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약자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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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약자의 고통
  • 강길용(사학 14) 학우
  • 승인 2016.06.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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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약자의 고통

 

보이지 않는 약자의 고통
얼마 전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또한 우리는 여자를 증오한다는 살인범의 끔찍한 인터뷰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살인범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그의 인터뷰로 인해 범행의 동기가 ‘여성혐오’라는 주장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이들은 살인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리고 극단적인 여성들의 행동을 비판 하면서 피해자가 여성이란 이유로 그녀의 죽음을 기뻐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궤변을 보며 나는 증오의 민낯을 봤다. 추악했다.

나는 이 사건을 다룬 뉴스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약자에 대한 증오가 만연해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들의 삶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보다 위태롭다. 만약 그들이 살얼음판과 같은 삶을 살다 조그마한 실수라도 한다면 증오는 약자들을 가혹하게 유린한다. 비방, 욕설, 폭행, 살인……. 그 날의 살인사건 또한 우리 사회의 약자들 중 하나인 여성을 향한 증오였다.

우리 사회의 증오는 성별 문제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신체적 능력, 재산, 직업 등 여러 분야에서의 약자들에게 증오는 가차 없이 그들에게 상처를 안긴다. 다행히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약자들은 그들의 증오에 삶이 흔들린다. 올해 서울시가 장애인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특수학교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특수학교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에 거세게 반발했다. 장애인 학생들이 자신들의 자녀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막연한 편견에 따른 일종의 님비 현상 때문이었다. 한 주민은 인터뷰에서 ‘다른 구에도 (학교를) 지어야지 왜 우리 구에만 장애인 시설을 세우냐’며 장애인들을 향한 증오를 드러냈다. 이는 명백한 장애인 증오다. ‘장애인은 싫다’라는 주민들의 증오는 장애인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있다. 이 밖에 생활보조자들이 많이 사는 임대 아파트에 대한 일반 아파트 주민들의 증오, 특정 지역 사람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편견 등의 증오가 우리 사회에 보이는 추태들이다.

약자들은 우리의 삶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 존재이다. 설령 우리에게 피해를 줬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이들은 없다. 그들은 최소한 약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 지금 이순간도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약자들에게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증오’라는 장애물을 던져야할까?

강길용 공식사진.png
강길용(사학 14)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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