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스포츠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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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스포츠 강국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6.05.17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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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스포츠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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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을 강요하는 스포츠

우리나라는 국가적 위상과 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연관짓고는 한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IMF
로 상처받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준 공로로 영웅이 됐다. 박지성과 김연아에 단골로 붙는 수식어는 ‘한국을 빛낸’이다. 그뿐인가, 올림픽 시즌만 되면 그동안 소외됐던 비인기 종목들은 갑자기 금메달 효자 종목이 된다.

이러한 현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세계무대에서 한 개인의 성취는 당연히 그 국가의 위상과 연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우리는 모든 국가대표 선수에게 활활 타오르는 애국심을 기대한다. 국가대표 소집에 불응하는 선수들은 네티즌들의 심각한 언어폭력을 감수해야 한다. 훈련에 소홀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는 불성실함을 비판받는 대신 나라 망신의 원흉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한국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여 있는 외국의 유명 선수에게 ‘한국계’라는 표현을 붙이며 환호하는 모습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특히 여자 골프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언론은 국가별로 우승 횟수를 줄 세워 비교할 때면 한국계 선수들을 알뜰히 챙겨 한국의 우승횟수에 합산한다. ‘여자 골프에 부는 한류’ 등의 기사 제목도 잊지 않는다.


국가의 얼굴마담

국가선전의 도구로서 스포츠는 정말 효과적일까? 대답은 “부분적으로 그렇다”이다. 스포츠가 국가의 간판 역할을 하게 된 역사는 길다. 냉전 시대에는 양 진영이 올림픽 메달 경쟁을 펼쳤으며, 축구와 같은 인기 종목은 국가 간의 자존심이 걸린 전쟁터로 변했다. 우승 트로피나 금메달은 곧 자국 체제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상징이 됐다.

인지도가 낮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다른 어떤 홍보수단보다 큰 역할을 해내기 도한다. 코트디부아르가 바로 그렇다. 축구를 좋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코트디부아르라는 나라 이름을 들으면 즉시 “드로그바의 나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코트디부아르의 축구 영웅 디디에 드로그바 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축구 팬들은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대통령은 누구인지는 몰라도 디디에 드로그바를 통해 막연히 코트디부아르에 대한 호감을 키웠다.

하지만 스포츠가 항상 효과적인 광고판이 되진 않는다.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우승할 때 남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는 누구였을까? 한국 선수 외에 유명한 여자 골프 선수 이름 세 명을 댈 수 있는가? 지난 아시안컵 우승 국가는 어디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스포츠에 열광하면서도 타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자국 선수들의 활약상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지만, 그 상대편은 누구였는지조차 희미하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국 선수가 예선 탈락한 나라의 입장에서는 김연아가 얼마나 멋진 연기를 했든, 한국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얼마나 맹렬한 슈팅을 시도했든지 간에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 인 것이다. 물론 수십 년에 한 번 보기 어려운 명장면이 연출돼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으나 이는 극히 희박한 확률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가대표 선수나 국가 대항전은 한 나라의 홍보 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엘리트주의를 넘어서


이제 우리는 스포츠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엘리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껏 소수의 뛰어난 선수들이 세계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만 스포츠와 국가 위상을 연결하곤 했다. 그러나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국가 대표 선수들만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게 아니다. 선진국들은 이를 깨닫고 다른 영역에서 국가 경쟁력을 키워왔다.

여기에서 ‘다른 영역’이란 스포츠 저변이다. 스포츠 저변은 일반인의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을 뜻한다. 학교에 스포츠 클럽은 얼마나 많은지, 그 클럽에 대한 지원은 어떤지, 사회인이 동호회 활동을 위한 운동장, 시설, 제도 등은 잘 갖추어져 있는지 등이 스포츠 저변의 발전 척도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은 순간의 짜릿함을 주지만, 경기가 끝난 후 일반 국민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반대로 스포츠 저변을 키우면 모두에게 실속이 돌아갈 수 있다. 선진국들은 한 명의 스포츠 스타를 배출하는 것보다 취미로 즐길 운동을 선물하는 것이 더 멋진 일이라는 점을 깨우치고 실행에 옮겼다. 선진국 중 스포츠 저변이 부실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평범한 사람이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한 삶을 살 때, 그 국가는 비로소 내실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내공’을 자랑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커다란 국제 경기장이 아니라 동네의 아담한 잔디 구장이다. 태릉선수촌의 선수들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흘리는 땀방울을 더 쉽게 볼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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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성‘98%를 위한 스포츠 칼럼원모어스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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