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위기와 2009년 대학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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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위기와 2009년 대학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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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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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위기와 2009년 대학의 시작

세계의 위기와 2009년 대학의 시작

새로운 학기의 시작!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매 학년, 매 학기 대학은 새롭게 시작한다. 이렇게 새로워질 수 있는 행운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즈음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철학이 살기 위한 몸짓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수행되어야 한다면, 바로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전의 자신만만했던 경제관이나 어떠한 주의主義도 지금의 세계위기에 답을 주지 못한다. 미리 주어진 답이란 없다. 전통의 가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 “신은 죽었다(니체).” 무신론의 취지가 아니다. 철학적인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최고 가치는 유효성을 상실하였다. “인간은 죽었다(푸코).” 이전 인간의 이해로는 우리의 세계를 알 수 없다. 만사의 총칭인 세계를 설명할 도구가 없다. ‘신-인간-세계’가 격변하고 있다. 세계는 오직 새로운 세계로만 가능하다. 우리는 철학을 할 수밖에 없다.
2009년 대학의 시작은 특별하다. 그 어느 때보다 열려있다. 물론 열려고 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이전 가치가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롭게 출발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영점零點에 놓여있다. 역설적으로 철학은 이러한 지점을 시작점으로 삼고자 한다. 왜냐하면 철학은 선입견이 없는 새로운 출발점을 찾기 때문이다(후설의 ‘에포케Epoche’ 혹은 ‘판단중지’). 이러한 태도에서 이전 가치는 선입견일 뿐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세계에 더 이상 이전 세계의 해석이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는 항상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른 철학의 시도는 스스로 새로워지려고 한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세계와 모두를 위하여 기도하고, 참선하고, 철학하고자 한다. 세계의 근거를 새롭게 찾아내어야 한다. 학문의 길이다.
좋은 구조조정은 붕괴의 길이 아니다. 새로운 구조를 찾는 것이다. 미약하나마 새로운 생존의 가능성과 미래를 준비하는 시도들이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세계 간의 관계가 새롭게 ‘이해-시도’되어야 한다. 여태까지의 잘못된 에너지 소비행태에, 기업의 이윤과 노동의 가치관계에, 정당 간의 무모한 충돌에 그리고 대학의 연구형태에 새로운 가치추구와 도약이 시도되어야 한다. 상호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창조적인 관계(‘롬바흐’의 ‘함께 하는-창조성 Kon-kreativit?t’)를 이루어 내야 한다.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생존의 위기와 취업의 절실한 어려움 속에서 생존의 최전선을 떠나 있는 학문이 무슨 필요냐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세계가 만신창이가 된 만큼 학문도 그러하니 말이다. 그러나 학문은 세상만사의 새로운 근거와 연결점을 찾아 함께 잘 살 수 있는 노력을 멈춘 적이 없다. 그 때마다 세계를 분석하고, 예측하고 대책을 세운다. 또 수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연구의 의미이고, 대학의 이상이자 실천이다. 2009년 대학과 대학인의 시작은 이렇게 진지하고 절박하다.

양국현(방목기초교육대학 자연교양) 교수
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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