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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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
  • 안수현 기자
  • 승인 2016.03.1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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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싸워온 할머니들에 도리어 혹 붙인 격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

 

열심히 싸워온 할머니들에 도리어 혹 붙인 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이 벌써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가 방학 기간을 보내고 있던 지난겨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을 두고 국내가 시끄러웠다. 대학가에서도 합의 폐기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1월에는 한국외대를 시작으로 경기대・경희대・고려대・덕성여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 등 13개 대학 총학생회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각종 언론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다.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문 전문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 외교장관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를 발표하였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전화통화를 통해 이 합의를 승인하였다.

 

 

1. 일본 측 표명사항

 

일한 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해왔음. 그 결과에 기초하여 일본정부로서 이하를 표명함.

 

1)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정부는 책임을 통감함.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함.

 

2) 일본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 왔으며, 그러한 경험에 기초하여 이번에 일본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전(前) 위안부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함. 구체적으로는, 한국정부가 전(前) 위안부 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일한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전(前)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함.

 

3) 일본정부는 상기를 표명함과 함께, 상기 2)의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함. 또한,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함.

 

2. 한국 측 표명사항

 

한일 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해왔음. 그 결과에 기초하여 한국정부로서 이하를 표명함.

 

1)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의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정부가 상기 1.2)에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함.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함.

 

2)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

 

3) 한국정부는 이번에 일본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함.

 

 

또 일본은 합의문에서 언급한 예산 조치에 대해서는 대략 10억엔을 산정하고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위안부사진1.jpeg

△사진은 지난 12월 28일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10억 엔이든 100억 엔이든 액수에 대해선 논할 이유가 없다. 얼마를 배상하든지 그들의 피해만큼 보상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적, 명분적 이유만 남을 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눈 질끈 감고 사과한 모양새다. 피해자들을 과거의 아픔이 아물지도 못했는데 다시 길거리 시위 현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달랑 애매모호하게 작성된 합의문과 10억 엔을 내밀며 ‘이제 더 이상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하는 것을 사과로 봐야할지 아무리 따져 봐도 의문이다. 할머니들은 그런 사과를 듣고 죽느니 그 말을 끝내 듣지 못하더라도 그 후대에서 진정한 사과를 하기 원한다.

 

일각에선 ‘그 정도 했으면 한일 관계를 위해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이 지난한 싸움을 이제 그만 끝내고 싶은 심정이라면, 바로 피해당사자들 그리고 그 고통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민간단체가 더욱 그러함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조직적인 군대성노예 범죄에 희생당한 수많은 여성들의 절규를 뒤로 하고 까다로운 문제임을 내세워 어물쩍 봉합해버리는 것이 과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 앞에, 역사 앞에, 인류의 정의 앞에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싶다. 정부가 진정으로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싶다면, 잘못된 합의에 따른 재단 설립이 아니라, 이십 여 년 동안 피해자들이 줄기차게 호소하고 외쳐온 바를 유념해 일본정부의 국가적이고 법적인 책임을 이행시키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애초에 ‘그 정도’로 끝낼 것이었다면 아예 시작을 말았을 것이었다.

 

이번 정부가 보여준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운 이유는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오늘날 할머니들이 여전히 길거리에서 싸워야 하는 이유는, 과거 박정히 정부 시절 일본에 차관을 받는 형식으로 과거사를 일단락 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다시 그런 짓을 해버렸다. 이 때문에 할머니들은 이제 10억엔과 합의문서와도 싸워야 하게 됐다. 일본 측에선 할 만큼 했다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할머니들은 떼쟁이들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일부는 정말 그렇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걸만큼 필생의 목적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 함께해 준 고마운 사람들을 져버릴 수 없으니까. 결국 정부는 과거 일본군 ‘위안부’를 묵살하고 짓밟은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25년 동안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정의를 바로세우고자 했던, 그 자리를 거쳐 간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까지 짓밟아버린 셈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타결'이라는 단어도 적절한 지, 함부로 쓴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당사자와 협의 없이 국가가 일을 진행하면 국민은 그냥 수긍해야만 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당사자 없는 사과’가 어디 있을까. 또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조건을 건 사과’를 두고 진정한 사과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 전력이 있는 독일을 보라. 1970년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을 시작으로 2015년 패전 70주년 기념사에서 현 독일 총리인 메르켈의 사과에 이르기까지 독일은 지속적으로 죄를 반성할 뿐만 아니라 추모시설 건립·추모 행사 등을 통해 후대 교육을 함으로써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협상 무효에 쏠리고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

 

시국선언에 참여한 외대 총학생회는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평생 고통 받은 분들께 법적 효력이 보장된 진심 어린 사과를 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역사 앞에 부끄러운 행위를 ‘외교적 성과’로 치부하는 정부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시국선언을 선포 한다”고 했다. 현 정부 재임기간 위안부 협상 '타결'이라는 타이틀을 공식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된 결과에 따른 반응인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소녀상 철거 문제와 관련해 “소녀상은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세운 것이니 일본정부든 우리 정부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며 후대가 자라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있었구나’하고 보고 배울 역사의 표시”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에겐 아직 광복이 오지 않았다’고 하던 할머니들이 이제는 ‘우리는 타결이 아니라고’ 외친다. 끝끝내 해결될 때까지 싸울 거라는 그들. 부디 나비의 꿈이 좌절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안부사진3.jpg

△사진은 1217차 수요시위 모습이다. 합의 발표 후에도 수요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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