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신문이 지령 1000호를 맞았다니, 동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1000호라는 말을 들으며 한 개, 한 개 돌을 쌓아올려 만든 거대한 돌탑이 떠올랐습니다. 그 돌멩이 하나씩을 더해준 학보사 동문들의 땀과 열정이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겠지요.
문득 대학 새내기 시절, 처음 보았던 학보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종이 신문을 많이 보지도 않고, 그나마도 주요 관심사만을 골라보지만 그때는 꼼꼼하게 보았습니다. 학내와 사회 이슈뿐 아니라 학생들의 시와 수필에 이르기까지 참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대학에 다니던 때는 기성 언론들이 군사독재의 강압에 무력하던 시절로,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기사를 검열하고 입맛에 맞는 보도 행태를 일삼던 엄혹한 나날들이었죠. 그래서 대학언론은 제게 일종의 해방구 같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학보는 기성 언론처럼 세련되지 않고, 지면이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하는 기본에 충실한 언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 감시해 학내의 여론을 만들어 학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여전히 학생들의 희망과 고민, 사회적 이슈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기침체, 고용불안, 특히 청년실업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뼈아프게 겪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알바를 하고, 각종 스펙쌓기에 바쁘지만 깊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곳, 동료들인 청년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는 언론이 될 길 바랍니다.
어떤 이들은 이제 대학신문이 홍보매체가 되었다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위기의식과 비판보다는 지금이야말로 대학신문의 새로운 출구를 찾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사회에 속해 있는 독자들의 관심과 요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지령 1000호를 이어온 힘,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한 호, 한 호 신문을 만들어가는 그 땀과 열정에도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복기왕 충남 아산시장(무역 90)