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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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대학생
  • 안수현 기자
  • 승인 2016.06.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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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남용 문제 심각

가성비 좋은 대학생
서포터즈 남용 문제 심각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방송작가 유병재가 과거 자신의 SNS에 열정페이와 관련해 남긴 글이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하고 호응했다. 젊은이에게 열정이 강요되는 현실. 대학가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서포터즈 문제를 짚어봤다.
여름 방학에 이런 대외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잘 살펴보고 지원하도록 하자.


서포터즈, 마케터, 기자단의 이름으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대학생 서포터즈ㆍ마케터ㆍ기자단을 모집하는 공고 포스터를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여름방학을 앞두고 많은 대학생들이 대외활동을 찾아 나서고 있는 요즘,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대학생들이 스펙을 쌓고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이 이용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대외활동이라는 명목으로 대학생들을 모집하는 글이 넘쳐난다. 게다가 서포터즈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금융 △패션 △게임 △외식산업 △미용 △공연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이 외에도 ‘마케터’, ‘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서포터즈’와 거의 성격이 같은 직무의 대외활동들이 무분별하게 생겨나고 있다. 서포터즈, 홍보대사, 마케터, 기자단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활동 내용은 유사하다. 블로그 포스팅이나 SNS 홍보, UCC 제작으로 기업의 활동 내용이나 이벤트 등을 홍보하는 것이다. 이런 대외활동 개수는 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서포터즈 사진.jpg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고 있는 서포터즈 대외활동.


서포터즈 활동 실태는

처음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외 활동을 하게 된 것만으로 즐겁다. 캠퍼스 밖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생산적인 일을 하게 돼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바와 다른 업무를 하다 보면 왜 이 활동을 하려고 했는지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대학생들은 어쨌거나 자기에게 주어진 대외활동을 열심히 한다. 열정과 시간을 투자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또 밤새 회의하며 함께 PPT 도 준비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고 열정과 시간, 아이디어를 빼앗긴 기분만 든다. 실제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서 아이디어의 비용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고 저작권도 회사 소속이 된다. 그 결과가 바로 채용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왜 기업이 생각해야 할 ‘어떻게 소비자층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가? 그들은 서포터즈를 통해 헐값에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한다. 대외활동이란 명목으로 값싸게 학생 인력을 사용하고 아이디어까지 벗겨가는 일부 기업의 뻔뻔함에 학생들만 곪아가고 있다.

기업은 아르바이트보다 적은 임금을 주고 아이디어와 노동력을 가져간다. 마케팅 기획이라는, 있어 보이는 명분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실무를 배우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저 그들이 하게 되는 일은 회사의 제품을 좋은 말로 포장하고 홍보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일단 만들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무분별하게 서포터즈를 모집하니 관리와 운영이 엉터리인 곳도 많다. 모집 시 공지했던 활동들이 진행되지 않거나 공지와 다른 업무ㆍ보상으로 불만도 늘고 있다. 특히 서포터즈 운영과 관리 자체를 위탁업체에 맡겨 진행하는 기관이나 기업도 늘고 있어 참여자의 만족도는 더욱 떨어지는 상황이다.

심지어 서포터즈를 지원하는 신청 절차에서 마케팅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아예 블로그 포스팅이 지원 시 필수 절차이거나 지원서와 홍보 영상을 함께 첨부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지원자의 실력을 검증하겠다는 명분을 갖다 붙이지만 아직 서포터즈로 선발되지도 않았는데 일을 시키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말했다. 서포터즈로 활동하기도 전에 지원자는 기업과 그 제품에 대해 미리 스스로 다 알아보고 체험해 봐야 하는 것일까. 선발된 후 기업을 겪어보고 조사하면서 알아가야 홍보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떤 포스팅을 할 수 있을까. 결정적으로 그것이 지원 시 해야 할 일이라면 지원자는 합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 포스팅과 홍보 동영상에 나쁜 평가를 넣을 리는 만무하다.

대외활동 시 학생이 냈던 기획안이 오랜 기간이 지난 후 학생의 활동이 종료되면 실제 회사의 아이템으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에도 학생들은 어떠한 부당함도 얘기할 수가 없다. 저작권법 제9조에서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이 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의 사각지대에서 우리는 법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포터즈는 대학생과 기업 모두 윈윈 하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철저히 을의 입장이다. 자신에게 정말 도움과 이익이 되는지 생각해 보라. 서포터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외활동을 통해 스펙과 경험을 쌓기 원하고 기업은 젊은이들의 신선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이 인터넷상에서 가지는 지위나 능력을 이용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게다가 SNS를 통한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서포터즈 모집을 필수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기업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대학생들은 자기 발로 다시 서포터즈 모집에 찾아갈 수밖에 없다. 취업 시기를 앞두고 무엇이라도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자기 불안감 때문이다. ‘더러워서’ 안 한다고 해도 기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너 아니어도 하겠다는 사람은 많아’. 불행하게도 이는 사실이다. 모두가 하는 것을 나만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지원하게 된다. 더 좋은 대외활동이 되기를 바라면서.

대학생들의 목표는 오직 스펙이다. 공모전의 주제나 서포터즈의 활동 내용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이 있는지, 목표에 도움이 되는지, 적성에 적합한지에 대한 고려는 없다. 전공 관련성이나 흥미영역과의 적합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활동은 나중에 입사 지원 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면접 시에 실질적인 이야기의 근거가 될 것이므로 학생들은 최대한 많은 일을 해두자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국 제 발로 다시 찾는 서포터즈

게다가 항간에는 대외 활동 경력 없이 학점이나 어학성적만 관리하면 인사 담당자가 공부만 하다 졸업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소문이 있어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데도 대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공부만 하니 창의력이 부족하거나 사회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근거 없는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인사담당자는 직무와 관련도 없는 스펙을 나열하는 것은 어떠한 이점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대학생, 사회초년생, 기업 인사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외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대학생 46.6%는 대외활동을 하지 않으면 취업에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 57%는 직무와 관련 없는 대외활동 경험은 채용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대학생 48.1%는 자신의 전공이나 개인적 관심사와 관련이 없어도 취업스펙을 위해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적인 점은, 대외활동 경험이 있는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55%가 사회 진출 전에 대외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 취업에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회 진출 후에는 24%만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문제는 우리 내부에도 있을지 모른다. 일부 대학생들은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협동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역동적으로 사는 모습이 대학생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청춘은 늘 열심히 살아야 하고 젊어서는 고생을 사서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다. 누군가의 성공 무용담에는 ‘돈 안 받을 테니 일 가르쳐달라’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자세들이 성공으로 가는 올바른 태도라고, 젊은이의 자세라고 무의식중에, 은연중에 각인된다. 대학생들에게 열정은 강요되고 착취는 당연한 일이 되어 간다. 우리는 우리가 겪는 이 현실이, 젊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우수 인재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는 기업들의 횡포를 정당화 시켜준다.


진짜 대외활동을 하자

모든 서포터즈가 그렇지는 않다. 단순 홍보용이 아니라 직무를 배우며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로 구성한 활동들도 많다. 대학생들의 처지를 배려하고 현장 학습을 시키면서 지원자가 미래에 일하게 될 근무 환경을 습득시키려고 하는 좋은 기업들도 많다. 대외활동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고 소중한 추억이 되기도 하며 가끔 활동을 열심히 했을 때 따라오는 해외여행 및 상금 혜택도 있다.

학생들은 서포터즈에 지원하기 전 스펙 관리의 부담감에 아무 대외활동에 지원하기보다는 본인의 흥미와 적성, 미래 진로와 관련된 활동 위주로 지원하는 게 좋다. 그래야 본인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이 가능하고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다. 쉽게 얻는 스펙이 채용 시장에서 얼마나 대단하게 작용할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인사 담당자들은 그런 활동을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다. 쉬운 활동에서 남는 것은 문장 하나일 뿐이다. 나를 잘 포장하면 취업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본인의 가치를 더 떨어뜨릴 뿐이다.

또 기업들은 서포터즈라는 명분 아래 학생들을 착취하려는 습성을 버려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무분별하게 ‘뿌린’ 대외 활동으로 채워진 이력서를 걸러내는 것도 결국 회사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 필요가 있다.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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