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신문, 최유진(바둑 00) 바둑캐스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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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신문, 최유진(바둑 00) 바둑캐스터를 만나다.
  • 정재원 기자
  • 승인 2016.03.29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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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신문, 최유진(바둑 00) 바둑캐스터를 만나다.

명대신문, 최유진(바둑 00) 바둑캐스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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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펼쳐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바둑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바둑은 종목의 특성상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경기의 우세를 파악하기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해설가와 캐스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 외에도 이번 대국을 진행했던 바둑캐스터 해설자들에게도 폭발적인 관심이 쏠렸다. 이들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KBS에서 이번 대국을 중계했던 우리대학 최유진(바둑 00) 동문이다. 최유진 동문은 뛰어난 미모뿐만 아니라 재치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휘잡은 그녀. 그녀는 올해로 11년째 캐스터, 진행자 등 여러 방면에서 맹활약 중이다. 세계 최초의 바둑 캐스터인 그녀를 명대신문이 만나봤다.

 

 

Q.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중계 이후 사람들의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굉장히 바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기를 실감하는지?

 

A. 요즘 상당히 바쁘다. 어제도 경향신문, 한국일보와 인터뷰했다. 알파고와의 대국이 끝나고 나서 여기저기 섭외가 많이 왔다. 인터뷰도 하고 녹화도 꽤 많이 했다. 일반 스포츠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며칠 전에는 ‘여유만만’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 외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왔는데 아직 출연은 하지 않았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대국 중계 후에 저를 알아보는 분도 상당히 많아진 것 같다. 그래도 딱 알아보는 경우보다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는 표정이 대부분이다.

 

Q.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부터 느꼈는데, 목소리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혹시 아나운서를 준비했었나.

 

A. 어린 시절부터 말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부모님께서 좋은 목소리를 주신 덕이기도 하다. 원래 아나운서를 준비했는데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 바둑방송을 하게 됐다. 생각해보니 전공을 살리는 게 훨씬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나운서 쪽이 워낙 치열하고 수명이 짧기도 해서 내 장점인 바둑을 살려 바둑캐스터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다른 방송을 병행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바둑캐스터만 전문적으로 하게 됐다.

 

Q. 바둑 중계 외에는 평소에 어떤 일들을 하는지 알고 싶다.

 

A. 행사진행을 많이 한다. 바둑 관련한 모든 대회가 개막식, 시상식, 기자회견, 전야제등을 하니까 대부분 진행을 많이 맡았고 인연이 돼 일반 회사 기업이나 지자체 행사에서도 진행을 맡곤 한다.

 

Q. 본격적으로 바둑 이야기를 해보자. ‘바둑캐스터’는 약간 생소한 직업인데, 이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학우가 많다.

 

A. 말 그대로 풀면 바둑경기를 중계하는 사람이다. 다른 스포츠 중계처럼 우리도 해설위원과 캐스터가 같이 중계를 한다. 즉, 중계방송 자체를 이끌어가는 사람을 칭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Q. 경기 템포 자체가 빠르지 않은 바둑 특성상 중계진간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A. 사실 바둑계 종사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프로입단을 목표로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이라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그래서 중계진간의 호흡 면에서는 타 종목 중계보다 유리한 듯싶다. 서로 굉장히 친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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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둑 중계를 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는지 알고 싶다.

 

A. ‘바둑 중계’하면 조금 지루하고 딱딱한 느낌이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았을 때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중계하려 한다.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바둑 인구가 늘어나야 좋은 것 아닌가. 선을 넘지 않는 한에서 재미있는 중계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Q. 위키백과 사전에 ‘최유진’을 검색해보면‘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바둑을 시작해 이세돌9단과 권갑룡 도장에서 함께 수학한 바 있다’라고 나와 있다. 바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바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바둑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처음엔 어머니께서 ‘아버지의 바둑친구가 돼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게 되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바둑학과에 가게 되고, 일까지 바둑 관련 일을 하게 됐다. 이세돌 9단과는 같은 도장 출신이다. 내가 바둑을 시작했을 때 이미 이세돌 9단은 바둑계의 스타였다. 지금도 굉장히 친하게지낸다.

 

Q. 대학에 와서도 바둑학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왔던 게 바둑이었다. 부모님께서도 새로운 것을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했던 것을 계속 꾸준히 해나가길 바라셨다. 원래 부모님은 학교에 남아서석, 박사까지 수료하기를 바라셨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웃음)

 

Q. 2000년에 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A. 학교 다닐 때 잠깐 백마응원단을 했었다. 정말 잠깐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아서 그만뒀다. 학교 자체에서 동아리를 하거나 다른 활동을 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해서 웬만한 운동 관련 수업은 모두 들었다. 교양축구나 교양수영도 들었고 수상스키, 스포츠댄스 수업도 들었다. 체육학과 학우랑 파트너 했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실 졸업한 지 10년이 넘어가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웃음)

수업 땡땡이치고 에버랜드도 꽤 자주 갔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팅을 한 번도 못했다는 것이다. ‘바둑학과 여학생’이라는 이미지가 타 학과 학우들한테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미팅 신청이 한 번도 안 들어왔다. 대학 다닐 때의 추억인데 한번도 못해봐서 조금 억울하다.

 

Q. 최근에 학교에 가 본 적이 있나.

 

A. 작년에 학교에서 강의한 적이 있었다. 외국인 유학생이 상당히 많아서 좀 놀랐다. 나를 보고 ‘바둑캐스터’를 꿈꾼다는 후배들이 상당히 많아 뿌듯하기도 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나 학우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기억에 남는 교수님이 계시는데, 지금은 학교에 안 계신다. 재학 중 바둑기자로 취업하게 됐는데 그 교수님께서 “네가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인지, 취업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하게 된 건지 곰곰이 잘 생각해봐라”라고 이야기해주셨었다. 그 당시에 아나운서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씀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다시 방송준비를 했다.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면 아직도 그 일을 계속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교수님께 굉장히 감사하다.

 

Q. 다시 바둑 얘기로 들어가 보자. 2006년부터 10년간 KBS에서 바둑왕전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대국을 봤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이나 기사가 있다면?

 

A. 그동안은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확정 순간에 했던 중계였다. 너무 감동해서 말을 잇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알파고전을 진행하면서 바뀌게 됐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시청률을 찍었다. 평균 시청률이 10%였다. 웬만한 드라마도 한 자릿수 시청률이 허다한데 평일 낮에 이러한 시청률을 찍었다는 게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마지막 5국에는 12개 채널에서 동시생중계를 했기 때문에 시청률에 대한 압박이 상당히 심해 전날 거의 한 숨도 못 잤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덕에 SBS의 4배,MBC의 3배 가까운 시청률이 나와서 굉장한 칭찬을 받았다. 아마 앞으로 어떤 방송을 하더라도 10% 시청률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Q. 이번 대국 중계 중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기계처럼 실수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실패를 했을 때 딛고 일어서기 때문”이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다. 평소에 준비했던 멘트인가.

A. 그 멘트는 4국 때 이세돌 9단의 승리 후 한 클로징 멘트이다. 사실 3국에서 이세돌 9단이 지고 나서는 한 판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겼을 때 멘트를 준비하지 못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해설위원이 이길 것 같다고 말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어떻게 이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지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의외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진심을 담아서 중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Q. 그럼 평소에는 어떻게 멘트를 준비하는가.

 

A. 집 소파, 침대, 주방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에 포스트잇과 펜이 있다. 좋은 멘트를 위해 예능, 스포츠 중계, 뉴스, 교양 프로그램 가리지 않고 좋은 멘트를 받아 적는다. 또 좋은 멘트가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휴대폰을 꺼내서 메모해 둔다.

 

Q. 2006년부터 캐스터를 했으면 올해로 11년차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A. 바둑 캐스터하면 딱 떠오르는 사람의대명사가 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다. 다양한 방송도 해보고 싶다. 요즘은 골프에 푹 빠져 있어서 골프 중계가 가장 욕심난다. 골프와 바둑이 멘탈 게임, 빠르지 않은 호흡의경기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어 관심이 있다.

 

Q. 당신에게 명지대란?

 

A. 바둑계에 있으면서 명지대학교 바둑학과를 졸업했다는 것 자체가 비교적 전문적인 느낌과 나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명지대란 나에게 가치를 높여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이다.

 

Q. 마지막으로 명지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당시에는 어른들이나 선배들이 “부럽다”고 표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 했는데 지나고 보니 이해가 간다.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생이라는 신분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물론 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 되겠지만 동아리 활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다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대학생활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나중에 자신의 재산이 될 수 있다. 연애도 꼭 했으면 좋겠다. 대학생만의 풋풋한 그런 연애가 분명 있다. 개인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학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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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 기자 prodigo@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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