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와 과잉방위
상태바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 박신호 변호사
  • 승인 2016.04.12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정당방위와 과잉방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남녀 간의 사랑과 원수에 대한 복수에 관한 것이다. 정당한 복수는 보는 이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러한 소재의 스토리를 매우 좋아한다(물론, 사랑과 복수가 함께 뒤섞이다 보면 소위 막장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복수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어떠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국가 형벌권에 따른 제재가 아니라 개인적인 사적 복수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으며, 그러한 복수 행위 자체가 범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법은 예외적으로 자신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데, 이것을 정당방위라고 하며 형법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에서 어떤 사람의 행위가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범죄성립의 3요소인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책임의 3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이 중에서 정당방위는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어떠한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나 위법성이 없어서 처벌을 받지 않게 되는 사유를 말하는 것이다. 형법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것은 개인에게 불법에 대한 자기보호 및 법수호를 할 권리를 인정하는 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이란 생명, 신체, 명예, 재산, 자유, 주거 등의 법익을 말하고, 자기의 법익이 아닌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를 별도로 ‘긴급구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자신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침해가 있어야 하고 ② 이러한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여야 하며 ③ 그러한 방위 행위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실제로 어떠한 경우에 정당방위가 인정되는지를 살펴보면, 술병으로 타인을 찌른 사람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총기를 발사하여 사람이 사망한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모두 정당방위를 부정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정당방위로 인정한 바 있고(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3842),

 

“타인이 보는 자리에서 자식으로부터 인륜상 용납할 수 없는 폭언과 함께 폭행을 가하려는 피해자를 1회 구타한 것이 지면에 넘어져서 머리 부분에 상처를 입은 결과로 사망에 이르렀다 해도 이는 아버지의 신체와 신분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아버지로서는 아들에게 일격을 가하지 아니할 수 없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1974. 5.14. 73도2401)”라고 판시해 아들의 폭행에 대한 아버지의 가해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한 바 있으며,

 

“갑과 을이 공동으로 인적이 드문 심야에 혼자 귀가 중인 병(여성)에게 뒤에서 느닷없이 달려들어 양팔을 붙잡고 어두운 골목길로 끌고 들어가 담벽에 쓰러뜨린 후 갑이 음부를 만지며 반항하는 병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차고 억지로 키스를 함으로 병이 정조와 신체를 지키려는 일념에서 엉겁결에 갑의 혀를 깨물어 설절단상을 입혔다면 병의 범행은 자기의 신체에 대한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고 한 행위로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및 수단,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이다(대법원 1989. 8. 8. 89도358).”라고 판시해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놓인 여성이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상을 입힌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정당방위는 행위가 일어난 당시의 제반사정을 고려해 ‘상당한 이유’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비슷한 사안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무죄 선고를 받지만 어떤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서 유죄 선고를 받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강제키스의 경우 여성이 강제로 키스하는 남자의 혀를 깨물어 혀를 절단하는 상해를 입힌 경우에 위의 대법원 판례는 정당방위를 인정했으나 하급심 판례 중에는 유사한 사안에서 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 강제키스를 한 경우에 남성이 여성의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힌 경우, 이 경우에는 남성이 다른 방법으로 피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않은 사례도 있다.

 

해당 사안의 사실관계를 보면, 23세의 A(남성)는 자신의 여자친구 및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는데, 새벽까지 술을 마신 A가 만취한 상태에서 쓰러져 있자 여자친구의 친구인 B(여성)가 A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였고, 이에 A는 이를 피하기 위해 B의 혀를 깨물었고, B는 혀 앞부분의 살점 2cm 정도가 절단되는 상해를 입게 됐다.

 

이로 인해 A는 중상해죄로 기소가 되었는데, 법정에서 B가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면서 목을 조르는 등으로 추행을 했다며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여성과 같이 보호되어야 하므로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A)이 B를 밀쳐내는 등의 방법으로 제지할 수도 있었을 텐데도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가해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는 바, 이는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당한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A(남성)와 B(여성)는 혼인해 딸과 아들을 둔 사이였는데, A가 노동에 종사하여 돈을 잘 벌지 못하면서도 낭비와 도벽의 습벽이 있고 자주 B를 폭행하고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는데, B가 별거를 한 후 이혼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A가 B를 찾아오자 B는 A가 행패를 부릴 것이 겁이 나서 부엌칼을 침대 밑에 숨겨놓았는데, A가 부엌에 있는 가위를 가지고 와서 B의 목에 겨누고 강제로 성행위를 하려하자 B가 격분하여 침대 밑에 있던 칼을 꺼내서 A의 복부 명치부분을 찔렀는데 A가 장간막 및 복대동맥 관통에 의한 출혈로 인해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를 인정해 않고 A를 상해치사죄로 처벌한 바 있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이와 같이 정당방위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상당한 이유’는 방위행위가 사회상규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를 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정당방위로서 인정된다.

 

방위하려는 의도의 행위이긴 하나 그 정도가 상당성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아닌 ‘과잉방위’로 보아서 무죄가 선고되는 정당방위와는 달리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받는 것에 그친다.

 

한편, 대법원은 싸움의 경우에는 정당방위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인데, A가 술에 만취해 누나인 B와 말다툼을 하다가 B의 머리채를 잡고 때리자, B의 남편인 C가 이를 목격하고 화가 나서 A와 싸우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몸무게가 85㎏ 이상이나 되는 A가 62㎏의 C를 침대 위에 넘어뜨리고 C의 가슴 위에 올라타 목부분을 누르자 호흡이 곤란하게 된 C가 안간힘을 쓰면서 허둥대다가 그 곳 침대 위에 놓여있던 과도로 A에게 상해를 가한 사건에서, 하급심은 이 사건의 발생경위와 그 진행과정을 고려해 C의 행위를 과잉방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해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은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03.28. 선고 2000도228 판결)”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일방적 폭행을 당하다가 이를 벗어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서로 간에 공격의 의사로 시작된 싸움의 경우에는 양 당사자 모두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하시기 바란다.

 박신호 변호사님.jpg

박신호 변호사

법무법인 열림 대표

legallife@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