으로 ‘역사 비틀기’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그의 단골 메뉴라 할 수 있는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두드러진다. 자신이 직접 참전해서 겪은 참상을 리얼하게 그린 <플래툰>을 비롯해 상이군인들의 내면적인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한 <7월 4일생>, 한 때 전직 대통령 가족들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른 <닉슨>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영화들보다 훨씬 스톤의 관점을 잘 드러낸 영화이자 역사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JFK>(1991)를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스톤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걸작이자, 이 작품 하나로 단순히 영화감독이 아닌 정치적인 인사로까지 평가받게 되었다. 미국 역사학계조차 ‘미국사학보’에서 이 영화 연구에 관한 특집호를 발간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평론의 범주를 넘어 학계에서까지 찬사를 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첫 번째는 철저한 사실 고증일 것이다. 그는 보다 긴장감 넘치는 극 전개를 위하여 케네디 대통령 저격 장면을 촬영한 제프루더의 8mm 필름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범죄 현장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당시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재현하였다. 두 번째는 철저한 분석을 통한 설득력 있는 음모론 제기이다. 영화 속에서 게리슨 검사가 언급한 ‘마술총알’(정부 측 발표보다 많은 수의 총알이 발사됐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은 곧 스톤의 주장이자 이 영화의 핵심 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정부 측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영화로 스톤은 그야말로 명사대접을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에서는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이유를 그가 베트남전쟁을 그만두려 한 데서 보고 있으나, 정반대의 증언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즉 케네디는 결코 베트남으로부터 철수하려는 의사를 표현한 적이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했다. 이후 스톤은 한동안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렸으나 유구무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JFK>의 작품성과 역사성이 훼손되진 않을 것이다. 관객들은 케네디 대통령이 어째서 암살당했는지 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방대하고도 치밀한 자료 분석과 예리한 논리에 훨씬 호감이 가기 때문이다.

연동원 역사학자ㆍ영화평론가
정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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