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 부, 왜 생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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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 부, 왜 생기는 것일까?
  • 누다심 심리학칼럼니스트
  • 승인 2016.04.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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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 부, 왜 생기는 것일까?

데자 부, 왜 생기는 것일까?

 

첫눈에 전혀 낯설지 않은 이 기분,

언젠가 한번 만난 것 같은 그 느낌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낯익은 말투,

너무도 익숙한 웃음, 그 몸짓 목소리

그러고 보니 또 여긴 꿈에서 본 것만 같은 거리,

때마침 내게 힘이 돼 주던 옛 노래

반갑게 내게 인사할 것만 같은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내 맘이 떨려요

 

김동률 4집에 나오는 노래, <데자 부>의 가사이다. 기시감(旣視感)이라고도 하는 데자 부는 프랑스의 철학자 보아락(Emile Boirac)이 자신의 책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이미(deja) 보았다(vu)는 뜻이다. 누구나 한두 번 정도는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 이전에 본 기억은 없는데, 봤던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사람들은 때로 기시감을 기억착오(paramnesia)와 혼동하기도 하지만 이 둘은 다른 것이다. 기억착오는 과거에 없었던 일을 마치 있었던 것 같이 기억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여 기억하는 것이지만, 데자 부는 분명 와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는 장면에 대해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느낌만을 의미할 뿐이다.

 

조사에 따르면 대략 60% 정도의 사람들이 20세를 전후로 데자 부를 경험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고 한다. 그리고 수입이 높은 사람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상상하기를 좋아하거나 꿈을 잘 보고하는 사람들이 데자 부를 많이 경험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성적,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너무나 쉽게 전생이나 꿈과 연관시킨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최면의 경험도 전생이라고 너무나 쉽게 믿는다. 그러나 이는 입증 불가능한 추론일 뿐이고, 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과학을 지향하는 심리학에서는 데자 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데자 부를 설명하는 첫 번째 방법은 우리 눈의 구조이다. 우리의 두 눈은 대략 6cm 떨어져 있다. 이 때문데 고개를 좌우로 돌려서 어떤 장면을 볼 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들어가는 시각 정보에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시간차가 0.025초보다 클 때 우리 뇌는 데자 부의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먼저 왼쪽 눈으로 정보가 들어가고, 곧이어 오른쪽 눈으로 정보가 들어간다. 왼쪽 눈을 통해 뇌로 먼저 들어간 정보가 오른쪽 눈을 통해 나중에 들어간 정보가 뇌에서 만나면, 마치 이전에 봤던 것 같은 착각을 겪는다고 할 수 있다.

 

데자 부가 암묵 기억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기억을 크게 명시 기억과 암묵 기억으로 구분하는데, 명시 기억이란 우리가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암기해서 기억하는 것을 의미한다. 암묵 기억은 이와 달리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서 외부의 정보들이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어디선가 본 장면이 암묵 기억에 저장이 돼 있다가 그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장면을 봤을 때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암묵 기억은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저장되기 때문에 데자 부 느낌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 가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요!” 현대 문명사회는 복제의 천국이다. 정확히 그 장면은 아닐지라도 그와 비슷한 장면을 봤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기억을 못할 뿐이지.

 

마지막으로 생물학적 관점, 즉 뇌의 입장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1997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가브리엘리(John Gabrieli)라는 과학자는 해마옆이랑(parahippocampal gyrus)이라는 부위가 어떤 장면과 대상의 친숙성을 판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마옆이랑은 대뇌피질의 측두엽 안쪽(medial temporallobe)에 위치하고 있고, 그 안쪽에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부위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해마옆이랑은 과거와 동일한 경험을 했을 때 흥분하지만 때로는 갑작스럽게 흥분하여 목격한 장면을 친숙하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범하는 일종의 오류라는 의미다.

누다심 선생님 사진.jpg

누다심

심리학칼럼니스트

 

www.nudas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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