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이라는 말, 두려워하지 말자
정치란 무엇인가.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간단하다. 정치란 나눔이요, 분배이다. 정치의 문제란 결국 ‘누구에게 거둬서 누구에게 주는가. 누구에게 빼앗아 누구에게 채워주는가’에 대해 논하는 것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서 정도전이 남긴 말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왜 그동안 정치를 어렵고 딱딱한 단어로만 인식해왔을까. 명지대 대나무숲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 세월호나 위안부를 다룬 글들이 종종 게시된다. 대부분 학우들에게 그런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내용들이다. 그중, 눈에 띄었던 댓글은 그 사안들이 ‘정치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글이었다. ‘정치적’이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인 의미가 세월호, 위안부 문제들을 바라보는데 방해가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문제가 ‘정치적’인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한일 합의는 한국 외교부가 당사자(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의견 없이 졸속적으로 일본 외무성과 합의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이후로 일본은 UN에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는 문서를 제출했다. 할머니들은 25년 동안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 시위를 하며 공식적인 사죄를 요구하는데, 한국 정부는 일본의 만행을 지켜만 보고 있다. 이것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세월호 또한 수많은 의혹들을 뒤로하고 회사 대표만을 쫓다가 수사를 끝내버렸고 1, 2차 청문회를 했음에도 관련 인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유가족들은 자식이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광화문에서 2주기를 맞이했다. 인양이 결정되는 것,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진상 규명을 확실히 하는 것 모두 ‘정치적’인 문제이다.
‘정치적’이라는 말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질이 안 좋은 사람을 ‘정치적’인 사람이라 표현하고, 어려운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밀어낸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정도전이 말하는 정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정치인’은 관심 가질 것이 못되지만 정도전이 말하는 ‘정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번 돈이, 이 세상에 해가 되는 것인지 아닌지 구분해주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박유미(아랍 12)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