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교류제, 대학 간 장벽 허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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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교류제, 대학 간 장벽 허문다
  • 안수현 기자
  • 승인 2016.05.30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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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23개 대학 참여

학점교류제, 대학 간 장벽 허문다
서울 소재 23개 대학 참여


우리대학 학우들은 이번 하계 계절 학기부터 소속 학교 외의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서울총장포럼 소속 대학 중 23개 대학이 대학 간 학점교류를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학생들은 소속 학교에서만 강의를 들어왔으나 이번 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학교에서 진행되는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 우리의 다채로운 시간표를 위해서 학점교류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다음 학기를 준비해보자.


학점교류제란

서울총장포럼은 연초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회원대학 간 학점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총장포럼은 2015년, 대학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향후 방향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서울 소재 대학 총장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이다. 이 협약에 체결한 학교의 소속 학생들은 교류대학에서 여는 전체 강의를 대상으로 전체 졸업학점 중 절반 이내에서 원하는 강의를 수강하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포럼에 소속된 26개 대학 중 국민대학교와 한양대학교, 총신대학교를 제외한 23개 대학이 이 협약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학점교류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가톨릭대학교 ▲건국대학교 ▲광운대학교 ▲동국대학교 ▲명지대학교 ▲삼육대학교 ▲상명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성공회대학교 ▲서경대학교 ▲세종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숭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KC대학교(구 그리스도대) ▲한국외국어대학교 ▲한성대학교 ▲홍익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총 23개 대학이다.


서울 소재 대학 중 23개 대학 참여
대학의 변화 기대해


서울총장포럼은 약 10만 개가 넘는 강좌의 교류를 통해 대학 간의 장벽을 허물어 교육기회의 격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강좌의 질이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시 회장이었던 중앙대 이용구 총장은 “대학 간 교육과 연구의 교류체제를 구축해 융합ㆍ복합 학문 시스템을 정착하는 등의 혁명적인 대학의 변화를 이끌고,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듣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자원을 공유해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시도다. 대학에는 저마다 자부할 수 있는 강의가 있기 마련이고 타 대학의 다양한 학생들에게 그것을 접할 기회가 확대되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은 각자 필요한 강좌를 학교에 상관없이 골라들을 수 있어 진로와 관련해 학습하고 준비할 수도 있다. 물론 그동안 학교 별로 강의 교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환학생이나 인근 대학끼리 자매결연 같은 계약을 맺어 강의를 교류를 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이는 널리 이용되는 제도는 아니었다. 이번 학점교류제는 많은 대학이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고 최대 졸업학점의 절반까지 인정되는 제도다.


학점교류제 효과

학점교류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기본적인 효과는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서 듣고 싶은 강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관심 있는 분야 혹은 특정 교수의 강의를 듣고 싶을 경우, 예전에는 그 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타 대학 학생이 해당 강의 교수에게 청강을 허락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이용하면 직접 강의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더욱 능동적으로 학습이 가능해 진다. 또 졸업 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인데 학교에서 강좌가 개설되지 않는 경우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대체가 가능하다. 만약 강의를 듣지 못해 추가 학기를 들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면 학점교류제를 활용해 시간과 등록금이라는 돈을 아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양질의 강의를 경쟁적으로 찾아 나서기 때문에 교수들은 수업 콘텐
츠를 개발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어쩌면 서울권 대학에서는 소위 말하는 ‘스타 교수’도 생겨날지도 모른다. 학교 내에서 유명한 강좌가 아니라 도시 내에서 유명한 강좌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수 입장에서는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겪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같은 학과라도 학교와 교수별로 중시하는 경향과 방향이 다를 수 있으니 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맞추어 강의를 선택하는 것이 또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예컨대 A대학의 정치외교학과는 정치보다는 외교를 중점으로 가르치는데, B대학의 정치외교학과가 정치 위주의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면 자신의 진로나 기호에 따라 강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기대 효과 중 하나는 학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건국대 전기공학과에 재학 중인 곽진제 학생은 학점교류제에서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를 묻는 질문에 “수업을 들으면서 타 학교생을 새로 사귀게 되고 그들과 여러 교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 제도를 통해 새로운 인맥을 형성할 수 있고 학교 활동 외에 각 학교가 가진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학점교류제, 기대와 우려가 공존

그러나 분명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역시 강의 쏠림 현상이다. 너도 나도 좋은 강의를 듣고 싶은 마음에 수강신청은 언제나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듣는 과목은 모든 대학에 기회가 열리지 않는 현재도 항상 수강신청이 어렵다. 그런데 경쟁 대상이 스무 개 이상의 대학 학생들로 확대된다면 경쟁률은 몇 배 이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우리대학 학사지원팀 조철호 계장은 “강좌 수요 예측을 정확히 하기 란 불가능하지만 직전학기의 수요를 참고해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좌를 더 개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학교 간의 학습 역량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신청 학생을 무분별하게 받아도 되는 가의 문제이다. 듣고 싶은 강의가 있지만 본인이 그만큼 수강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 수강 평에 강좌가 재미있다고, 유익하다는 단순한 정보만으로 수강을 하게 됐다가 현실의 높은 벽, 혹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을 때 학점과 시간을 동시에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또 다양한 교육 자원을 교류한다는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단순히 거주지와 가깝다는 이유로 수강신청을 하게 되면 정작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경쟁에서 밀려 못 듣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본지에서 이번 기획 기사를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소속 대학과 거주지가 멀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학점 교류제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한 경쟁에서 성취한 결과이고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나쁘게만 볼 순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그 학교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강의 관련 홈페이지나 공지 등을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하고 준비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학점 교류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커뮤니티나 안내가 절실히 필요하다. 숙명여대 화학과에 재학 중인 조희재 학생은 “수업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정보 없이 강의에 들어가게 될 확률이 높으니 학교 차원에서 학점교류생에 대한 배려나 혜택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이동 거리’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이영주 학생은 “학교에서 학교까지 이동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하루에 여러 학교를 다니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만약 학점 교류를 하게 된다면 한 학교 강좌를 하루에 몰아서 들어야 할 것 같다”면서 “만약 소속 대학에서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좌가 고정적으로 배정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듣고 싶은 강좌가 있어도 포기하게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육 자원을 교류하려는 여러 노력들

이번 학점교류제를 시행하는 서울총장포럼 측은 통합플랫폼을 개발해 23개 대학의 강좌를 동시에 수강신청 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K-MOOC) 사업과의 연계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럼은 협약식에서 △23개 대학 간 교수ㆍ연구인력 교류 △학술공동연구 추진 및 학술회의 공동개최 △학술자료와 출판물 상호 교환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함께 체결했다.

한국형 무크라고도 불리는 온라인공개강좌는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를 말한다. 이 서비스에서는 학생이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던 기존 온라인 학습동영상과 달리 교수와 학생, 학생끼리 질의응답, 토론, 퀴즈, 과제 제출 등 양방향 학습이 가능한 새로운 교육 환경이 제공된다.

학생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사전 수업 준비 및 심화 학습을 할 수 있고 각종 자격증, 시험을 대비할 수도 있으며 취업과 관련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양질의 컨텐츠에 높은 참여율과 만족도
일부대학은 학점도 인정


2015년 한국형 무크(K-MOOC)는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포함한 국내 10개 대학의 총 27개 강좌를 시작으로 18년까지 총 500개 이상의 강좌 운영을 목표로 매년 강좌 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오는 9월부터는 또 다른 10개 대학이 이 서비스에서 강의를 업로드 할 예정이다. 이미 강좌의 평균 수강신청 인원수는 수 천 명에 달하며 강의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점대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학교에서는 무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정 강의를 들으면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이러한 특성들을 잘 이용해 학습계획을 세운다면 양질의 컨텐츠로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한국대학신문] 서울총장 포럼 협약 사진.jpg
▲지난 1월 21일 제4회 서울 총장 포럼에 소속된 대학들은 회원대학 간 학점교류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제공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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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강좌들 중 일부.

 

결국 성패는 학생들의 몫

학교와 정부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공부하는데 편의를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이러한 제도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이런 제도들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학생들과 관련된 여러 시도들이 더욱 다양화되고 발전되기는커녕 축소될 것이다. 지금까지 자체 계약을 통해 진행된 학점 교류에서는 별 실효성을 나타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대학도 계절학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지난 정규 학기 교류학생은 극소수였다. 서울시립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최화영 학생도 “분명 좋은 제도이지만 별로 활용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혼자 낯선 곳에 가서 공부하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하는지 알기도 어렵고 오히려 공부하는데 불편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현실적 어려움보다 불편한 마음이 우선이라면 자신을 도전의 영역으로 내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학점교류제는 적어도 한 눈에 보기에는 학생들에게 분명 이익이 되는 제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제도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한계를 발견했고 학생들이 느끼는 점과 바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우리도 제공된 여러 제도들을 잘 활용해야겠지만 학교와 정부도 다시 이 문제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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