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낯설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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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낯설게 하기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6.06.06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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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낯설게 하기

 

 

스포츠 낯설게 하기
우리가 보는 스포츠는 언제부터 지금 이 모습이 었을까? 축구 경기장에서 수만 관중과 함성을 지를 때, 테니스장 조명 아래에서 동호회 사람들과 저녁 운동을 할 때면 이러한 일들이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화려한 선수들, 잘 정비된 경기장, 빈틈없는 제도와 규칙 등은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스포츠의 면면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끊임없이 변해온 끝에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형태를 띠게 됐다. 프로야구는 우리나라에서 1982년이 돼서야 출범했다. 그 전까지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 투수 같은 것은 없었던 셈이다. 국내에서 테니스를 시작한 사람들은 조선 시대 선교사들이었다. 그전까지 한반도에서는 테니스는 물론 스포츠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었다. 당시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를 즐기는 선교사들을 본 고종 황제는 “그렇게 힘든 일을 아래 사람들을 시키지 않고 하다니 이상하다”고 했다. 이런 사례만 봐도 우리와 예전 사람들 사이의 스포츠에 관한 인식의 차이가 분명하다.

더 넓고 긴 시각으로 생각해보면 많은 것들이 궁금해진다. 스포츠 경기를 몸으로 하지 않고 돈까지 내면서 관람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직업으로서의 운동선수가 예전에도 있었을까? 처음으로 스포츠 중계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가 익숙히 여겼던 스포츠를 낯설게 만든다.


도심 속의 아이언 샷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스포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변화는 멀리 떨어진 프로 구단이나 국제경기장이 아닌, 도심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요즘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이 바로 그 예이다.

스크린 골프장은 골프를 간편하게 즐기고 싶다는 바람에서 탄생했다. 도시 밖의 골프장에서만 골프를 했던 과거에 골프는 누군가에게는 ‘큰 맘 먹어야 하는 일’이었다. 골프장을 예약하는 것은 전쟁이었고 한 번 갔다 오는 데 필요한 시간과 돈도 만만치 않게 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골프는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취급됐다.

하지만 이제 골프를 즐기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이제 사람들은 집에서 가까운 스크린 골프장에 가서 스크린 앞에 자리 잡기만 하면 된다. 스크린 앞에서 스윙만 하면 골프가 진행되니 캐디나 골프 카트는 물론 복잡하기로 유명한 골프 룰도 모두 꿰고 있을 필요는 없게 됐다.

이러한 일들은 골프에 도입된 IT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스윙을 하는 것과 동시에 센서는 골프공이 날아가는 속도, 방향, 회전 등을 순식간에 분석해 골프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예측한다. 예측한 결과는 스크린에 공이 날아가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스크린 속에 등장하는 골프장 역시 실제 골프장을 구현한 것이다. 그래서 스윙을 한 후 스크린을 보고 있으면 골프 중계를 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현실감 있다. 게임 시스템은 골프 규칙에 따라 진행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게임과 자신의 스윙에 집중할 수 있다. IT 기술에 힘입은 스크린 골프장은 처음 방문한 사람도 금세 실제 골프장에 있는 것처럼 몰입하게끔 한다. 저렴한 비용과 편의성뿐만 아니라, 경험의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스크린 골프가 불러온 골프 즐기는 방식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제 골프는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박봉의 직장인도 퇴근길에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긴다. 실제 골프장은 근처도 못 가 봤지만,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타이거우즈 소리를 듣는 대학생들도 이따금씩 보인다.


내일의 스포츠

이처럼 스크린 골프는 오늘날 골프를 즐기는 방식을 바꿨음은 물론, 골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까지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아마도 골프 외에 다른 스포츠에서도 스크린 골프와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모습과 성질을 바꿔가며 스포츠는 우리 곁을 지켜왔다.

그렇다면 미래의 스포츠는 어떤 모습일지도 상상해볼 수 있다. 미래에는 스포츠를 보는 방식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지 않을까? 그 변화의 중심에는 VR이 있을 것 같다. 가상현실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VR을 쓰고 마치 실제 선수가 된 것처럼 스포츠 경기를 보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시점도 3인칭이 관중 시점이 아니라, 1인칭 선수 시점이 될 것이다. 이렇다면 스포츠를 ‘보는’게 아니라 ‘체험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앞으로 펼쳐질 스포츠의 변화를 기대하는 일은 오늘의 스포츠를 직접 하고 보는 것만큼이나 즐겁다. 한숨 나오는 뉴스만 가득한 요즘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가 기대되는 분야가 하나쯤 있어야 우리의 마음에도 볕이 들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포츠는 여러모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듯하다. 이 점이 우리가 스포츠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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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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