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을 부탁해
상태바
별명을 부탁해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6.03.14 2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별명을 부탁해

별명을 부탁해

 

 

별명의 힘

 

스포츠 세계에서 이름은 중요하다. 유명 선수의 이름은 스포츠 이벤트의 흥행에 꼭 필요하다. 나이키의 간판 농구화 시리즈인 조던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단 것이다. 체조에서는 신기술을 선보인 선수의 이름이 그대로 신기술의 명칭이 되기도 한다. 양학선의 양학선1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스포츠 세계에서는 이름 못지않게 별명도 중요하다. 이름처럼 공식적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별명에는 커다란 힘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 힘은 스포츠 선수들의 별명을 지어주는 팬에게서 나온다. 선수에 열광하는 팬의 존재는 프로 스포츠의 흥행을 좌우한다. 그러한 팬이 지어준 별명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별명이 샘솟는 스포츠 세계

 

별명의 특징은 무엇일까? 별명은 그 자체로 재미를 주며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대상의 특성을 쉽게 추측할 수 있게 하며 이름보다 진한 인상을 남긴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붙은 별명도 그렇다. 별명들엔 제각기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알고 있는 팬들은 선수들은 더욱 가깝게 여긴다.

 

스포츠에서 별명의 힘을 더 알고 싶으면 야구를 보면 된다. 한국 야구팬들은 세계에서 가장 별명 지어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별명을 만들어낸다. 골수 야구팬들끼리의 대화에는 야구 선수의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을 정도다. 이 중 대표적인 ‘별명 부자’인 선수는 김태균과 박용택 선수다. 덕분에 이런 대화도 가능하다.

 

“어제 LG 대 한화 경기 봤어? 어제 찬물택 날아다니더라. 완전 용암택 모드였어. 한화에도 몇 번 기회가 있긴 했는데 그때마다 김똑딱이 다 날려 먹어주고, 그나마 한 번 출루했을 때는 김흥차사였어. LG가 진짜 오랜만에 이겼지.”

 

여기서 박용택은 중요한 득점 기회를 놓치고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서 ‘찬물택’, 반대로 컨디션이 좋을 때는 뜨거운 타격을 자랑해서 ‘용암택’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 김태균은 큰 덩치에 비해 비교적 짧은 거리의 안타를 친다고 해서 ‘김똑딱’, 출루는 잘하나 홈베이스로 돌아오지 못하고 공격이 끝나서 ‘김흥차사’로 불리고 있다. 야구에 관심이 있다면 이 별명들만으로 그들이 경기에서 어떠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팬들은 추켜세우기 위해, 때로는 장난을 치고자 상황에 맞는 별명을 즉석에서 지어낸다. 한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의 별명이 두세 개씩 추가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 별명 중 몇 가지는 호응을 얻어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다.

 

 

큰물에서 노는 별명들

 

별명의 힘은 선수들의 유니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럽 축구선수들은 이름 대신 별명을 유니폼에 새기기도 한다. 몇몇 선수들은 굉장히 길고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별명을 활용하고 있다. 브라질의 카카나 멕시코의 치차리토가 그 예이다. 이들의 본명은 각각 Ricardo Izecson Santos Leite, Javier Hernández Balcázar이다. 한눈에 알아보기엔 어렵고 복잡한 이름이다.

 

각 별명의 유래를 알아보자면, 카카는 히카르두(Ricardo)라는 본명을 어린 동생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카카(Kaká)라고 부른 것에서 시작되었다. 치차리토는(Chicharito) 스페인어로 ‘작은 완두콩’이라는 의미인데, 축구 선수였던 그의 아버지의 별명이 치차로(Chicharo, 완두콩)였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이름이 복잡한 선수들은 본명 대신 과감하게 별명을 씀으로써 팬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게 되었다. 언론 보도에서도 별명으로 언급되고, 유럽 축구팬들도 종종 이 선수들의 본명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니, 이쯤 되면 별명이 이름과 비교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별명은 우리 주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모든 일은 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별명은 팬들이 선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간단하고 유치해도 팬들이 공유하는 생각의 결과물이다. 그렇게 탄생한 별명은 더 많은 팬의 시험대에 올라 공감대를 끌어낼 때 살아남는다. 선수의 인기가 떨어지거나 상황이 변한다면 기존 별명이 사라지거나 변형될 수도 있다. 별명의 제작부터 유통,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팬들이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누군가의 팬이라면 그 선수에게 꼭 맞는 별명을 지어주는 것도 하나의 응원 방법이 되지 않을까. 별명을 발판삼아 선수들과 더욱 가깝게 호흡하는 팬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사진(장주성).jpg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아이윌콘텐츠) 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