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랑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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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랑하는 방법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6.03.29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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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랑하는 방법

그들이 사랑하는 방법

 

 

어느 노랫말이 준 깨달음

 

몇 년 전부터 봄을 알리는 새로운 신호가 등장했다. 날씨만 풀리면 음원 순위에 등장하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그들의 또 다른 명곡 ‘정말로 사랑한다면’은 사랑에 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랑한단 말로는 사랑할 순 없군요

 

역설적인 깨달음을 주는 이 노랫말은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한단 말만으로는 사랑이 유지될 수 없다. 사랑을 꾸미는 화려한 표현들 사이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을 뿐이다. 정말로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말이 아닌 행동이 아닐까. 크든작든 진정성이 담겨있는 움직임 하나가 사랑을 사랑답게 만드는 것 같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를 향한 애정은단지 말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그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들은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한 스포츠를 사랑하고 있다.

 

차범근의 축구교실

 

일찍이 박지성보다 훨씬 이전에 유럽의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한국 선수가 있었다. 바로 차범근이다. 독일에서의 그의 활약상은 아직까지도 전설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OOO 축구교실’의 출발점에 차범근이 있다는 점은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차범근은 1990년 차범근 축구교실을 설립하고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차범근 축구교실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축구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전까지 초등학생이 축구를 배우려면, 엄격한 분위기의 축구부에서 몸을 혹사해야만 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축구를 즐길 수 없을뿐더러 실력 향상도 더뎠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차범근은 분데스리가에서의 경험을 살려 축구교실을 만들었다. 많은 어린이가 축구를 취미로 즐기면서 체력을 기르고, 일부는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축구교실은 어느새 한국의 유소년 선수 육성의 토대가 되었다. 뒤를 이어 다른 축구교실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의 어린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서 공을 찰 수 있게 됐다.

 

유소년 축구에 대한 차범근의 애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88년에 제정된 ‘차범근 축구상’은 우수한 유소년 축구선수를 선정하여 상을 주고 있다. 박지성, 김두현, 기성용 등이 모두 이 상의 주인공들이다. 축구교실과 마찬가지로 차범근 축구상은 한국의 유소년 축구, 나아가 한국 축구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홍보대사 안정환

 

2002한일월드컵의 주역이었던 안정환은 K리그 홍보대사로도 활약했다. 정확히는 ‘K리그 홍보대사 겸명예 홍보팀장’을 맡은 그는 자발적으로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안느’로 출연하여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아주 진지한 태도였다.

 

안정환이 K리그 팬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안겨준 활동은 2012년의 K리그 올스타전이었다. 당시 K리그는 ‘Team 2002 vs Team 2012’라는 주제로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2002한일월드컵의 주축과 2012년의 K리그 올스타가 경기를 갖는 형식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안정환이었다. 그는 개인적인친분과 인맥을 총동원하여 2002한일월드컵에서 뛰었던 인사들에게 참가를 부탁했다. 한국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박지성과 2002년 대표팀 감독인 히딩크도 안정환의 적극적인 요청에 응해 자리를 빛냈다. 결과적으로 2012년 K리그 올스타전은 역대 올스타전 가운데 최고의 관심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스타전을 지켜본 사람들은 10년 만에 다시 이루어진 히딩크와 박지성의 뜨거운 포옹을 보고 감격했다. 축구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성과였다.

 

말 이상의 행동

 

이처럼 차범근과 안정환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축구를 사랑하고 있다. 차범근은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에게 관심을 가졌고, 안정환은 자신이 활동했던 무대인 K리그를 빛내는 데에 집중했다. 이들의 행동에서는 유명 선수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축구는 나의 모든 것’과 같은 말에 없는 울림이 느껴진다. 역시 버스커 버스커는 옳았다.

 

사랑한단 말로는 사랑할 수 없군요

 

현역시절 큰 사랑을 받았던 그들은 이제 선수도 감독도 아닌, 축구인으로서 축구를 사랑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어떤 나라의 스포츠 경쟁력을 평가할 때, 경기장 수나 국제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진정한 기준은 ‘자신의 스포츠를 여러 방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숫자’에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차범근과 안정환과 같은 사람들이 있는 한국 축구는 튼튼한 뿌리를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사진(장주성).jpg

장주성‘98%를 위한 스포츠 칼럼원모어스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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