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밖에서 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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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밖에서 뛰는 사람들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6.05.30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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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밖에서 뛰는 사람들

경기장 밖에서 뛰는 사람들


함께 박수받아야 할 사람들

언젠가부터 축구 경기를 볼 때면 이런 이야기들이 들려오곤 한다. “골 넣은 선수만 기억해서는 안된다”, “패스해준 선수와 경기장에서 땀 흘린 모두를 기억해야 한다” 등이다. 맞는 말이다. 골이라는 결정적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었다. 누구 한 명의 땀방울만 더 멋지고 가치가 큰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함께 박수받아야 할 사람들이 더 있다. 이들은 경기장에서 함께 뛰지는 않는다. 어쩌면 벤치에도 없을지도 모른다. 선수들이 고생스럽게 열악한 곳에서 원정 경기를 해도, 서울의 사무실에 앉아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노력한다. 바로 스포츠 협회 직원들이다.


양궁 강국의 비결

스포츠 협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것은 바로 스포츠 발전에 공헌하기 위함이다. 축구협회는 축구, 핸드볼 협회는 핸드볼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많은 인력과 비용을 사용하여 대회를 주최하거나 선수들을 관리한다. 혹은 일반인에게 자신들의 스포츠를 홍보하고 많은 사랑을 받게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한다.

스포츠 협회가 자신의 사명을 가장 잘 실천한 덕분에 정말로 해당 종목이 발전했던 사례로는 양궁을 꼽을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은 양궁 강국이다. 올림픽에서 양궁은 한국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인데, 특히 여자 단체전은 88년 서울올림픽 이래로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내준 적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올림픽 때면 항상 등장하는 ‘고구려 주몽의 후예’나 ‘동이족의 힘’ 같은 표현들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러한 말로 한국 양궁의 선전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여러 차례 선수들의 세대교체가 있었음에도 한 번의 이변 없이 꾸준한 성적을 거둔 데에는 더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다. 양궁의 경우엔 양궁협회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양궁협회의 강점은 공정한 선수 선발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다. 양궁협회가 주최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은 너무나 투명하여 시비의 여지가 없다. 어떠한 배경이나 청탁도 통하지 않음은 물론, 지난 대회 금메달리스트조차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실력으로만 승부하게 한다.

이렇다 보니 국가대표 선발전은 치열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번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는 지난 9월부터 장장 8개월에 걸친 과정 끝에 선발되었다. 9월에 있는 종합선수권대회가 1차 선발전을 겸하는데 여기서 전국의 양궁 선수들 중 64명의 후보군을 뽑는다. 11월의 2차 선발전에서는 이를 16명으로 압축하고, 이후에 전년도 국가대표 16명을 합류시켜 경쟁한다. 여기서 살아남는 16명만이 국가대표 자격을 얻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양궁선수는 남녀 각 3명에 그치므로 올림픽 대표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1차, 2차 평가전을 거친다.

또한, 선발된 선수들은 올림픽 때까지 체계적인 관리 과정을 거친다. 이미 올림픽이 열리는 국가로 전지훈련을 가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야구장, 경륜장에서 훈련하기도 한다. 경기장의 이미지를 보며 시뮬레이션을 트레이닝을 할 뿐만 아니라, 올림픽 경기장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연습할 계획도 있다고 하니 좋은 성적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든 생각해내서 실행하는 셈이다. 맡겨 놓은 물건 찾아오듯이 쉽게 따는 것처럼 보였던 올림픽 메달은 양궁협회의 공정한 원칙과 치밀한 준비 덕분에 가능했다. 우리 눈앞의 올림픽 대표선수들 뒤에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과녁을 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잘 조직된 협회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 국제무대에서 전설을 만들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롤모델

양궁협회의 성공신화는 그간 언론에서도 다룬 적
이 있었다. 그때마다 양궁협회는 기업을 비롯한 다
른 조직이 닮고 싶어 하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잡음이 생기지 않는 공정
성,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낸 효율적인 조직
운영 방법이 자신들에게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반응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스포츠 협회가 ‘평범한 사람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우리 대부분은 스포츠 선수들처럼 화려한 조명 아래서 모두의 집중을 받을 수는 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인지, 자신은 없어도 그만인 사람은 아닌지 고민에 빠지기 쉽다.

여기서 양궁협회는 우리도 올림픽 금메달과 같은 큰 가치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양궁의 발전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달려온 끝에 얻은 성취에서 꾸준함, 협동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가치가 새삼 빛난다. 좋은 스포츠 협회들이 더욱 많아지고 알려져서 경기장 밖에서 뛰는 우리가 모두 함께 박수받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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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dragonraja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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