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앞에서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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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앞에서의 선택
  • 누다심 심리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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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앞에서의 선택

선택 앞에서의 선택


현대인들은 선택의 홍수에 빠져 있다. 아침부터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까지 끊임없이 선택의 강요를 받는다. 식당에서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수십 가지 메뉴 중에서 하나를 결정해야 하고, 아침마다 옷장을 열고는 가능한 수십 가지 패션 중에서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회사나 학교를 갈 때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결정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더라도 최소환승과 최소시간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직장에서는 어떤가? 매순간 끊임없는 결정의 연속이다. 차나 집, 핸드폰 등 무언가를 구입할 때는 더 복잡하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결정이 어려워서 마냥 미루다가 결정적 순간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여기저기서 ‘결정장애’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무슨 뜻일까? 새로운 정신장애인가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런 설명이 나온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신조어”

이처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 즉 결정장애가 생기는 결정적 이유는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을수록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을 보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줘서 더 기쁘고 행복하게 소비하도록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에 오히려 혼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흥미를 잃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을 때 왜 심리적으로 불편감을 느낄까?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로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에너지를 아끼려고 한다. 이는 신체적 에너지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정신적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가급적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을 요구하는 상황을 피하려 하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둘째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선택지가 많아지면 포기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선택지가 많더라도 결국 선택하는 것은 하나다. 하나를 선택할 때 포기하게 되는 다른 가능성을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고 말한다. 기회비용을 심리적으로 해석하자면 당장에는 ‘아쉬움’이고, 여차하면 ‘후회할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선택지가 많아지면 아쉬움과 후회의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결정 앞에서 어려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제 아무리 선택지가 많아지더라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차이가 있을까? 결정을 못하는 사람들의 성격에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뭐든지 완벽하고 후회 없이 잘 하려는 경향이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로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Herbert A. Simon)은 이런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을 가리켜 극대화자(maximizer)라 칭했다. 극대화자는 최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선택이 최고임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모든 대안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결코 만족할 수 없게 된다.

결정장애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결정을 해야 하는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일이다. 선택지가 아무리 많더라도 전문가들은 좋은 선택지를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조언을 참고한다면 결정을 내리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이 때 전문가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하는 사소한 결정을 두고 전문가를 찾아갈 수 없다. 이 때 간편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다. 출판사들이 그토록 베스트셀러에 자사 책을 올리려고 애를 쓰는 이유도, 기업들이 그렇게 고객수를 광고에 활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수의 선택만큼 확실한 가이드라인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심리학에서는 다수의 의견이 때로는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보여준다. 가끔 터지는 베스트셀러 조작 사건도 우리를 실망시킨다. 그리고 기업에서 광고로 내세우는 통계는 믿기 어렵다.

또 하나의 방법은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적절한 수의 선택지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슈퍼마켓의 한 진열대에는 잼 6종류를, 다른 진열대에는 잼 24종류를 진열한 뒤 사람들이 어느 진열대를 더 많이 지나가고 더 많이 구입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10명 중 4명은 6종류 진열대를, 6명은 24종류 진열대를 찾았다. 마치 더 많은 선택지를 선호하는 것 같으나, 정작 구입 실적은 달랐다. 6종류 진열대를 방문한 사람들 중 30%가 잼을 샀지만, 24종류 진열대에선 그 비율이 3%로 떨어졌다. 심리학자들이 사람의 기억을 연구한 결과 사람들이 언뜻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의 용량은 7±2였다. 다시 말해 5~9개 정도를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지도 이 정도로 만드는 것이 좋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고민하기 보다는 선택지의 수를 적절하게 줄인다면 보다 결정이 쉬울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최고의 만족을 추구하는 극대화자가 아닌 최선의 만족만을 추구하는 만족자(satisficer)가 되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면, 그 이후에 제 아무리 좋은 정보를 얻게 되더라도 최선의 결정을 했기 때문에 만족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이란 없 다. 최고의 선택이란 것도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는지 따져볼 수 있을 뿐이다.

결정, 이제 장애가 아닌 즐거움으로 맛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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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www.nudas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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